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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평창이 북의 ‘핵 있는 평화론’ 선전장 되어서야

입력
2018.01.31 14:33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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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가하게 됨에 따라 남북관계에 커다란 변화가 일고 있다. 올해 북한 신년사에서 시작된 남북 화해 무드는 고위급 회담을 거쳐 평창 올림픽에서 절정에 달할 전망이다. 북한은 5개 종목 46명 선수단뿐 아니라 예술단, 응원단 등 대규모 인원을 파견할 예정이다. 훈풍이 계속될 경우 남북 정상회담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로드맵을 그려보면 이산가족 상봉, 개성공단 가동 및 금강산 관광 재개, 정상회담 개최 순이다. 평화 통일이 이뤄져 7,500만 국민이 힘을 합치면 세계 7대 경제 대국으로 진입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남북관계에 진정한 화해무드가 조성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최근 쌍방 합의에 의한 금강산 합동공연을 갑작스럽게 취소해 우리를 당황스럽게 만들거나 평창올림픽 개막 전날 열병식을 준비하는 얄팍한 행태로 보아 평창올림픽조차 불안하다. 설령 평창올림픽이 성공적으로 치러진다 해도 우리는 기본적으로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한 북한의 도발 행위 금지와 비핵화를 주장할 것이고 북한은 과도한 경제적 보상 요구와 함께 한미 연합 훈련 중지와 주한미군 철수를 거론할 것이다.

북한이 불량국가 이미지를 개선하고자 평창올림픽 참가를 결정했지만 진정 유엔 대북 제재로부터 벗어나고 싶다면 상호 합의 사항에 대해 오해를 낳을 수 있는 불필요한 행동을 하지 않은 것은 물론, 비핵화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줘야만 한다. 분명한 것은 비핵화 없는 유화 몸짓만으로는 유엔 제재가 풀리지 않으리란 사실이다. 우리 정부도 비핵화가 전제되지 않은 남북관계는 무의미함을 강조하고 있다.

이번 평창올림픽 공동 참가를 계기로 남북관계도 갈등과 대립의 굴레로부터 벗어나기를 바란다. 하지만 올림픽 이후 남북관계에 부정적 변수가 너무 많다. 상충되는 요구 조건이 하나씩 돌출될 것이다. 북한은 대화 무드를 평창올림픽에 한정할 가능성이 크다. 다음 단계로의 진행이 쉽지 않다는 얘기다.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 논의가 시작되면 남북 간 셈법 차이가 극명히 드러날 공산이 크다. 이때 북한 변화가 대북 압박에 기인한 것으로 보고 있는 미국이 대북 경제 지원책을 제시하고 대북 압박 수위를 낮춰주는 방식으로 난제를 풀어줄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어쨌든 북한을 비핵화의 길로 끌어내기까지는 매우 어려운 여정(旅程)이다. 2018년 신년사에서 북한이 “핵탄두를 대량 생산해 실전 배치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미뤄볼 때 북한에 비핵화 의지는 없어 보인다. 이번 유화 몸짓이 비핵화로 연결될 가능성이 희박해 보인다.

북한은 핵ㆍ경제 병진 정책을 남북관계에 적용시켜 관계가 진전될수록 경제적 보상을 노골적으로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남북관계가 호전될 때마다 북한 경제를 살리기 위해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것이다. 특히 핵 동결, 핵 폐기와 같은 비핵화 논의가 진전될수록 단계별ㆍ무기별로 ‘살라미 전술’을 적용해 천문학적인 금전 대가를 요구할 수도 있다. 얇게 썰어 조금씩 먹는다는 뜻인 살라미 전술은 협상 전술의 하나다. 북한이 핵 포기 단계를 최대한 잘게 자르고 각 단계마다 보상을 요구해 핵 포기 기간은 최대한 늘리고 보상을 극대화하려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쯤 되면 우리 정부나 미국의 고민이 깊어진다. 무턱대고 북한의 요구를 수용할 경우 핵 무력 증강 및 완성을 도와주는 결과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남북이 더 우호적인 관계로 변화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북한의 숨은 의도가 무엇인지를 잘 헤아려야 하고, 우리 안보에 미치는 파장이 무엇인지 곱씹어 보면서 대응할 필요가 있다. 평창이 자칫 ‘핵 있는 평화론’의 선전장이 될지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고, 안보 면에서 튼튼하게 뒷받침을 해줄 수 있을 때만 진정한 화해가 보장될 수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준희 한국군사문제연구원 북한연구실장(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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