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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 촬영하려 공항 활보하는 홈마 골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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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 촬영하려 공항 활보하는 홈마 골머리

입력
2018.05.22 20:0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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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패션 사진 비싸게 거래

때와 장소 안가리고 찰칵… 찰칵

촬영 금지 보안구역서도 찍어

검색대까지 따라 들어가 촬영하고

구매 항공권 탑승 직전에 취소

일명 ‘홈페이지 마스터(홈마)’들이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에서 해외 공연을 위해 출국하는 유명 남성 아이돌 그룹 사진을 찍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일명 ‘홈페이지 마스터(홈마)’들이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에서 해외 공연을 위해 출국하는 유명 남성 아이돌 그룹 사진을 찍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지난 14일 인천국제공항 출국대기장에서 탑승을 기다리고 있는 유명 아이돌 그룹 주위를 일명 ‘대포 카메라(전문가용 고성능 카메라)’로 무장한 십 수명이 둘러싼 채 요란하게 사진을 찍고 있었다. 이들은 아침부터 공항 앞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연예인이 차에서 내리는 순간부터 따라붙으면서 연신 셔터를 눌러댔다. 연예인 사진을 직접 찍어 온라인 홈페이지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판매하는 ‘홈마(홈페이지 마스터)’가 이들의 정체다.

홈마들의 극성에 공항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공항 내를 활보하면서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려대는 통에 항공사와 다른 승객들은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공항은 연예인 일상을 사진에 담으려는 홈마들이 특히 좋아하는 장소 중 하나다. 출국수속과 대기 시간 등에 자연스러운 모습을 찍을 수 있는 건 물론, 소위 ‘공항 패션’을 차려 입은 연예인 사진을 건질 경우 비싸게 판매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보통은 같은 팬들끼리 만드는 플래카드용 등으로 소액 판매를 하는데, 유명 홈마의 경우 이런 사진들을 모아 화보집을 직접 만들어 팔면서 많게는 수백만원까지 짭짤한 수익을 얻기도 한다.

문제는 선을 넘어서는 행동이다. 일부 홈마들은 연예인과 비슷한 시간대 항공권을 구입해 공항 안까지 따라간다. 보안검색대와 출입국심사대 등 촬영 금지 보안구역에서 플래시를 터뜨리며 사진을 찍곤 하는 것이다. 고가 검색장비가 올려진 테이블에 올라가는 행동도 서슴지 않는다.

물론 처벌 대상이다. 항공보안법은 공항 보안검색 업무나 보호구역 출입통제 업무를 방해할 경우 5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촬영을 이유로 처벌을 받는 경우는 거의 없이 주의 수준에 그치면서 이들은 공항 직원들의 제지에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다.

일명 ‘홈페이지 마스터(홈마)’들이 출국수속을 밟은 뒤 입장할 수 있는 출국대기장과 공항 내 면세점에서 연예인 사진을 찍고 있다. 인터넷 캡처
일명 ‘홈페이지 마스터(홈마)’들이 출국수속을 밟은 뒤 입장할 수 있는 출국대기장과 공항 내 면세점에서 연예인 사진을 찍고 있다. 인터넷 캡처

사진을 찍은 뒤 항공권을 탑승 직전에 취소하는 것도 예사다. 항공사마다 다르지만 대개 구매 당일 취소한 항공권에는 환불수수료가 붙지 않는다. 홈마의 이 같은 꼼수로 정작 비행기를 타야 할 고객에게 피해를 입게 되는 것이다.

항공사는 사전에 막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실제로 피치 못할 사정이 생겨 당일 환불을 해야 하는 일반 고객도 있어 항공권 취소 자체를 문제 삼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탑승 직전에 취소할 경우 항공사 직원이 이들의 재입국심사, 보안검색, 환불절차를 동행하도록 돼 있어 불필요한 인력낭비까지 발생한다. 또 다른 항공사 관계자는 “가끔 유명 연예인에게는 출국 심사를 따로 받게 하는 등 조치를 취할 때도 있지만, 매번 계속 해주기도 어렵다”고 털어놨다.

일부 팬들은 이 같은 극성 홈마들 행태에 반감을 드러낸다. 자체적으로 공항 내 사진 촬영 금지 룰을 정해 공유하기도 한다. 그러나 상당수 홈마들은 “좋아하는 연예인을 보고 싶어하는 팬들 심정을 대리충족해주는 것”이라며 문제없다는 반응이다.

이근영 한국교통대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위험물 소지나 난동이 아닌 이상 주의를 주는 것 이상으로 제재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면서도 “공항 안전에 위협이 되지 않도록 연예인 촬영 문화 가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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