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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의 달인’ 잠자리, 인도-아프리카 왕래 7000㎞ 날기도

입력
2018.04.28 04:4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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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의 무늬가 바다거북의 등 무늬와 닮아 바다거북의 한 종류인 ‘대모’라고 이름 붙여진 대모잠자리 수컷. 국립생태원 제공
날개의 무늬가 바다거북의 등 무늬와 닮아 바다거북의 한 종류인 ‘대모’라고 이름 붙여진 대모잠자리 수컷. 국립생태원 제공

우리나라의 멸종위기 야생생물 중 잠자리가 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꼬마잠자리, 노란잔산잠자리, 대모잠자리 3종이나 포함되어 있습니다. 개발에 따른 서식지 훼손으로 인해 그 수가 급격히 줄거나 종의 분포가 매우 한정적이기 때문에 환경부에서 멸종위기 야생생물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그 중에서 대모잠자리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대모잠자리의 대모(玳瑁)라는 말은 바다거북의 한 종류로, 날개의 무늬가 이 바다거북의 등 무늬와 닮아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국내 서해안과 경기 김포 등 일부 지역에서만 몇 마리가 관찰되어 2012년 환경부가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습니다.

잠자리는 이로운 곤충일까 해로운 곤충일까

현재 존재하는 잠자리 종류는 전 세계에 약 5,000여종이 있습니다. 이중 가장 큰 종류는 15㎝를 넘고, 가장 작은 종류는 2㎝ 정도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잠자리목(Odonata)이라는 그리스어가 ‘이빨이 있는 턱(toothed jaws)’을 의미하는 데서도 알 수 있는 것처럼 잠자리목의 성충 및 유충은 강한 턱을 가진 육식성 곤충입니다. 잠자리는 유충과 성충이 모두 강력한 포식자이며 대부분의 섭식활동은 유충단계에서 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어린 유충은 주로 동물플랑크톤을 섭식하고 다소 성숙한 이후의 유충은 파리나 모기류의 유충을 주로 먹으면서 수중생태계의 먹이사슬 관계에서 2차 및 3차 소비자로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잠자리는 유충과 성충의 시기에 해충을 섭식함으로써 사람에게는 익충으로 여겨지지만 왕잠자리나 부채장수잠자리와 같은 대형 종류의 유충들은 올챙이나 물고기의 치어까지 포식함으로써 양어장 등에는 치명적인 영향을 주기도 합니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하나인 꼬마잠자리 암컷. 국립생태원 제공
멸종위기 야생생물 하나인 꼬마잠자리 암컷. 국립생태원 제공

비행과 사냥의 달인

지구상에서 가장 비행능력이 뛰어난 생물은 무엇일까요? 새 또는 항공기술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잠자리의 비행능력을 아직 따라 갈 수 없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새처럼 날개 자체에 근육이 있는 것이 아니고, 몸통 가슴부분에 있는 날개근육과 날개가 ‘관절’로 이어져 있어 각 날개들을 컨트롤할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한 날개에 6개나 되는 근육들이 붙어 있어 정지비행 및 고난이도의 비행도 가능합니다. 잠자리의 정지비행을 많이들 보셨을 겁니다. 벌새가 1초에 약 70번의 날갯짓으로 정지비행을 한다면 잠자리는 1초에 20~30번의 날개짓으로 정지비행을 하죠. 헬리콥터가 바로 잠자리의 날개와 비행원리를 통해 만들어졌습니다. 최근 5㎝의 작은 크기지만 1년 동안 인도와 아프리카를 왕래하며 약 7,000㎞를 비행하는 잠자리가 확인되기도 했습니다. ‘세계 최장거리 비행’을 하는 이 잠자리는 시속 50~60㎞로 날 수 있습니다.

잠자리에게 있어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머리에 있는 큰 눈입니다. 그 눈은 ‘겹눈’이라고 하는데요, 머리 중앙에 3개의 ‘홑눈’이 더 있답니다. 그 겹눈 안에는 약 1만 2,000~1만 8,000개의 ‘낱눈’이 있어 한 자리에서도 머리를 돌리지 않고 넓은 지역을 볼 수 있으며, 아주 작은 움직임도 포착할 수 있어 작은 벌레를 사냥하는데도 무리가 없습니다. 먹이 사냥 궤도를 추적하여 사냥함으로서 성공률 95%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대모잠자리는 다른 잠자리들과 같이 유충일 때는 물속에서 살아간다. 국립생태원 제공
대모잠자리는 다른 잠자리들과 같이 유충일 때는 물속에서 살아간다. 국립생태원 제공

잠자리 유충은 물속에서 어떻게 생활할까

성충은 육상에서 유충은 물속에서 살고 있는 잠자리에게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일까요? 바로 호흡입니다. 성충은 기문을 통해 공기 중에 산소를 직접 받아들이지만 물속에서는 이러한 기능을 할 수 없죠.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특별한 호흡장치인 ‘기관 아가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항문의 바로 안쪽에 직장이 있어 항문으로 물을 흡입하여 그 중에 산소를 섭취하고 이산화탄소를 물에 섞어 내보내는 호흡을 합니다. 또한 헤엄을 치지 못해 주로 기어 다니며 이동을 하는데, 호흡을 위해 항문에 흡입된 물을 로켓처럼 발사하여 위협에서 벗어나기도 합니다.

