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전혼잎 기자

등록 : 2014.10.27 16:18
수정 : 2014.10.28 04:49

물 한 병에 담긴 사랑 10원...착한 소비가 뜬다

등록 : 2014.10.27 16:18
수정 : 2014.10.28 04:49

기부제품 일석이조 효과, 일상적 소비 통해 생활 속 기부

제품 자체 품질도 높여 구매 유도

생수ㆍ빵부터 기부 테마 매장까지, "기업ㆍ소비자 동반 선행" 인식 심어

컨슈머/하티스트하우스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제일모직의 사회공헌사업 매장 '하티스트 하우스'는 판매제품의 수익금을 전액 사회공헌사업에 사용한다. 제일모직 제공

컨슈머/마리몬드

일본군위안부할머니들의 압화작품을 디자인에 적용한 '마리몬드'의 공책. 마리몬드 제공

컨슈머/멸종동물팔찌

오픈마켓 11번가가 판매한 멸종동물 알림 팔찌에는 북극곰, 고래, 펭귄 등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의 그림이 그려져 있다. 11번가 제공

26일 오후 장을 보러 대형마트에 들른 주부 김영민(35)씨는 생수를 고르다 하이트진로와 홈플러스가 협업해 만든‘사랑샘물’을 구입했다.

2ℓ에 890원인 이 제품보다 더 저렴한 것들도 있었지만 김씨가 사랑샘물을 고른 이유는 구매금액의 일부가 백혈병 소아암 어린이의 수술비 및 치료비 지원에 사용되는 ‘기부제품’이기 때문. 김씨는 “몇백원 정도 더 내는 것으로 좋은 일을 할 수 있게 돼 좋다”며 “앞으로는 이런 제품 위주로 식탁을 차릴 생각”이라고 밝혔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사랑샘물은 출시 채 두 달이 되지 않은데다가 홈플러스에서만 판매하고 있는 상품인데도 지금까지 120만 병이 넘게 팔려나겠다”며 “기부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사랑샘물처럼 제품 구입과 더불어 기부를 할 수 있는 제품들이 늘고 있다. 제품을 구입하면 전액 혹은 일부 판매수익이 기부되거나 관련 제품이 필요한 곳에 후원된다. CJ푸드빌의 프랜차이즈 빵집 뚜레쥬르의 ‘착한빵’도 착한빵 2개가 팔리면 1개의 단팥빵이 아동양육시설에 전달되는 기부제품이다. 이는 기업의 경영 활동과 사회적 문제를 연계시키는 코즈(Causeㆍ대의명분)전략 중 하나로, 환경과 보건, 빈곤 등과 같은 사회적 문제 해결에 기업이 나서 소비자들의 반응을 이끌어낸다. 나아가 일상적인 소비를 통해 ‘생활 속 기부’를 정착시켜 기부문화를 활성화하는 효과도 있다. 기업은 대외적 이미지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시킬 수 있고 소비자에게도 ‘좋은 일을 했다’라는 만족감을 갖게 해 반응이 좋다.

무엇보다 최근 기부제품은 사회적인 의미를 담는 것에 더해 제품 자체만으로도 사고 싶은 마음이 들게끔 품질이 높은 것이 특징. 소셜벤처 ‘마리몬드’는 일본군위안부할머니들이 원예 심리 치료과정 중에서 만든 미술작품을 공책과 의류, 가방 등의 제품 디자인에 적용해 판매한다. 꽃을 눌러 말린 그림인 압화작업에 뛰어났던 고 김순악, 심달연 할머니의 작품이 대표적인 예로 주된 소재가 꽃인 만큼 여성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수익금은 정신대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에 기부되거나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에 전달되어 해외에 계신 할머니들의 생활 및 복지기금으로 쓰인다. 윤홍조 마리몬드 대표는 “제품을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꽃도 피워보지 못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아픔을 알리고 그분들의 이야기를 잊지 않고 기억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전했다.

2,000원에서 1만원 사이의 가격으로 부담도 적은데다가 연예인들이 착용하고 나와 젊은 세대 사이에서 유행인 ‘기부팔찌’는 세월호, 빈곤아동, 멸종동물, 유기견 등의 다양한 의미를 담아 소비자가 원하는 기부처를 선택할 수 있다. 고교생 박선영(18)양은 “주변 친구들도 다들 기부팔찌 하나씩은 갖고 있다”며 “예쁘고 의미도 있는데다 가격도 비싸지 않아 구입하게 됐다”고 밝혔다. 유니세프의 기부팔찌는 전 세계 중 한국에서 제일 많이 팔리기도 했을 정도. 전체 팔찌 판매의 60%를 한국, 이탈리아, 일본, 스페인, 프랑스가 차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국내에 팔찌를 처음 판매하기 시작한 2009년에는 650개가 판매됐지만 지난해에는 약 2만개가 팔려 30배가 넘는 판매량 증가를 보였다. 각종 시민연대에서는 세월호 사건을 잊지 말자는 의미로 기억팔찌를 판매, 수익금은 전액 세월호 후원에 사용하고 있다. 멸종위기에 놓인 동물들을 위한 뉴킷팔찌, 케냐 탄자니아 등 세계 빈곤 아동들을 지원하는 비커넥트 팔찌, 유기견을 후원하는 디어도그 팔찌 등도 판매 중이다.

이런 분위기를 타고 제일모직의 ‘하티스트 하우스’처럼 기부가 테마인 매장도 등장했다. 이 매장에서 판매되는 신진 디자이너들이 재활용품을 활용해 만든 제품 및 친환경 제품, 빈폴 갤럭시 로가디스 구호 등 제일모직 브랜드가 기부한 의류의 수익금은 전액 사회공헌 활동에 사용된다. 또 스타벅스가 한국 진출 15주년 기념으로 문을 연 서울 대학로의 ‘커뮤니티 스토어’는 커피, 음료, 음식, 텀블러 등 모든 품목이 팔릴 때마다 300원씩 적립된다. 적립된 기금은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 전달, 저소득층 학생들의 장학금으로 쓰인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심리학과 교수는 “기부제품은 특히 기업입장에서 큰 이점을 지닌다”며 “기업과 소비자들이 함께 기부라는 선한 행위를 함으로써 소비자들에게 기업이 적이 아니라 동반자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게 한다”고 설명했다.

한 개의 빵, 한 병의 물, 한 잔의 커피가 세상을 바꾸고 있다.

전혼잎기자 hoi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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