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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경제 르네상스] 세계가 빠져든 진흙탕, 570만명이 뒹굴다

입력
2017.08.0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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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62만명… 지역경제 파급효과 800억 기대

머드ㆍ축제 콘텐츠ㆍ화장품 수출시장 탄탄대로

지난달 21일 개막, 10일간 치러진 보령머드축제장을 찾은 관광객들이 머드목욕을 위해 대형 머드 풀 주변을 에워싸고 있다. 보령시 제공
지난달 21일 개막, 10일간 치러진 보령머드축제장을 찾은 관광객들이 머드목욕을 위해 대형 머드 풀 주변을 에워싸고 있다. 보령시 제공

인구수 10만5,000명의 소도시가 지역특산품으로 만든 화장품 판촉을 위해 시작한 이벤트가 세계 최고의 축제로 성장, 지역경제를 이끌고 있다.

충남 보령시는 지난달 30일 대천해수욕장에서 10일간 일정의 ‘제20회 보령머드축제’를 마쳤다. 외국인 62만2,000명을 포함, 568만8,000명의 관광객이 진흙탕에 빠지고 뒹굴고, 해수욕을 하며 축제를 즐겼다.

축제는 지난해 기준으로 지역경제 파급효과 727억원, 소득유발효과 130억원, 고용유발효과 500명, 1,161억원의 경제활성화 효과를 가져오는 등 지역경제를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한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관광객 규모는 지난해 보다 168만명 더 많아 800억원 이상의 지역경제 파급효과를 예상하고 있다.

보령머드축제에 참여한 관광객들이 축제 주무대가 설치된 대천해수욕장 광장에 모여 환호하고 있다. 보령시 제공
보령머드축제에 참여한 관광객들이 축제 주무대가 설치된 대천해수욕장 광장에 모여 환호하고 있다. 보령시 제공

보령머드축제는 보령시가 1996년 출시한 머드화장품의 홍보 이벤트로 시작했다.

화장품의 낮은 인지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대천해수욕장에서 1998년 제1회 보령머드축제를 열었다.

축제는 성공을 반신반의하며 출발했다. 국내에서 처음 시도한 진흙탕 이벤트가 해수욕장에서도 체면을 중시하는 국내 관광객에게 큰 감흥을 줄 수 있을까 하는 우려를 떨치지 못했다. 첫 축제는 관광객 30만명을 불러 모으는 ‘대박’을 터뜨렸다. 횟수를 거듭하면서 남녀노소 모두를 개구쟁이로 만드는 국제로 성장했다.

2017-08-03(한국일보)
2017-08-03(한국일보)

올해는 지난해 관광객수 399만5,000명 보다 무려 42%나 증가해 국내 여름축제의 대표주자로 우뚝 섰다. 스페인의 토마토축제와 색깔만 다를 뿐 성격이 비슷하고 해수욕장이라는 경쟁력을 바탕으로 해외에서도 인기를 끌어 외국관광객이 몰려 들었다.

조연이 주연을 꿰차듯 치솟은 머드축제의 인기는 ‘보령=머드’라는 등식을 형성하고 축제일정도 늘었다. 처음 4일에 불과했던 일정은 2001년 7일, 2012년 10일로 확대됐다.

2011년부터 4년 연속 대한민국 명예 대표축제, 2015년 글로벌육성축제 지정, 5년 연속 대한민국 콘텐츠 대상 수상, 세계축제협회가 공증해 축제의 오스카상이라 불리는‘피너클 어워드’10년 연속 수상 등 세계적인 축제로 도약했다.

지난달 22일 김동일(오른쪽)보령시장과 뉴질랜드 로토루아시 스티브 채드윅 시장이 머드파우더 수출계약을 맺고 악수를 하고 있다. 보령시 제공
지난달 22일 김동일(오른쪽)보령시장과 뉴질랜드 로토루아시 스티브 채드윅 시장이 머드파우더 수출계약을 맺고 악수를 하고 있다. 보령시 제공

보령시는 올해 국내에서 처음으로 축제의 해외수출에 성공했다.