대모잠자리 생태와 서식지

대모잠자리는 한국을 포함한 일본과 중국에 분포하고 있습니다. 성충의 경우 배 길이 24~31㎜, 뒷날개 길이 30~34㎜이며, 몸은 갈색 바탕에 등줄이 검게 보입니다. 미성숙일 때에는 옅은 갈색이다가 성숙하면 점차 흑갈색으로 짙어지며, 날개 전연(前緣ㆍ앞쪽 가장자리)과 기부(基部ㆍ몸통과 날개가 만나는 부분), 가운데 날개 끝 부위에 갈색 점무늬가 나타나는 것이 다른 잠자리와 쉽게 구별할 수 있는 가장 큰 특징입니다. 또한 대모잠자리는 다른 잠자리들과 같이 알과 유충 시기에는 물속에서 살아가는 대표적인 수서곤충입니다. 유충의 경우 몸길이 19~21㎜로 긴 타원형에 몸 색깔은 갈색입니다. 몸 전체에 가는 털이 많고, 겹눈에 짙은 갈색 띠 모양으로 연결되어 있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연못 주위에 소규모의 영역을 확보한 후 갈대의 줄기에 앉아 영역 경계활동을 하며, 암컷과의 짝짓기는 단지 몇 초 만에 끝을 냅니다. 암컷은 수컷의 경호를 받으며 수생식물 주위를 비행하면서 배 끝부분으로 수면을 치듯이 수면 또는 수중에 직접 알을 낳는 ‘타수산란’을 합니다. 산란된 알은 약 1주일 후 부화하여 12회 탈피를 거쳐 월동에 들어갑니다. 10개월의 유충시기를 보내고 다음해 4월 하순부터 6월까지 출현하여 성충으로 활동하기 때문에 5월에 가장 많은 개체 수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대모잠자리의 주요 서식지는 갈대와 같은 수생식물이 많습니다. 또 바닥 층에 식물이 퇴적하여 유기질이 풍부한 갯벌이나 연못, 습지 등 수변지역에서도 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이같은 환경이 발달해 있는 곳은 서해안 근교의 연못에서 주로 확인됩니다. 가끔 내륙에서도 갈대가 많이 우거진 오래된 연못, 둠벙 등에서도 찾아 볼 수 있습니다.

대모잠자리 암컷은 수컷의 경호를 받으며 수생식물 주위를 비행하면서 ‘타수산란’을 한다. 국립생태원 제공
대모잠자리 암컷은 수컷의 경호를 받으며 수생식물 주위를 비행하면서 ‘타수산란’을 한다. 국립생태원 제공

대모잠자리가 멸종위기 야생생물로 지정된 이유

대모잠자리는 주로 도시 인근 연못 등에 서식하는데 도시의 개발과 확장으로 인해 근래에 급격히 서식지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이에 국제자연보전연맹(IUCN) 지정 멸종위기종이며, 2012년 5월 31일에는 환경부가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으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습니다. 가끔 대모잠자리와 생김새가 유사한 넉점박이잠자리와 혼동하는 경우가 있는데 넉점박이잠자리는 산지와 구릉지의 연못과 습지에 서식하고 있어 큰 차이가 있습니다. 대모잠자리외에도 노란잔산잠자리와 꼬마잠자리도 환경부가 멸종위기 야생생물Ⅱ급으로 지정해 보호 하고 있는데요. 꼬마잠자리는 목논에서, 노란잔산잠자리는 구릉지 하천의 중류지역 모래층에서 서식하고 있는데 서식지 훼손과 개발로 인해 멸종위협을 받고 있어 우리가 앞으로 계속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종들입니다.

이제 인공습지에서 볼 수 있는 대모잠자리

대모잠자리 국내 최대 서식지로 알려진 국립생태원 야외습지공간은 2012년에 18만㎡규모로 조성된 인공습지입니다. 2016년~2017년까지 2년 연속 100마리 이상 서식하고 있다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대모잠자리가 국내 인공습지에서 서식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은 처음입니다. 비록 개발에 의해 서식지가 훼손되거나 줄어들어 멸종 위기에 놓인 생물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지만, 엄격하고 지속적인 관리와 보전노력을 통해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해 준다면 사라져가는 생물들을 지키고 보호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박영준 국립생태원 융합연구실 연구기획관리팀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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