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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한국당의 보수대통합이 불가능한 이유

입력
2017.11.06 14:21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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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이 박근혜 전 대통령을 출당 조치함에 따라 다양한 정계개편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다. 바른정당의 일부 의원들이 복당 명분을 얻은 것으로 판단하고 복당을 공식화, 바른정당의 교섭단체로서의 위상이 휘청거리고 정책연대를 통해 국민의당과의 친밀도를 높이고 있다. 자유한국당의 홍준표 대표는 친박 세력의 청산을 통한 보수대통합을 외치고 있지만 결코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최근 자유한국당이 주도하는 보수혁신과 보수대통합이 몇 가지 이유에서 국민은 물론 정치권의 호응을 얻는 데 실패했다. 첫째, 제대로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통령 탄핵과 조기 대선 패배에 이르기까지 자유한국당은 지지자와 국민에게 진심으로 사과하지 않았다. 모든 책임을 일부 친박 의원들에게 돌리고 있다. 최순실-박근혜 게이트는 보수세력 모두의 공동 책임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국정 운영 실패와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전용 의혹 등은 다양한 방식으로 통치에 함께 참여한 정부와 여당의 공동 책임이다.

둘째, 보수 혁신을 알맹이 없이 말로만 떠들 뿐, 아무런 구체적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다. 박 전 대통령 출당은 상징적 의미만 가질 뿐 소위 ‘적폐’의 구세력을 청산하기 위한 실질적

성과가 될 수 없다. 7월 전당대회 후 당을 환골탈태해 국민신뢰를 회복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아직도 친박 청산이란 과거의 문제로 품격을 잃은 채 미래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총 국회 의석의 3분의1 이상을 가진 정당의 지지율이 한 자릿수에 불과한 것이 현실이다.

셋째, 자유한국당은 아직도 국민이 바라는 시대정신을 외면하고 있다. 조기 대선을 통해 나타난 시대정신은 크게 두 가지로 기득권 타파인 적폐청산과 다당제를 통한 협치이다. 지금도 자유한국당은 특정 지역·세대에 의존한 기득권을 고수하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당장 내년 지방선거에서 영남지역의 승리를 위해 얄팍한 명분의 보수대통합을 외치고 있다. 국회의원직 고수를 위해 자신들의 후원자이자 선거운동원인 지방의원들의 당선을 위해 국민들의 비판에 귀를 닫고 있다.

국민들이 바라는 또 다른 시대정신은 협치의 다당제이다.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당이 38개 의석과 정당투표 2위를 차지함에 따라 과거의 지역주의에 의존한 왜곡된 다당제가 아닌 정상적인 새로운 다당제 정치구도가 형성되었다. 87년 헌정체제 하에서 제왕적 대통령제와 국회의원 소선거구제가 양산한 승자독식의 갈등적 양당제에 국민들이 레드 카드를 뽑은 것이다. 이러한 민심과 역행하면서 자유한국당은 정부의 방송장악 의도를 문제 삼아 국정감사를 보이콧했다가 빈손으로 복귀했다. 어떠한 명분이라도 국회의원이 국회를 박차고 나가는 것은 협치의 토대인 정상적인 국회운영을 방해하는 것이다. 협치는 의원들 스스로 국회를 존중하는 데서 시작한다.

보수 혁신은 오히려 바른정당이 주도하는 게 더 적절하다. 자신들의 재선을 위해서라면 당장 자유한국당과 합당하는 것이 득이 되는데도, 보수 혁신의 명분을 위해 기득권을 포기하고 버티고 있다. 현역의원 20명이 최소 조건인 교섭단체 구성이 무너져 국고보조금 혜택이 줄어들 수 있지만 새누리당 탈당의 명분인 개혁적 보수의 길을 묵묵히 가다 보면 국민의 지지는 저절로 올라갈 것이다. 다만, 기득권 지키기에 혈안이 된 철새정치인을 거부하고 국민의당을 비롯한 어느 당과도 서민과 국가를 위한 정책 입법을 주도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있다.

자유한국당이 주도하는 보수혁신과 보수대통합은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 바른정당의 자강파와 국민의당의 중도개혁 세력이 동조할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이 재창당 수준의 놀랄 만한 변신을 시도하고 친박 청산이 아닌 개혁 보수의 콘텐츠와 성과를 보여줘야만 보수대통합의 길에 합류할 수 있다. 당장의 기득권에 집착해 보수혁신을 외면한다면 보수 궤멸의 책임에서 결코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윤종빈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ㆍ미래정치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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