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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한 경제성장인가?... 답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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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한 경제성장인가?... 답을 묻다

입력
2017.03.1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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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다시, 칼 폴라니

와카모리 미도리 지음ㆍ김영주 옮김

생각의힘 발행ㆍ308쪽ㆍ1만7,000원

칼 폴라니
칼 폴라니

한반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잇따른 보복조치로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0.5%포인트 떨어질 수도 있다는 예측이 나왔다.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최근 5년 간 2~3%대에 머무르고 있다. 국민총소득(GNI)도 선진국 기준인 3만달러에 여전히 못 미친다. ‘규제완화’와 같이 경제성장을 위한 정책에 힘이 실려온 이유다. 하지만 우리에게 들려온 건 ‘2012년 964조원이었던 가계 빚이 지난해 1,344조원에 달해 또 다시 최고치를 경신했다’는 소식이었다.

‘무엇을 위한 경제성장인가?’란 질문이 뇌리를 스칠 수밖에 없다. 비록 낮은 수치지만 경제는 양의 방향으로 ‘성장’하고 있는데 왜 우리의 삶은 팍팍해져만 가는가. 2008년 세계 금융시장에 천문학적 손실을 안긴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라더스 파산 사태 이후 시장주의에 회의가 일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현대의 경제체제는 다수의 사람들을 번영에서 배제하는 불평등한 경제라고 지적했다.

경제, 그 자체는 궁극적 목적이 아니라 인간 공동체를 위한 수단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던 사회과학자 칼 폴라니(1886~1964)를 오늘날 경제ㆍ사회적 위기의 대안으로 제시한 책이 나왔다. ‘지금 다시, 폴라니’는 폴라니의 사상을 바탕으로 현대 사회의 경제를 탐구하는 와카모리 미도리 일본 오사카시립대 경제학 교수가 펴낸 책이다. 폴라니가 걸어온 길을 확인하고 그의 책 ‘거대한 전환’과 다양한 글을 통해 사상을 소개한다. 케인즈와 하이에크 등 당대 경제학자들의 주장과 비교를 통해 폴라니만의 ‘제3의 길’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저자는 “오늘날 신자유주의가 초래한 현대 시장사회의 위기가 약 70년 전 폴라니가 분석한 시장사회 위기와 기분 나쁠 정도로 닮아”있다고 말한다.

헝가리 출신의 폴라니는 ‘사회에서의 경제적 위치’라는 관점에서 20세기 파시즘의 대두와 1,2차 세계대전을 탐구했다. 파시즘은 시장사회가 위기를 맞이하자 민주주의를 희생해서라도 시장 기능을 회복하고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주장 속에서 탄생했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폴라니는 사회ㆍ정치ㆍ윤리ㆍ문화적 제도들에 따라 경제의 방향을 결정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소득, 여가 등 사회보장을 공평하게 확산하기 위한 정부의 계획은 폴라니에게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규제가 아니라 개인의 자유를 창출하고 확대하는 기제다. 사회보장을 위한 국가 재정이 줄수록 고용 악화와 사회격차는 심해지고 민주주의 기능도 저하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폴라니에 따르면 시장이 자동적으로 모든 것을 결정해야 한다고 믿는 자유방임적 시장사회 역시 정치적인 선택과 국가 개입에 의한 산물이다. 경제자유주의자들은 고용과 소득의 안정성을 위한 국가의 간섭은 비판했지만 ‘자유로운 시장을 위한’ 물가와 임금 조정에는 찬성하는 이중잣대를 보인다는 것이다.

폴라니는 시장(경제 영역), 재분배(정치 영역), 호혜(공동사회의 영역)로 사회가 구성된다고 봤다. 생각의힘 제공
폴라니는 시장(경제 영역), 재분배(정치 영역), 호혜(공동사회의 영역)로 사회가 구성된다고 봤다. 생각의힘 제공

폴라니가 구상한 좋은 사회란 시장에서의 자유로운 ‘교환’과 중앙 정부에 의한 ‘재분배’, 그리고 공동체 내 규범인 ‘호혜’가 균형 잡힌 곳이다. 현대사회는 교환이 우위에 있지만 재분배의 한 축인 조세 체제와 호혜를 기반으로 한 가족ㆍ비영리 단체도 필수적이다. 폴라니가 제시한 제 3의 길을 오늘날 우리는 달성할 수 있을까? 당연한 말이지만 “오직 ‘지속적인 노력’을 통해서만 다가갈 수 있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생각의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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