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헌 기자

등록 : 2018.08.09 13:26
수정 : 2018.08.09 13:27

‘불 자동차’ BMW 520d, 내년 3월까지 그냥 타라고?

차주들 불안 고조…그럼에도 중고차 시세는 굳건

등록 : 2018.08.09 13:26
수정 : 2018.08.09 13:27

‘독일 명차’ BMW 화재가 잇따르고 있다. 올해 들어 36대의 BMW 차량이 운행 중 불에 탔다.

9일에도 경기 의왕시 제2경인고속도로에서 BMW 320d에서 불이 나는 사고가 발생했고, 경남 사천시 곤양면 남해고속도로에서도 BMW 730Ld 차량이 불탔다. 지난 4일에는 전남 목포에서 안전진단을 마친 차량마저 불이 나 국토교통부가 운행정지 명령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운행정지 명령의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BMW 차주들이 직접 소송에 나섰다. 지금까지 소송 참가 의사를 밝힌 차주는 2,000명을 넘어섰다.

BMW 화재 피해자 인터넷 카페를 운영하면서 집단소송을 대리하고 있는 성승환 법무법인 인강 변호사는 9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통해 소송 이유를 밝혔다. 성 변호사는 “BMW에서 인정한 EGR 문제는 명백한 차체결함인데 리콜은 내년 3월로 예정돼 있다”면서 “결함으로 화재 위험이 있는 차를 6개월 넘게 그냥 타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럼에도 BMW 코리아는 ‘독일 본사에서 지침이 내려져야 된다. (화재 사고에 대한) 매뉴얼이 없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4일 오후 전남 목포시 옥암동 한 대형마트 인근 도로에서 주행 중이던 2014년식 BMW 520d 승용차 엔진룸에 불이 나 연기가 치솟고 있다. 연합뉴스

BMW 독일 본사와 BMW 코리아의 늑장 대응으로 차주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성 변호사는 “차주 중에는 ‘고속도로에서 시속 100㎞ 이상 주행해 차라리 불이 나라. 불이 나면 내가 보상을 받는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면서 “휴가철 가족들을 태울 수도 있는데 이건 대단히 화가 날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화난 BMW 차주들이 BMW 화재 피해자 카페로 몰리면서 지난달 24일 문을 연 이 카페의 회원 수는 보름 만에 7,000명을 넘어섰다.

성 변호사는 국내 제도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미국이라면 징벌적 손해배상으로 손해액의 수십배를 물어줘야 해 회사가 망할 수도 있는데 우리나라는 사망이나 부상 등 신체적 피해만 배상 의무가 있어 BMW 측이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논란에도 BMW 중고차 시세는 큰 변동 없이 굳건했다. 중고차 거래 업체인 헤이딜러에 따르면 2014년식 BMW 520d의 평균 중고차 시세는 화재사건을 전후로 2,936만원에서 2,919만원으로 0.6% 하락하는데 그쳤다. 이는 BMW 차량 화재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전(6월 18~30일)과 그 이후(7월 23일~8월 4일)를 비교한 결과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시세가 급락할 가능성이 높다. 헤이딜러 관계자는 “아직 BMW 520d 중고차 시세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지만 차주들의 판매 요청이 급증한 반면 차를 사겠다는 중고차 딜러 수는 줄어들어 장기적으로는 시세가 크게 하락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화재사건 이후 BMW 520d 차량을 팔겠다는 사람은 2배 정도 늘어났으나 매입하려는 중고차 딜러의 수는 평균 14.1명에서 11.5명으로 20% 정도 줄었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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