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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이 궁금해?] 점잖았던 트럼프... “대통령다워졌다” 평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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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이 궁금해?] 점잖았던 트럼프... “대통령다워졌다” 평가도

입력
2017.11.11 04:4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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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미중 정상회담 앞두고

분란 일으키지 않으려는 모습

공동발표문에 무기 구매 약속

美의 강한 압박 보여주는 방증

한국을 국빈 방문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 오후 청와대 본관에 도착해 문재인 대통령과 단독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고영권기자
한국을 국빈 방문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 오후 청와대 본관에 도착해 문재인 대통령과 단독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고영권기자

미국 정상으로는 25년 만에 국빈 방문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 1박 2일, 25시간의 방한을 마치고 중국으로 떠났다. 문재인 대통령의 파격 환대, 트럼프 대통령의 국회 연설, 전격적인 비무장지대(DMZ) 방문 시도와 취소 등 다양한 화제도 남겼다. 한미 정상회담 뒷얘기를 들어보기 위해 청와대와 외교안보 담당 기자들이 카톡방에 모였다.

달빛 사냥꾼(달빛)= 트럼프 대통령이 7일 방한하기 직전 2박 3일 동안 일본에 체류하며 극진한 환대를 받았죠. 그래서 한미 정상회담을 준비하는 청와대와 외교부 등의 부담이 더 컸을 것 같은데요.

큰기와집 더부살이(더부살이)= 일본이 특유의 손님 접대 문화인 ‘오모테나시(おもてなし·진실된 마음으로 손님을 접대하다) 외교’를 펼쳐 우리도 긴장한 측면이 있었죠. 다만 일본이 철저하게 트럼프 대통령 취향과 입맛에 맞췄다면 청와대는 한국적인 것을 강조했죠. 한미동맹이 대등하다는 의미도 담겼죠. 공식 환영식에서 우리 전통의 취타대가 행렬을 선도하고, 만찬 메뉴도 한미 퓨전 음식으로 진행했어요. 문 대통령의 경기 평택시 주한미군기지인 캠프 험프리스 방문이나, DMZ 방문 시도는 한미 혈맹의 특수성을 강조한 일정이었습니다.

삼각지 미식가(미식가)= 평택기지까지 문 대통령이 직접 나간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안보 무임승차론’을 상쇄하기 위한 전략도 있지만, 일본에 비해 한미 정상 간 대면 시간이 부족한 상황에서 접촉 시간을 늘리기 위한 결정이었던 것 같습니다. 결과적으로 방한 첫날 평택-청와대-만찬까지 거의 하루 종일 양 정상이 붙어 있었죠.

달빛= 첫날 청와대 국빈만찬 당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를 초청하고 독도새우를 메뉴에 올리자 일본이 항의하고 있습니다. 이런 일본의 적반하장 태도는 잘못된 거죠. 그런데 미국 외교관들을 곤혹스럽게 한 의전이라는 평가도 있더군요. 미국 입장에선 한미동맹만큼 미일동맹도 중요한데 미국 대통령을 모셔놓고 반일 정서를 자극하며 한국 국내정치에 이용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죠.

미식가= 국내 정서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비(非)외교적 의전이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외교부 작품이 아니라 청와대 모 행정관 작품이라는 뒷말도 있죠. 이용수 할머니를 모신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어떤 공개 언급이라도 했다면 외교적 성과겠지만 그런 것도 아니라 큰 그림에서 한일관계에는 도움이 안 될 수 있다는 거죠. 독도새우 논란 역시, 독도는 엄연한 우리땅인데 미국 대통령에게 독도새우를 대접하며 독도가 분쟁지역임을 스스로 드러낸 꼴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더부살이= 비외교적이라고 항의하는 건 일본 정부이고, 우리 국민 정서는 또 다르다는 측면도 봐야겠죠.

판문점서 北에 비난을 퍼붓고

옆에 文대통령이 서 있었다면

극적인 연출로 북한 더 자극

“DMZ 방문 취소 다행” 얘기도

달빛= 8일 오전 DMZ 방문이 취소되는 과정에서 문 대통령은 헬기와 차량을 갈아타고 현장에 도착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씨에도 방문을 포기하고 회항했습니다.

더부살이= 트럼프 대통령은 짙은 안개 때문에 헬기가 회항한 후에도 미국 용산기지에서 1시간 가량 날씨가 좋아지기를 기다렸죠. 이 때문에 당초 예정됐던 주한 미국대사관 직원 만남 일정도 취소했다고 합니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우발적 도발을 우려해 DMZ를 방문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있었는데, 남북 분단을 상징하는 장소 방문에 미국도 큰 기대를 했다고 합니다.

