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아주 싸거나, 웃기거나… 대형마트의 생존법

알림

아주 싸거나, 웃기거나… 대형마트의 생존법

입력
2018.06.27 18:27
수정
2018.06.27 19:38
21면
0 0

온라인 시장 등 대응전략으로

신세계 ‘삐에로 쇼핑’ 첫선

생필품부터 취미, 성인용품까지

빼곡히 진열해 보는 재미 추구

홈플러스는 박스 단위 포장 내놔

요즘 국내 유통업계에선 독일계 초저가 할인마트인 리들과 알디의 성공신화가 가장 큰 화두이다. 대형마트보다 저렴한 가격을 내세운 이들 ‘하드 디스카운트 스토어’(HDS)는 독일에서 시작해 유럽을 휩쓴 뒤 미국까지 진출하며 까르푸, 테스코, 월마트 등 현지 거대 업체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대형마트의 대안으로 떠오른 HDS는 품목당 상품 종류를 최소화하고 자체 브랜드(PB) 상품을 70~80%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한편 상품 진열과 정리에 들이는 노동력을 최소화해 인건비를 줄여 상품 가격을 온라인이나 창고형 할인점보다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다.

1, 2인 가구의 확대, 온라인 시장의 확대, 정부 규제 강화로 인해 성장이 가로막힌 국내 대형마트 업체들도 수익성 악화를 타개할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업계 1위인 이마트의 영업이익은 신세계에서 법인을 분리한 이듬해인 2012년 7,759억원을 기록한 뒤 줄곧 내리막길을 걷다 지난해 5,669억원까지 떨어졌다. 5년 만에 27%나 줄어든 것이다. 2위 업체인 홈플러스의 영업이익도 2012년 3,292억원에서 지난해 2,403억원으로 27% 감소했다. 300억원대를 유지하던 롯데마트의 영업이익도 최근 20억원대로 뚝 떨어졌다.

대형마트 점포 수도 점점 줄고 있다. 2016년 147개까지 늘었던 이마트는 지난해 2곳이 줄어든 데 이어 올해 두 곳이 추가로 줄어 143개로 감소할 전망이다. 142개의 점포를 보유하고 있던 홈플러스도 올해 두 곳의 영업을 중단할 계획이어서 연말이면 140개로 축소되고, 롯데마트는 이달 말 동대전점이 영업을 중단하게 되면 123개에서 122개로 줄어든다.

이 같은 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곳은 이마트다. 창고형 할인매장인 이마트 트레이더스를 14개까지 늘린 데 이어 28일 일본의 돈키호테를 참고한 ‘삐에로 쑈핑’을 서울 강남구 스타필드 코엑스몰에 첫선을 보인다. 대형마트를 찾지 않는 고객을 트레이더스와 삐에로 쑈핑으로 흡수하겠다는 계획이다. 트레이더스 매출은 2012년 5,640억원에서 지난해 1조5,214억원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트레이더스가 가족 중심 소비자를 겨냥했다면 삐에로 쑈핑은 20, 30대 젊은 세대를 타깃으로 한다. 삐에로 쑈핑은 대형마트에서 다루는 상품부터 성인용품, 취미용품, 명품까지 다양한 제품을 다루는데 깔끔하고 정돈된 느낌의 일반 마트와 달리 어지러울 정도로 빈 공간 없이 빼곡하게 진열된 것이 특징이다. 구경하는 ‘재미’와 저렴한 ‘가격’으로 고객을 끌어들이겠다는 전략이다. 유진철 삐에로 쑈핑 브랜드 매니저는 “유통기한이 임박했거나, 부도 기업 상품 등을 활용해 초저가 상품들을 판매한다”며 “올해 서울 동대문과 논현동에 2, 3호점을 연 뒤 점차 매장을 확대해 향후 이마트의 신성장 동력이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 변화에 둔감했던 홈플러스도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27일 대구 칠성동에 일반 대형마트와 창고형 할인매장을 결합한 한국식 HDS ‘홈플러스 스페셜’을 선보였다. 창고형 할인점에서 파는 박스나 묶음 단위의 대용량 상품과 슈퍼마켓이나 대형마트에서 구매할 수 있는 소용량 상품을 함께 판매해 1인 가구뿐만 아니라 3인 이상 가족, 자영업자까지 다양한 고객을 끌어들이겠다는 것이다. 박스 단위 진열 방식 등으로 작업 부담을 10분의 1 수준까지 줄여 비용을 최소화하는 등 리들과 알디의 전략을 일부 참고했다. 홈플러스는 올해 안에 전국 20개 기존 점포를 스페셜로 전환할 계획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는 국내 대형마트 업계에서 창고형 할인점만이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국내 시장 상황과 국내 소비자 정서에 맞춰 한국형 HDS 모델로 홈플러스 스페셜을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롯데마트는 대형마트의 기본에 충실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전국 5곳에서 운영 중인 창고형 할인매장 빅마켓을 확대하는 대신 기존 매장의 효율화를 극대화하는 방안으로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롯데마트 안에 생활용품, 주방용품, 의류, 신발, 장난감 등 특화매장을 마련해 고객을 끌어들이고 PB 상품을 늘려 가격을 더욱 낮추는 것이 목표다. 지난해 첫선을 보인 PB 브랜드 ‘온리 프라이스’ 상품이 전체 매출에서 25% 수준까지 확대되자 기존 제품군을 25개 품목에서 154개로 확대하기로 했다. 마트 내 ‘숍인숍’ 형태의 할인매장인 ‘마켓D’도 수원점을 시작으로 올해 4개를 추가로 열고 2020년까지 15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국내 마트업계도 장기적으로는 리들과 알디처럼 초저가 할인매장의 시대가 올 것”이라며 “좋은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매장 내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