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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심상정의 사자후

입력
2015.10.09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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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정치인 가운데 최고의 달변가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다. 3만권이 넘는 독서량을 바탕으로 한 깊은 논리와 철학은 누구도 따라갈 수 없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눌변이었지만 간결한 말로 메시지를 전하는 데는 발군이었다. “닭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머리는 빌릴 수 있어도 건강은 못 빌린다”는 등의 명언을 남겼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자신만의 특유의 어법을 구사해 인기와 함께 숱한 논란을 자초했다.

▦ 이른바 ‘노회찬 어록’의 창시자인 노회찬 전 의원은 풍자와 해학이 뛰어난 말꾼이다. 17대 총선 때 “삼겹살을 50년 동안 같은 불판 위에서 구워 먹으면 고기가 새까맣게 타버린다”고 한‘불판론’은 당대의 유행어였다. “화법이 가슴을 후벼 판다”는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대변(代辯)의 달인’으로 불리는 박희태 전 국회의장도 탁월한 말솜씨를 인정받은 정치인이다.

▦ 날카로운 논리력과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무장한 심상정 정의당 대표의 언변도 누구에게 뒤지지 않는다. 심 대표의 최근 국정감사 영상은 압권이다. '심상정 화났다. 국정감사 폭풍 사자후(獅子吼) 작렬’이란 제목으로 유튜브에 게재된 동영상(▶영상보기)은 조회수 200만에 육박할 만큼 화제가 되고 있다.“장관도 임금 피크제 동참하고 계십니까? 장관님 포함돼요? 안돼요? 여기 있는 국회의원들 포함돼요? 안돼요? 도대체 양심이 있어야 할 것 아니에요. 왜 이 사회에서 고액 연봉 받는 사람들은 임금상한제에 포함 안 시킵니까? 장관은 왜 1억2,000만원, 국회의원은 1억4,000만원을 다 받아가요? 6,000만원 받는 노동자들, 3,000만원 짜리 청년 연봉 만들어내라고 하면서 왜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고액임금 다 받아갑니까? 왜?”

▦ 서울대 재학시절 노동운동에 뛰어든 심 대표는 남성 중심의 노동판에서 리더십을 키워‘철의 여인’으로 불린다.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은 ‘인민무력부장’이라는 별명을 붙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정치 입문 후 실천능력을 가진 진보정치에 무게중심을 두는 현실 정치인으로 변신했다. ‘최고의 국회의원’으로 뽑히는 등 의정 활동에서도 맹활약을 하고 있다. 그는 대표 취임 후 “정의당의 다른 이름은 비정규직당”이라고 선언했다. 비정규직, 여성, 청년, 장애인, 자영업자 등 사회적 약자를 치열하게 대변하는 심상정을 기대한다.

이충재 논설위원 cj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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