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윤태석 기자

등록 : 2018.02.28 04:40
수정 : 2018.02.28 07:16

평창 히어로 팀킴 “소외된 아이들 위한 광고 찍고파”

등록 : 2018.02.28 04:40
수정 : 2018.02.28 07:16

“인터뷰 요청 쇄도에 인기 실감

카톡 응원 1000개 넘어 999+로

영미는 꽃부리 영에 아름다울 미

삼성야구단 시구 요청 너무 기뻐

이젠 컬벤져스라고 불러주세요”

평창올림픽의 신데렐라로 떠오른 여자 컬링 대표팀 선수들이 27일 대구 한 카페에서 스위핑하는 포즈를 취하며 활짝 웃고 있다. 왼쪽부터 김선영, 김은정, 김초희, 김민정 감독, 김영미, 김경애. 대구=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마늘소녀’ 말고 ‘컬벤져스’라 불러주세요.”

‘팀 킴(Team Kim)’이 한 목소리로 외쳤다.

스킵 김은정(28), 리드 김영미(27), 세컨드 김선영(24), 서드 김경애(23) 그리고 후보 김초희(20)로 구성된 한국 여자 컬링 대표팀은 평창동계올림픽이 낳은 히어로다.예선에서 세계 1~5위를 잇달아 누른 뒤 4강에서 일본과 최고의 명승부를 펼치는 등 올림픽 기간 이들이 빙판 위에 쓴 드라마에 한반도 전역이 들썩였다. 올림픽 이후 인터뷰와 광고 요청 등이 쇄도해 눈 코 뜰 새 없이 바쁜 ‘팀 킴’을 27일 대구의 한 호텔에서 열린 경북체육회 주최 행사 직후 만났다.

여자 컬링 대표 5명 중 4명이 경북 의성 출신이라 지역 특산물에 빗대 ‘마늘소녀’라는 별명이 붙었고 외신들도 앞다퉈 '갈릭 걸스'라고 대서특필했다. 그러나 이들은 새로운 닉네임을 원했다. 컬링의 앞 글자 ‘컬’과 헐리우드의 슈퍼 히어로 영화 ‘어벤져스’를 합친 ‘컬벤져스’다.

각자 캐릭터도 정했다.

김경애는 ‘토르’다. 밝고 활달한 성격, 시원시원한 플레이와 딱 맞는다. 김영미는 ‘캡틴 코리아’다. 그는 “내가 원래 ‘캡틴 아메리카’ 팬”이라고 설명했다. “힘을 주체할 수 없다”는 김초희는 ‘헐크’다. 영화에서 헐크를 제어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여자친구인데 김초희는 “그래서 저도 여자친구를 찾는 중”이라고 깔깔 웃었다. 김은정은 ‘호크아이’. 그는 “내가 제일 힘이 없어서”라고 손을 내저었지만 김민정 감독은 “호크아이는 활만 들면 무적이듯 은정이는 스톤만 들면 무적”이라고 덧붙였다. 촐싹거리는 김선영은 ‘스파이더 맨’이고 사령탑 김민정 감독은 두말할 것 없이 ‘아이언 맨’이다. 선수들은 “이유를 묻지 않아도 알죠”라고 했다. 평소에도 카리스마 넘치는 김 감독은 올림픽 기간 악역을 자처해 선수의 방패막이가 됐다. 김 감독은 “‘어벤져스’처럼 우리도 하나로 뭉쳐야 더 큰 힘을 발휘한다”고 미소 지었다.

‘마늘소녀’ 말고 ‘컬벤져스’라고 불러달라는 여자 컬링 대표팀 선수들. 대구=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화려하게 꾸며진 김은정의 손톱. 대구=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큰 안경을 쓴 채 무표정한 얼굴로 스톤을 던진 김은정은 ‘안경 선배’로 통한다. 그는 “10년 간 언니 역할을 하다 보니 사람들 눈에는 선배 느낌으로 보였나 보다. 나도 안 늙고 싶고 어리광 부리고 싶은데”라고 말했다. 그러자 김민정 감독이 “제가 선수 시절에 은정이와 영미가 막내였는데 특히 은정이는 애교 부리고 ‘깨방정’ 떠는 최고의 막내였다. 손톱에 네일아트 한걸 보라”고 했다. 김은정의 손톱은 화려하게 꾸며져 있었다.