지난달 22일 김동일 보령시장은 축제에 참석한 뉴질랜드 로토루아시 스티브 채드윅 시장과 머드파우더 수출계약을 맺었다.

오는 12월 뉴질랜드 로토루아에서 열리는 ‘뉴질랜드 머드토피아’에 머드파우더 5톤(7,500만원가량)을 선적한다. 또한 보령머드축제 노하우를 전수하기로 했다. 시가 보유한 머드배합과 열처리 노하우, 각종 시설물 대여 등으로 더 많은 수익을 기대하고 있다. 축제 결과에 따라 수출량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중국 대련머드축제와 스페인 토마토 축제인‘라 토마티나’에서도 ‘리틀 보령머드축제’ 를 각각 개최예정이다. 두 나라에는 2022년까지 머드원액과 배합 노하우, 축제프로그램 등을 수출한다.

지난해 축제에서 부스임대, 머드화장품, 캐릭터상품 칼라머드체험 등으로 5억3,223만원의 수입을 올렸다. 지정기부금도 3억6,200만원에 이르는 등 총 9억5,400만원의 매출을 달성, 가성비 높은 축제임을 보여줬다.

올해는 지정기부금이 8억4,494만원에 이르고 머드화장품 매출액이 1억3,060만원에 달하는 등 최종 집계를 마치면 수익이 대폭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머드수출로 도시브랜드 가치를 높인 보령시는 머드의 세계화와 수익창출을 위해 ‘2022 보령머드엑스포’ 유치에 뛰어들었다.

100억원을 투입하는 엑스포는 오는 2022년 7월 대천해수욕장 일원에서 전시, 체험, 공연, 국제 컨퍼런스 등을 계획하고 있다. 축제를 6차 산업 플랫폼으로 만들고 융복합 해양인프라를 섞어 대한민국 최고의 한류 문화관광 이벤트로 육성한다는 복안이다.

이와 함께 해양헬스케어 치유센터 시범단지 조성사업 유치에도 나섰다. 20년 머드산업 에서 확보한 미용과 질병예방, 건강증진, 재활, 치료분야의 기술을 천혜의 해양자연환경과 결합해 신 성장 동력산업으로 개발하기 위함이다.

김동일 시장은“보령머드축제는 국민은 물론 외국인 관광객을 흡입해 지역경제 자생력을 키우고 해외진출 성공으로 세계 최고의 축제로 성장했다”며 “보령해양머드엑스포와 해양헬스케어 치유센터 시범단지를 유치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6차 산업으로 확대함과 동시에 한류의 세계화를 주도하겠다”고 말했다.

보령머드를 원료로 만든 머드화장품. 보령시 제공
보령머드를 원료로 만든 머드화장품. 보령시 제공

보령머드의 가치도 급상승하고 있다. 머드는 피부노화를 방지하는 천연미네랄 등 미량원소가 많아 옛날부터 피부미용과 피부질환 치료에 사용됐다. 보령머드의 우수성은 조수간만 차가 크고 해안선 굴곡이 심한 서해안의 갯벌에서 비롯됐다.

품질과 효능에서 이스라엘 사해 머드, 캐나다 해안의 빙하토, 러시아 바이칼호 머드, 캘리포니아 클레이 머드, 뉴질랜드 화산머드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화장품 업계는 원료용 머드를 전량 수입했다. 이에 보령시는 살아있는 갯벌의 진흙을 이용한 머드사업에 나섰다. 1994년부터 원광대와 ㈜태평양과 공동으로 화장품 원료를 개발했다. 이후 미국 FDA의 피부자극 및 중금속 함량검사 인증, 머드파우더 제조방법 특허등록, 해외 상표등록 출원, 제품 리뉴얼 등을 통해 지속적인 브랜드 경쟁력을 높였다.

현재 국내 공공기관 및 일반판매점 114개소에서 매년 17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미국, 일본, 캐나다, 러시아, 중국 등으로 수출시장도 넓혀가고 있다. 2015년 말레이시아에 첫 해외 판매점을 열고 이듬해 베트남 진출에 성공, 동남아 시장 교두보를 확보했다.

보령=이준호 기자 junh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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