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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탈루냐 “민주적 저항” 불구 힘은 빠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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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탈루냐 “민주적 저항” 불구 힘은 빠져

입력
2017.10.29 16:21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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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성이 28일 스페인 카탈루냐 주도 바르셀로나에서 카탈루냐 깃발을 든 채 거리를 걷고 있다. 바르셀로나=AP 연합뉴스
한 남성이 28일 스페인 카탈루냐 주도 바르셀로나에서 카탈루냐 깃발을 든 채 거리를 걷고 있다. 바르셀로나=AP 연합뉴스

카탈루냐의 지난 1일 독립 주민투표 이후 다툼을 이어 온 스페인 중앙정부와 카탈루냐 자치정부가 결국 각각 ‘자치권 박탈’과 ‘일방 독립선언’이라는 최후의 선을 넘었다. 카를레스 푸지데몬 자치정부 수반은 스페인의 자치권 박탈에 ‘민주적 반대’를 선언했지만, 국제사회가 카탈루냐의 일방 독립선언에 냉담한 태도를 보이고 있고 내부 분위기도 좋지 않아 실제 독립을 얻기에는 힘이 부친 상황이다.

푸지데몬 수반은 28일(현지시간) 전날 스페인 중앙정부의 카탈루냐 자치권 박탈 및 의회 해산이라는 초강경 결정에 대응해 “우리가 지금까지 이룬 것을 지키기 위한 최선의 길은 (자치권 박탈을 규정한)헌법 155조 적용에 민주적으로 반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푸지데몬 수반은 ‘반대’ 앞에 ‘민주적’이라는 수식어를 붙여, 중앙정부의 강제집행에 무력으로 대응하는 ‘내전’ 상태만은 회피하겠다는 의사를 보였다.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가 전날 카탈루냐 의회 해산과 조기 총선(12월 21일)을 명령했는데, 푸지데몬 수반의 ‘민주적’이란 표현은 이 총선 참여를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중앙정부의 이니고 멘데즈 데 비고 대변인은 “비록 푸지데몬이 직위에서 해임됐으나 정치를 계속할 권리는 있다”며 “선거 참여를 통해 ‘민주적 반대’를 실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록 카탈루냐 주민들이 독립투표에 큰 지지를 보냈지만 실제 독립에는 곤란을 겪을 것이라는 점은 이미 예견된 바 있다. 국가 주권의 절대성이 보장되는 현 체제에서 독립을 인정받으려면 각국이 카탈루냐를 독립국가로 ‘승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또 현실적으로 중앙정부가 독립을 인정할 리 없는 상황에서 카탈루냐 자치정부로서는 유럽연합(EU) 등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개입을 기대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EU를 비롯한 세계 각국은 스페인 중앙정부의 입장을 고려해 냉정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특히 EU는 카탈루냐의 분리독립을 인정할 경우 스페인의 바스크, 벨기에의 플랑드르, 이탈리아 북부 등 분리주의 가능성이 있는 다른 지방을 자극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프랑스 BFMTV에 따르면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EU는 더 이상 분리될 수 없다. 내일 EU 회원국이 95개로 늘어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독일, 미국, 영국, 프랑스는 물론 우크라이나와 터키 외교부도 카탈루냐를 독립국가로 승인할 의사가 없다고 발표했다. 단 카탈루냐처럼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추구하는 스코틀랜드는 “스페인에 독립을 반대할 권리가 있으나 카탈루냐의 입장도 이해한다”고 밝혔다.

서구 언론은 카탈루냐의 독립이 이처럼 외면받는 상황을 2008년 세르비아로부터 독립을 선언하고 유엔 회원국 193개국 중 111개국의 지지를 받은 코소보와 비교했다. 코소보는 1999년 유고슬라비아의 코소보 공격으로 심각한 인도주의 위기에 빠졌기에 명분도 있었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와 EU가 친세르비아 성향인 러시아를 견제하려는 의도로 코소보를 지지한 현실적인 배경도 있었다. 반면 카탈루냐는 주민투표 당일 폭력사태 외에 직접적인 인도주의 위기를 겪은 일이 없을 뿐 아니라 스페인이 EU와 나토의 회원국이라는 점 때문에 지지를 거의 받지 못하고 있다.

독립을 위해 단일대오를 형성해야 할 카탈루냐 내부의 분위기도 좋지 않다.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DW)는 독립투표 직후 독립을 지지하는 열기로 가득 찼던 거리와 달리 현재는 열정이 소진됐다고 카탈루냐 주도 바르셀로나의 분위기를 전했다. 몇몇 사업체들이 이탈하면서 불안감이 커진 데다, 중앙정부와 대결 구도가 장기화하면서 의회 내 독립파가 조기총선을 선언하자는 온건파와 일방 독립선언을 하자는 강경파로 양분됐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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