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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경구 “살 빼야 하면 빼는 게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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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경구 “살 빼야 하면 빼는 게 배우”

입력
2017.09.05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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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경구는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 이후 캐릭터를 보는 눈이 달라졌다”며 “습관처럼 연기하지 않기 위해 더 긴장하게 된다”고 말했다. 쇼박스 제공
설경구는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 이후 캐릭터를 보는 눈이 달라졌다”며 “습관처럼 연기하지 않기 위해 더 긴장하게 된다”고 말했다. 쇼박스 제공

배우 설경구(49)는 연기로 시간을 주무른다. 세월을 거스르거나 때론 내달려 그 흔적을 반드시 얼굴에 새긴다.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6일 개봉)에선 후자였다. 바짝 마른 얼굴은 주름졌고 육체는 시들었다. 촬영을 앞두고 체중을 10㎏이나 줄여서 입힌 ‘노화’다. 날마다 2시간씩 줄넘기 1만개를 했다.

설경구에겐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영화 ‘오아시스’(2002) 때는 18㎏을 감량했고, ‘역도산’(2004)에선 28㎏을 찌웠다가, ‘공공의 적2’(2005)를 위해 한 달 만에 16㎏ 가량 뺐다. 그는 “찌워야 하면 찌우고, 빼야 하면 뺐다”고 대수롭지 않게 말한다.

다만 ‘살인자의 기억법’에선 그렇게 단순한 이유만은 아니었다. 그가 연기한 주인공 병수는 딸 하나를 둔 50대 후반 노인이면서 17년 전 연쇄살인을 그만둔 범죄자다. 게다가 알츠하이머에 걸려 기억을 잃어가고 있다. 최근 서울 삼청동에서 마주한 설경구는 “병수의 얼굴이 어떻게 생겼을지 궁금했다”고 말했다.

“이 영화에선 캐릭터가 얼굴에서 드러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병수가 어떤 인생을 살아왔는지 들여다봤죠. 살을 빼는 건 기본이었고 가발도 여러 종류 써보면서 얼굴을 만들어 갔어요. 요즘 50대는 청년이잖아요. 60대로 보이고 싶어 욕심도 냈죠. 그러면서 캐릭터의 얼굴에 관심이 많아졌어요.”

특수분장은 일찌감치 배제했다. 영화 ‘나의 독재자’(2014)에서 김일성 대역배우를 연기하며 특수분장의 어려움을 이미 경험했다. “특수분장을 하면 7시간 이상 촬영하기 힘들어요. 내 피부가 아니니 얼굴 근육을 자유롭게 움직이기도 어렵고요. 분장에만 4~5시간이 걸리다 보니 항상 몽롱한 상태로 카메라 앞에 서게 되더군요. 병수를 역동적으로 표현하는 데 도리어 방해가 될 거 같았어요.”

설경구는 극한의 체중 감량과 근육의 떨림으로 50대 후반 연쇄살인범 캐릭터를 빚어냈다. 쇼박스 제공
설경구는 극한의 체중 감량과 근육의 떨림으로 50대 후반 연쇄살인범 캐릭터를 빚어냈다. 쇼박스 제공

영화는 김영하 작가의 동명 소설을 토대로 만들어졌다. 알츠하이머에 걸린 연쇄살인범이라는 설정은 같지만 줄거리는 다르게 뻗어간다. 병수가 또 다른 연쇄살인범 태주(김남길)로부터 딸을 지키기 위해 기억과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를 스릴러 장르로 풀어 냈다.

설경구는 알츠하이머 표현을 두고 특히 고심했다. 다큐멘터리를 찾아 보고 원신연 감독과도 머리를 맞댔다. 얼굴 근육의 미세한 뒤틀림과 함께 찾아오는 망각은 그렇게 찾아낸 답이다. “몸은 기억하는데 머릿속 기억은 사라진다니, 어쩌면 또 다른 죽음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연기를 어떻게 해야 할지 정말 암담했죠. 누군가에게 경험을 물어볼 수도 없잖아요. 문득 나이 드는 게 무섭게 느껴지기도 했어요.”

설경구의 소름 돋는 연기는 미리 영화를 본 관객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자자하다. 그런데 한편에는 늙어버린 설경구의 모습에 속상해할 이들도 있을 것 같다. 영화 ‘불한당’(2017)을 사랑하는 팬덤, ‘불한당원’들이다. 설경구는 ‘불한당’에서 비열하면서도 섹시한 매력을 보여줘 ‘꾸꾸’ ‘설탕’이란 애칭까지 얻었다. 개점 휴업 상태이던 팬카페도 다시 북적이고 있다. 설경구는 “이런 일은 처음이라 얼떨떨하다”며 “팬들에게 절하고 싶다”고 했다. “팬들 표현으로 ‘화력’이라고 하는데 엄청나게 큰 힘이 됩니다. 그렇기에 더 책임감도 생기고 작품을 고를 때 신중해져요. 제가 보답할 방법은 그것밖에 없으니까요.”

지난달에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촬영을 마쳤고, 다음달엔 ‘한공주’(2014) 이수진 감독의 신작 ‘우상’ 촬영을 시작한다. “한때는 습관처럼 연기를 했다”고 고백하며 “이제서야 새로움을 추구하게 됐다”는 설경구의 달라진 선택이다. “노력한다고 늘 좋은 결과가 나오는 건 아니에요. 그렇다고 노력을 안 하면 100% 티가 나요. 캐릭터를 고민하는 과정이 쉽지는 않지만 즐겁습니다. 이런 게 새로움인 것 같아요.”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설경구는 영화 ‘불한당’으로 팬덤을 얻었다. 주로 20~30대 여성들이다. 그는 “넘치도록 큰 사랑에 감사할 뿐”이라고 말했다. 쇼박스 제공
설경구는 영화 ‘불한당’으로 팬덤을 얻었다. 주로 20~30대 여성들이다. 그는 “넘치도록 큰 사랑에 감사할 뿐”이라고 말했다. 쇼박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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