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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숙사에 살면 되지 않냐고?" 허탈한 대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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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숙사에 살면 되지 않냐고?" 허탈한 대학생들

입력
2015.05.1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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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대학 기숙사 수용률 10.4%

학점순으로 뽑고 비싼 요금도 문제

신축 땐 지역주민과 갈등까지 초래

"임대료 제한 등 규제 전무한 상태

정부가 개입해 공공성 회복해야"

경기 양평 집에서 매일 왕복 4시간씩 서울 성북구 고려대에 통학하는 대학생 박모(22)씨는 주변에서 “기숙사에 살면 되지 않느냐”고 물을 때 가장 속상하다. 고대는 현재 약 2만명의 학생이 재학 중인데, 학교 기숙사가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은 고작 2,200명에 불과하다. 11%라는 낮은 기숙사 수용률 탓에 기숙사 신청 경쟁률은 높고, 대학은 선발 기준으로 높은 학점을 요구한다. 고려대는 남학생이 약 2.5대 1, 여학생의 경우 3대 1이상의 경쟁률을 뚫어야 기숙사 입소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는 “주거권은 인간답게 살기 위한 생존권 아니냐”며 “기숙사가 학업 우수학생을 가려 선별하는 것은 기숙사라는 공공성을 해치는 행동”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기숙사 배정이 되어도 문제다. 비싼 기숙사 요금 때문이다. 연세대는 지난해 11월 준공한 기숙사 ‘우정원’의 기숙사비를 2인실 기준 학기당 133만8,000원으로 책정했다가 총학생회의 강한 반발을 샀다. 연대 재학생 손모(21)씨는 “비싼 기숙사비 탓에 근로장학생 아르바이트까지 신청하며 하루 6시간 이상 꼬박 일을 해야 하는 처지”라며 “대학의 기숙사가 더 이상 대학생의 주거문제 해결이라는 공공성을 담보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학생들이 높아진 기숙사 문턱 앞에 갈 곳을 잃고 있다. 턱없이 낮은 기숙사 수용률로 인해 기숙사 입소를 위한 학점 경쟁이 치열해지는 데다, 최근 서울 주요 대학들이 민자로 유치한 기숙사의 경우 기숙사비가 대학가 주변 원룸 시세에 육박하는 등 대학생 주거문제가 큰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대학알리미 공시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수도권 대학교 평균 기숙사 수용률은 10.4%에 불과했다. 올해 기준 대학생 약 218만명 가운데 88만명(40.5%)이 집을 떠나 살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대학 기숙사의 수용률은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대학들은 대학 부지를 이용해 기숙사를 늘리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지역주민과 이해관계가 충돌해 좌절되는 경우가 태반이다. 고려대는 2013년 12월 종암동 개운산 일대 학교부지에 학생 1,1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기숙사 신축 계획을 발표했지만 성북구의회와 구청이 녹지 훼손을 이유로 반대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학교 주변 주민들도 “학교가 기숙사를 늘리면 자취방 등을 운영하는 임대업자는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서울대는 지난해 관악구 낙성대 인근 학교부지에 대규모 기숙사 신축계획을 내놓았지만 서울시가 세부시설조정 계획 결정 고시를 내주지 않아 구청 허가가 미뤄지고 있고, 이화여대는 인근 주민들이 기숙사 신축 인허가에 대해 감사원 감사 청구까지 할 정도로 극렬하게 반대하고 있는 등 기숙사 신축을 둘러싼 분쟁이 한창이다.

대학생의 주거문제가 사회문제로까지 확대되자 정치권과 시민단체는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을 요구하고 있다. 11일 새정치민주연합 을지로위원회와 민달팽이유니온, 대학생주거권네트워크가 공동 주최한 ‘20대 주거문제 개선을 위한 토론회’에 참석한 임경지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은 “대학들이 경쟁적으로 민자 기숙사를 짓는 추세지만 민자 기숙사의 임대료 제한 등의 규제가 전혀 없다”며 정부의 규제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이어 “대학이 기숙사 수용률을 100% 달성할 순 없지만 적어도 서울과 수도권의 경우 의무 수용률을 정해 대학의 공공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토론에 참석한 손영하 경희대 기숙사 관장은 지자체와 지역사회의 협력 필요성을 피력했다. 손 관장은 “대학생들을 위한 주거시설을 원활하게 공급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지자체 및 지역사회의 협력이 필수”라며 “기숙사 신축에 반대하는 주민들을 위해 대학가 주변 원룸이나 자취방을 대상으로 리모델링이나 재건축 금융지원 등 혜택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현빈기자 hb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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