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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등 금융그룹 자본규제 더 촘촘히... '부실 도미노'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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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등 금융그룹 자본규제 더 촘촘히... '부실 도미노' 막는다

입력
2018.04.26 04:4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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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ㆍ미래에셋 등 7개 그룹 대상

상호출자로 중복된 자본 제외

비금융계열사 지분 일부만 인정해

자본 부풀리기ㆍ일감 몰아주기 제동

업계 추가 자본 확충 ‘비상’

내부 거래 의존 등 리스크도 평가

재벌 겨냥한 금융 개혁 가속도

관련 법안 국회 통과 여부가 관건

미래에셋 삼성
미래에셋 삼성

# 미래에셋 그룹 지주회사 격인 미래에셋캐피탈은 지난 2월 신종자본증권을 300억원어치 발행해 계열사인 미래에셋대우의 보통주를 사들였다. 주식과 채권 혼합형인 신종자본증권은 금리가 일반 채권보다 높다. 미래에셋캐피탈이 고금리로 돈을 꿔 자회사에 자본금을 대준 것이란 해석도 가능하다. 자회사 자본 여력이 커진 것처럼 보이지만 모회사가 실적 악화로 빌린 돈을 제때 갚지 못하면 동반 부실의 위험도 적잖다.

당국이 꼽은 주요 그룹 리스크 송정근 기자
당국이 꼽은 주요 그룹 리스크 송정근 기자

# 삼성생명은 최근 삼성중공업이 유상증자를 하는 과정에서 391억원에 달하는 신주를 떠안았다. 조선업황 부진으로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는 삼성중공업을 금융계열사인 삼성생명이 측면 지원하고 나선 것이다. 그러나 사실상 보험계약자가 낸 보험료로 삼성중공업 살리기에 나선 것이란 지적도 없잖다. 삼성중공업이 부실해지면 신주를 떠안은 삼성생명 역시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금융그룹 통합감독 대상 송정근 기자
금융그룹 통합감독 대상 송정근 기자

삼성과 현대차 등 우리나라 주요 대기업은 대부분 보험사나 카드사 같은 금융사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이들이 갖고 있는 금융사는 여러모로 그룹에 큰 도움이 된다. 그룹 일감(내부거래)만으로도 안정적 수익을 거둘 수 있고, 계열사가 위기에 빠졌을 땐 측면 지원에 나설 수도 있다. 하지만 악마도 숨어 있다. 자칫 그룹이 부실해지면 금융사도 흔들릴 수 있는 것은 물론 금융사에 돈을 맡긴 소비자까지 피해를 볼 수 있다. 2013년 1조원대의 소비자 피해를 발생한 동양 사태가 그런 예다.

금융감독원이 이런 일을 막기 위해 7월1일부터 ‘금융그룹 통합감독’을 시행한다. 통합감독 대상으로 지정된 곳은 교보생명, 롯데, 미래에셋, 삼성, 한화, 현대차, DB 등 7개 금융그룹이다. 7곳에 대한 첫 그룹위험 실태 평가도 진행된다.

금융그룹 통합감독이 시행되면 이들 7개 그룹은 이전보다 훨씬 까다로운 자본 규제를 적용 받게 된다. 지금은 금융계열사간 자본의 합이 필요자본(금융업권별 최소요구자본)을 웃돌면 자본 규제를 갖춘 것으로 보지만, 앞으로는 금융계열사간 상호출자로 중복된 자본은 빼고 계산한다. 금융사가 갖고 있는 비금융계열사 지분도 전부가 아닌 일부만 자본으로 인정한다. 금융사가 수익의 상당 부분을 계열사에 의존하는 경우에도 자본 평가 때 차감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까다로운 자본 규제를 통해 금융그룹간 상호출자를 이용한 자본 부풀리기와 일감 몰아주기 등을 막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금융그룹 자본적정성 평가 방법 송정근 기자
금융그룹 자본적정성 평가 방법 송정근 기자

업계에선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삼성생명이 포함된 삼성금융그룹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생명의 자기자본은 31조원 수준으로 지급여력비율(RBCㆍ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보험금을 제때 지급할 수 있는지를 수치화한 것)은 기준치(100%)를 3배(317%)나 웃돈다. 하지만 전체 자본의 83%인 26조원이 삼성전자 지분인데, 새 규정에선 삼성전자 지분 전부를 자본으로 인정받지 못할 공산이 크다. 삼성전자가 흔들리면 삼성생명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비금융계열사 지분을 얼마까지 자본으로 인정할 지에 대한 산정기준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대략 당국이 정한 큰 틀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삼성생명은 최소 1조원의 자본을 추가로 쌓아야 한다. 당국은 나아가 금융사간 상호출자, 내부거래 의존도, 금융계열사를 동원한 계열사 지원 규모까지 반영해 자본적정성을 따질 계획이다. 삼성생명은 변액보험의 절반을 계열사인 삼성자산운용에 위탁(내부거래)하고 있는데, 이런 점도 감점 요인이다. 이 경우 삼성 금융그룹이 당국 평가에서 하위(3~5등급)등급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각에선 10조원 이상의 추가 자본 적립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결국 삼성 금융그룹이 정상 영업을 하려면 생명이 갖고 있는 삼성전자 일부를 팔거나 나머지 금융계열사가 분담해 자본확충에 나서야 한다.

당국이 꼽은 리스크 사례엔 미래에셋대우가 3건이나 포함돼 가장 많았다. 미래에셋대우도 당국 평가에서 하위 등급을 맞을 확률이 크다. 롯데카드, 현대캐피탈도 내부거래 의존도가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는 통합감독 방안과 별개로 이미 삼성생명에 삼성전자 지분을 정리하라는 신호를 연거푸 전달하는 등 재벌 그룹을 겨냥한 금융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이는 모두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해야 가능한 사안이라, 정부 계획대로 될지는 미지수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삼성전자 지분 매각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 중“이라며 “당국 방침에 뭐라 할 말은 없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금융사들이 안 된다고만 생각할 게 아니라 제도의 큰 틀이 변화하고 있는 만큼 스스로 개선 방안을 찾아야 하는데 노력이 부족한 것 같다”고 압박했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에 걸린 사기. 한국일보 자료사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에 걸린 사기. 한국일보 자료사진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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