달빛= 트럼프 대통령의 8일 국회 연설 내용을 보며 오히려 DMZ 방문이 취소된 게 다행 아니냐는 얘기도 있었죠. 국회에서 했던 북한에 대한 원색적 비난을 판문점에서 퍼붓고, 그 옆에 문 대통령이 서 있는 모양새가 북한을 더 자극했을 수 있으니까요.

판문점 메아리(메아리)= DMZ에서 하려고 준비했던 말을 국회 연설에 급히 포함하느라 연설문이 좀 길어졌을 거라는 추정도 있죠. 트럼프 대통령이 DMZ에서 남북을 비교하며 저쪽은 지옥이라고 했다면 더 극적인 면도 있겠지만 분명 북한을 더 자극했을 것 같습니다. 딱 가려고 폼만 잡았던 게 외려 효과가 더 좋았던 것 같기도 해요. 예정에 없던 방문 요청에 트럼프 대통령이 동의했는데 그 행보만으로도 대북 메시지로는 충분하니까요.

달빛= 트럼프 대통령의 국회연설을 두고 북한을 너무 몰아세웠다는 평가와 대화의 여지를 뒀다는 평가가 모두 나오는데 외교안보당국에선 어떤 평가를 하고 있나요.

메아리= 외교당국 입장에서 북한의 도발 중단을 계기 삼아 협상 국면으로 끌고 가려 했던 구상이 좀 꼬인 건 사실이죠.

미식가= 연설의 초점이 북한 문제에 맞춰진 것은 미국의 북핵 문제 관심을 대외적으로 확인했다는 측면에서 성과입니다. 반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속을 긁을 대로 긁어 놓은 점은 아무래도 향후 국면을 생각하면 부담되는 대목이겠죠.

달빛= 8일 밤 늦게 공개된 한미 공동 언론발표문에 한국의 미국 무기 구매 내역, 대미 투자 내역이 세세히 나온 게 특이해 보이는데요.

미식가= 매우 이례적이죠. 보통은 ‘방산분야에서의 교류협력 강화’ 이런 식으로 표현하지, 정상들의 기자회견이나 공동발표문에서 무기 구매를 약속하듯 하는 경우는 드물죠. 미측의 구매 압박이 얼마나 강했는지 보여주는 방증입니다.

달빛=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전반적으로 어떤 평가가 나오나요.

메아리= 호평이 많습니다. 아무래도 9일 열린 미중 정상회담이 트럼프 대통령에겐 가장 중요한 이벤트니까 자기 편인 한국과 일본에서 가급적 분란을 일으키지 않으려 했겠죠. 어찌됐든 돌출 행동 없이 진중하게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외교적 성과라고 보는 것 같더라고요.

미식가= 트럼프가 대통령다워졌다는 평가도 많습니다. 정돈되지 않은 발언이나 기괴한 제스처를 자제하고 최대한 절제된 언어로 기자회견에 임했습니다. 또 국회연설 또한 인권과 자유 등 미국 특유의 민주주의 인식을 바탕으로 남북 체제를 비교한 뒤 김정은 위원장을 압박하는 논리를 보여줬습니다. 반면 디테일은 약했습니다. 트럼프의 국회 연설 자체는 서구의 대북 시각을 대변할지 몰라도 문재인 정부의 대북기조와는 분명히 결을 달리하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북한 체제에 대한 비난이나 최고존엄을 건드리는 내용들은 북한 정권 특수성을 감안하지 않았다는 얘기도 있죠. 북한이 도발이나 맹비난을 쏟아낼 가능성이 있습니다.

더부살이=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과 관련 대다수 전문가들이 우리는 굳건한 한미동맹을 확인하는 '명분'을 얻고 미국은 경제 투자와 무기 판매 등 '실리'를 챙겼다고 분석했는데요. 청와대 내부에서는 오히려 “그 반대”라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북핵 해법,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갈등,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개정 등 청와대를 긴장하게 했던 쟁점들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발 양보하는 모습을 보였고 우리도 실리를 챙길 만큼 챙겼기 때문이죠. 다만 정상외교는 우호를 다지기 위한 이벤트적 성격이 강한 만큼 양국 현안에 대해선 더 시간을 갖고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메아리= 그런 면에서 11일 한중 정상회담이 중요합니다. 일단 사드 문제 봉합을 위한 중국과의 합의를 미국이 양해했고 균형외교 논란도 잘 둘러댄 상황에서 미국을 더 걱정시킬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강대국 사이에서 우리 이익을 지키기 위해선 더 현명하게 전략적으로 움직여야겠죠. 그렇다고 오락가락해도 된다는 건 아니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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