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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 두 달 남은 강사법 또 유예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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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 두 달 남은 강사법 또 유예되나

입력
2017.10.27 04:4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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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미만 임용 예외조항 등 문제”

강사들은 새 종합정책 마련 요구

“정부 지원 없이는 비용 부담 커”

대학들은 원안ㆍ개정안 모두 반대

국회에선 심사조차 시작 못해

교육부 “시행땐 문제… 개정 노력”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서울 S사립대에서 4년 째 근무 중인 시간강사 A씨는 최근 올해 1학기 강의확인서를 떼 보고는 깜짝 놀랐다. 매년 1학기에만 인문학 교양강의 한 강좌를 맡고 있어 시간강사로 계약을 해 왔지만, 서류 상 직위가 자신도 모르게 ‘초빙교수’로 분류돼 있었기 때문이다. 학교 측은 별다른 설명도 하지 않은 채 임용 조건을 변경했고, 초빙교수가 받는 기본 급여나 연구공간 등을 제공하지도 않았다. A씨는 26일 “내년 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재정 부족을 우려해 법 적용 대상자들을 줄이기 위한 학교 측의 편법 조치인 것으로 보인다”며 “법이 실제 시행되면 이러한 편법이 확대되는 것은 물론 해고가 늘어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대학 시간강사들의 법적 지위를 인정하고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마련된 강사법(고등교육법 개정안)이 시행 2개월여를 앞두고 또다시 갈팡질팡하고 있다. 강사들은 물론 대학들이 모두 반대해 법이 처음 제정된 2013년 이후 시행이 3차례 걸쳐 5년이나 연기됐지만, 교육부가 보완한 개정안마저 ‘개악’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반발에 부딪히고 있는 탓이다. 당장 12월 중순부터 내년 1학기 강의 수업 배정을 해야 하는 대학들과 강사들도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올해 1월 국회에 제출된 교육부 개정안은 ▦강사에게 ‘교원’이라는 법적 지위를 부여하고 ▦1년 이상 임용 계약을 체결해야 하며 ▦불체포특권ㆍ소청심사청구권을 보장한다는 내용은 원안과 같다. 대신 방송대학 출석강사나 팀티칭ㆍ계절학기 강사 등은 1년 미만으로만 계약할 수 있도록 예외 조항을 뒀고, 임용 기간이 끝나면 당연 퇴직토록 했다. 강사가 학생 지도ㆍ학문 연구 등을 할 수 있다는 조항은 빠졌다. 개정안 발표 직후 강사들은 “원래 법안보다 되레 후퇴했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다수 강사들은 강사법을 11월 내에 폐기하고 새 종합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당연퇴직 조항이 비정규직보호법(2년 계약 뒤 무기계약직 전환)과 상충하는 데다, 1년 미만 임용 예외 조항을 통해 계절학기 등 단기 강사들이 양산될 거란 우려에서다. 개정안이 국회서 통과되지 못해 원안이 시행된다 해도 대학이 재정 등을 이유로 소수 강사에게만 강의를 몰아주고 나머지는 모두 해고하는 사태가 일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교육부에 따르면 강사법이 만들어지기 전인 2011년 10만3,099명이었던 시간강사 수는 지난해 7만9,268명으로 줄어드는 등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임순광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위원장은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교문위) 내에 교원제도개선특위를 만들거나 국가교육회의에서 종합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학 측 역시 원안과 개정안 모두에 반발한다. 시간강사의 법적 지위가 인정될 경우 강사료뿐만 아니라 퇴직금, 보험료 등 각종 비용이 크게 늘어나는데 정부 지원이 없다는 게 주된 이유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따르면 시간강사 처우개선에 드는 연간 강의료ㆍ4대 보험료ㆍ퇴직금은 국ㆍ공립대 1,346억원, 사립대는 2,210억원으로 추산된다. 현재보다 2배 이상 늘어나는 수치다. 강낙원 대교협 고등연구소장은 “고용 불확실성이 커 강사를 교원으로 고정하기 힘들다는 의견도 있다”고 설명했다.

당초 올해 초 국회 통과가 예상됐던 개정안이 조기 대선 정국으로 미뤄지면서 원안 시행 예정일에 가까워 오고 있는 데다, 국회에서 개정안 심사조차 시작하지 못하면서 교육부도 난감한 처지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지난 23일 기자간담회에서 “이미 통과된 강사법을 그대로 시행할 경우 나타날 문제를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고민 중”이라며 “강사법을 가능한 개정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회 교문위는 국정감사와 예산결산 끝나는 11월 중순쯤 공청회를 열고 다시 한 번 의견수렴 과정을 거칠 계획이다. 하지만 쟁점마다 각 주체의 목소리가 달라 빠른 시일 내 해결점을 찾을지는 미지수다. 임순광 위원장은 “내달 중 결론이 날 수 있도록 30일부터 청와대 앞 무기한 농성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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