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트럼프, 상대를 잘못 골랐나… 교황과의 설전 점입가경

알림

트럼프, 상대를 잘못 골랐나… 교황과의 설전 점입가경

입력
2016.02.19 20:00
0 0
프란치스코 교황(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경선 후보
프란치스코 교황(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경선 후보

미-멕시코 국경서 교황 미사 예정되자 트럼프 “교황은 매우 정치적 인물”

“다리 대신 장벽 건설은 신의 뜻 아냐… 그는 기독교도 아니다” 교황 반박에

“교황청 IS 공격 받아 봐야” 막말 쏟아내

미국 공화당 대선 경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와 프란치스코 교황 간 양측의 설전이 점입가경이다. ‘막말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켰던 트럼프가 이제는 교황에까지 칼끝을 겨누고 있고, 교황측도 ‘정치적 인물’로 몰아가는 트럼프의 막말에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 대선이 도널드 트럼프 대 교황의 구도로 흘러가고 있다”라는 분석까지 나온다.

양측의 설전은 지난 12일(현지시간) 트럼프가 폭스비즈니스 네트워크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교황이 매우 정치적 인물이라고 생각한다”고 발언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멕시코 방문을 앞두고 있던 교황이 미국-멕시코 국경지대에서 대규모 미사를 집전하고 미 대선 최대 쟁점으로 부상한 이민자 문제에 대해 언급할 것으로 알려지자 트럼프가 독설을 쏟아낸 것이다. 트럼프는 “미국과 멕시코간 열린 국경이 얼마나 위험한 지 교황은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라며 “멕시코가 현 장벽 없는 국경을 그대로 유지하고자 교황에게 국경지대 미사를 시킨 것”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는 공화당 대선 경선 후보에 오른 이후 미-멕시코간 국경 설치, 1,100만 불법이민자 추방 등을 공약해 왔다.

트럼프의 날 선 공세에 교황측도 발끈하고 나섰다. 페데리코 롬바르디 바티칸 대변인은 16일 “교황은 멕시코 이민 정책의 도구가 아니다”라며 교황을 멕시코 정부가 시키는 대로 하는 사람인 듯 표현한 데 대해 불쾌감을 드러냈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18일 멕시코 방문을 마치고 바티칸으로 돌아가는 교황 전용기에서 “미국-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세우려는 사람은 그 누구도 기독교도가 아니다”라고 트럼프의 반(反) 이민정책을 겨냥했다. 교황은 “다리 대신 장벽 건설을 생각하는 사람은 기독교도가 아니다. 신의 뜻이 아니기 때문이다”라며 “트럼프가 이런 식으로 말했다면 그는 기독교도가 아니다(not christian)”라고도 했다. 기독교 장로교도로서 대선 공약은 물론 신앙에 상처를 입게 된 트럼프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그는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유세 도중 긴급 성명을 내고 “교황이 내 믿음에 의문을 제기했다. 적어도 종교지도자라면 다른 사람의 종교나 신앙을 문제 삼을 권리는 없다”라고 거세게 비판했다. 그는 특히 “바티칸이 이슬람국가(IS)의 공격을 받아야, 뒤늦게 교황은 ‘트럼프가 대통령이 돼야 했다’라고 기도할 것”이라고 막말을 쏟아냈다. 트럼프 측 소셜미디어 담당자도 자신의 트위터에 벽으로 완전히 둘러싸여 있는 바티칸 시티의 사진을 올리고 “바티칸 시티도 100% 벽으로 둘러 싸여 있다”라며 트럼프의 장벽 공약을 공격한 교황을 비꼬았다.

미 대선 유력후보와 12억 가톨릭교 수장간 설전에 정계도 주목하고 있다. 영국 방송 BBC는 19일 ‘미 대선, 트럼프 vs 교황. 누가 이길까’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트럼프가 12억 가톨릭 신자들을 적으로 돌리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온라인에서도 지난 2013년 3월 프란치스코 교황 즉위 당시 트럼프가 트위터에 “새 교황은 나처럼 매우 겸손(humble)하다. 그래서 그를 많이 좋아한다”라고 쓴 글을 토대로 “한때 교황을 좋아했던 트럼프가 이제 와서 정치적 견해가 다르다는 이유로 헐뜯고 있다”라는 비난이 나온다.

한편 트럼프는 지난해 9월 교황의 방미 때에도 “교황은 매우 정치적”이라며 “IS가 바티칸을 침공하려 한다는 점을 교황에게 일깨워 줄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강주형기자 cubi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