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 참, 두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가 않아서 계속 들여다보게 되네.”
‘세기의 담판’이라 불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만남이 성사된 12일 오전, 지하철에서 스마트폰으로 북미 정상회담 중계를 보던 김우창(52)씨는 스마트폰에서 한동안 눈을 떼지 못했다. 김씨는 “30년 전쯤 TV로 고르바초프(옛 소련 공산당 서기장)와 조지 부시(미 대통령)의 만남을 봤던 거 같은데, 여러모로 지금과 비교가 되면서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10시 양국 정상의 만남이 이뤄진 그 순간, 시민들은 곳곳에서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양국 정상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봤다. 택시기사 박관수(59)씨는 “택시를 잠시 세워두고 휴대폰으로 두 사람이 악수하는 모습을 봤다”며 “아들, 딸이 전쟁 걱정 없는 나라에서 살 수 있게 되는 건지, 꿈만 같다”고 했다.
회담이 흥미롭긴 외국인도 마찬가지였다. 우루과이에서 왔다는 알베르토(38)씨는 “일주일간 한국 여행 중인데 때마침 북미 정상회담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이번 만남이 전세계에 평화를 정착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해외의 뜨거운 관심을 반영하듯 이날 서울역과 서울고속버스터미널 등 시민들이 모이는 곳에는 취재에 분주한 외신 기자들 모습이 눈에 띄었다.
네티즌들 관심은 더욱 뜨거웠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회담 모습을 캡처한 사진과 함께 ‘비현실적’ ‘믿기지 않는다’ 등 흥분된 반응이 줄을 이었다. 특히 전날 저녁 김 위원장이 싱가포르 시내로 ‘깜짝’ 관광을 나선 사실이 알려지자 김 위원장을 목격했다는 각종 ‘인증샷’이 온라인으로 쏟아졌다. 싱가포르 비비안 발라크리쉬난 외무장관이 김 위원장과 함께 찍은 ‘셀카’를 올린 개인 SNS에는 1만개가 넘는 ‘좋아요’와 1,000개에 달하는 댓글이 달렸다.
회담 내용을 두고는 반응이 엇갈렸다. 직장인 김우현(30)씨는 합의문에 종전과 비핵화가 직접적으로 명시되지 않은 것을 두고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더니, 전화로 해도 되는 이런 합의를 하겠다고 호들갑을 떨며 모인 건가 싶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반면 대학생 박은하(26)씨는 “외교라는 게 결과도 중요하겠지만 (만남이라는) 보여지는 모습만으로도 성과가 있었다고 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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