김은정이 김영미를 향해 목이 터져라 “영미~”를 외치는 바람에 김영미는 ‘국민 이름’이 됐다. 김영미란 이름을 가진 사람이 오면 소주 한 병 공짜 마케팅을 펴는 가게도 많다. 김영미는 “친구들이 같이 술 마시러 가자고 연락 온다”며 “내 입으로 뜻을 말하긴 쑥스러운데 ‘꽃부리 영(英)’에 ‘아름다울 미(美)’”라고 수줍어했다. 그는 이어 “영미의 친구(은정), 영미의 동생(경애), 영미 동생의 친구(선영)라서 저보고 ‘비선실세’라고 한다”며 재미있어 했다. 김선영이 “혈연, 학연, 지연의 끝판왕이다”라고 거들자 김은정은 “‘영미’라는 이름의 지분은 거의 내 것 아니냐”고 농담하며 “이럴 줄 알았으면 ‘선영이’ ‘경애’도 많이 부를 걸”이라고 후배들의 어깨를 토닥였다.

기자의 휴대폰으로 여자 컬링 선수들이 직접 찍은 셀카.

이들은 올림픽 기간 집중력 유지를 위해 휴대폰을 자진 반납해 인기를 피부로 느끼지 못했다. 관중 함성이 커지고 취재진 숫자가 늘어 어렴풋이 짐작만 했을 뿐이다. 시상식 후 선수촌으로 돌아가서 휴대폰 전원을 켠 뒤 실감했다. 김선영은 “카카오톡 메시지는 1,000개가 넘어가면 999+로 뜨더라”고 말문을 열었다. 김은정은 “팬들이 우리가 휴대폰을 받을 시기에 맞춰서 포털사이트에 ‘수고했어 여자 컬링’이라고 계속 쳐서 한 시간 동안 실시간 검색어 1위였다는 말을 들으니 확 와 닿았다”고 했다.

“SNS 메시지가 너무 많이 와서 알람을 다 꺼뒀다”는 김영미는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 팬인데, 시구를 부탁해주신 메시지는 너무 기뻤다”고 환하게 웃었다. 김영미 외에도 선수 모두가 삼성을 응원한다. 서울이 고향인 김초희도 “나도 모르게 삼성 팬이 됐다”고 했다.

광고 요청이 물 밀듯 쏟아지는 이들에게 청소기 광고가 어울릴 것 같다고 묻자 의외의 대답이 나왔다.

김영미는 “소외된 계층, 아이들을 위한 광고를 하고 싶다”고 했다. 김은정은 “평창올림픽처럼 희망을 보여줄 수 있는 역할이 좋을 것 같다. 돈의 문제를 떠나서 공익성 있고 사회적으로 도움 줄 수 있는 광고”라고 희망했다. 김민정 감독은 “우리가 힘들게 운동해서 더 그런 마음이 든다”고 덧붙였다.

평창올림픽 여자 컬링에서 은메달을 딴 뒤 시상식 모습. 강릉=연합뉴스

목표를 묻자 선수들은 “은메달을 넘어 꼭 세계 정상에 서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김영미가 “야구의 이승엽처럼 오랫동안 좋은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 ‘팀 킴’이 오랫동안 괜찮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으면 한다”고 말하자 ‘컬벤져스’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선수들은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올림픽을 준비하며 대한컬링경기연맹이 관리단체로 지정돼 정말 많이 힘들었다. 김경두 교수님(전 컬링연맹 회장)과 김민정 감독님이 어떻게든 저희는 안 다치게 하려고 정말 많이 노력하셨다. 그 동안 표현이 서툴러 제대로 말을 못 했는데 정말 감사하다는 인사 꼭 드리고 싶다.”

대구=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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