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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발 거세지는 중동... 궁지에 몰린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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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발 거세지는 중동... 궁지에 몰린 미국

입력
2017.12.10 16:59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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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스 美 부통령 안 만나”

중동 지도자들 잇단 회동 거부

아랍연맹 “국제법 위반” 반발

리야드 알말리키 팔레스타인 외무장관이 9일 이집트 카이로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카이로=EPA 연합뉴스
리야드 알말리키 팔레스타인 외무장관이 9일 이집트 카이로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카이로=EPA 연합뉴스

지난 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선언한 가운데, 중동 지도자들이 미국 부통령과의 만남을 잇따라 취소하고 관련국들이 반발 목소리를 높이면서 미국이 궁지로 몰리고 있다.

9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집트 콥트교의 교황인 타와드로스 2세는 이달 중 중동 지역을 방문할 예정인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을 만나지 않기로 했다. 콥트교는 성명을 내고 “트럼프 대통령의 선언은 수백만 아랍인들의 감정을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라며 “20일 이집트 수도 카이로를 방문하는 펜스 부통령과의 면담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같은 날 팔레스타인자치정부 수반도 펜스 부통령과의 회담을 취소할 것이란 소식이 전해졌다. 리야드 알말리키 팔레스타인 외무장관은 이와 관련 “우리는 아랍국 형제들과 국제사회로부터 새로운 중재자를 찾겠다”고 언급했다. 8일에는 이슬람 수니파의 최고 지도자인 아메드 타예브가 펜스 부통령과의 회동을 취소했다. 그는 성명을 통해 “자신들이 소유하지도 않은 것을 마음대로 주는 ‘자격 없는 사람들’과는 같은 자리에 앉을 수 없다”며 접견을 거부했다.

중동 지역 국가들은 집단 반발하며 미국을 몰아 세우는 모습이다. 중동의 평화와 안전을 확보하고 아랍국가들의 주권과 독립을 지키기 위해 결성된 지역협력기구 아랍연맹은 10일 이집트 카이로에서 미국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한 선언을 무효화할 것을 촉구했다. 아랍연맹 소속 각국 외무장관들은 긴급 회의 직후 성명을 내고 “미국의 선언은 국제법을 위반하는 것이며, 또 다른 점령에 불과하다”며 해당 결정을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에 대해 “트럼프의 계획에 대한 아랍국의 비판은 지난 1월 트럼프 행정부 출범 때 그들이 보냈던 찬사와는 대조를 이룬다”고 설명했다. 알리 자파리 이란 혁명수비대 총사령관은 이날 “트럼프는 알쿠드스(예루살렘)의 알아크사 사원을 파괴하기 위해 이런 결정을 내렸다”라며 “예루살렘은 시온주의자의 무덤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은 현실을 인정한 것에 불과하다는 입장이지만 국제사회의 반응 역시 싸늘하다. 8일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스웨덴은 “예루살렘 지위는 이스라엘ㆍ팔레스타인 협상을 통해 정해져야 한다”고 지적했고, 일본은 “일방적 조치에 반대한다. 폭력이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웨덴 등 유럽 5개국은 이날 회의가 끝난 뒤 공동 성명을 내고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은 중동 평화에 도움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국제사회는 유대교와 이슬람교의 공동 성지라는 종교적 상징성 때문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측이 수도라고 주장하는 예루살렘에 대해, 어느 한 쪽의 주권도 인정하지 않고 있다. 1948년 건국과 함께 예루살렘 서쪽을 차지한 이스라엘이 1967년 제3차 중동전쟁에서 승리하면서 동예루살렘까지 점령했지만, 오랜 기간 이 지역에 정착해 살고 있던 팔레스타인인들은 이를 불법 점령으로 보고 있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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