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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카 피해 두번 울리는 돌팔이 디지털장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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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카 피해 두번 울리는 돌팔이 디지털장의사

입력
2017.12.0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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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유출 피해 급증하면서

돈벌이 혈안 엉터리 업체 난립

“100% 삭제” 허위 과장 광고에 수백만원 요구하고 먹튀 다반사

“삭제 요청했는데 되레 영상 확산”

웹하드업체와 유착 의혹도 일어

“영상 유출 당하셨죠? 삭제하시려면 300만원 내세요.”

얼마 전 직장인 A씨는 유명 ‘디지털장의사(온라인기록삭제업체)’가 보낸 문자메시지에 깜짝 놀랐다. 전날 밤 채팅앱에서 만나 영상통화를 한 사람이 “돈을 주지 않으면 당신의 나체가 찍힌 영상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한 직후였기 때문. “의뢰비가 협박 당한 금액과 비슷한 고액이라 이러나저러나 돈이 깨지게 생겼다”고 고민하던 A씨는 “문득 ‘어떻게 내 연락처와 피해 사실을 딱 떨어지는 시점에 알고 연락한 것일까’ 의문이 들어 해당 업체를 사기 혐의로 경찰에 신고했다.

최근 몰카, 지인능욕(합성사진 유포), 몸캠피싱 등 불법 영상물로 인한 피해 급증에 인기인 디지털장의사가 도리어 피해자를 울리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인터넷 검색 능력만 있으면 돈벌이가 된다”며 난립한 엉터리 업체들 탓이다. 디지털장의사가 되기 위한 요건이나 관련 규제가 현재 존재하지 않아, 사업자 등록이 되어 있지 않거나 사무실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영세업체도 많다. 피해자 모임 카페들은 저마다 특정 업체에 대한 추천만 허용, “수수료 장사를 한다”는 비판까지 받는 상황이다.

“특수기술로 원본 영상을 100% 삭제할 수 있다”고 허위 과장 광고를 일삼는 업체도 있다. 일부는 피해자의 절박한 심정을 이용해 매달 수백만원의 고액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업계 전문가들은 “과거 범죄조직이 영상과 연락처를 공개된 서버에 저장할 때나 가능했던 이야기”라며 “따로 서버 등에 저장된 원본 영상을 추적해 삭제하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최근 범죄조직들은 보안이 갖춰진 대형 서버를 활용하거나 영상을 백업해두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의뢰비만 받고 제대로 대처하지 않거나 ‘먹튀’하는 업체 때문에 돈을 날리는 피해자도 있다. 올해 초 몰카 피해를 입은 30대 여성 B씨는 "떠도는 영상들을 모두 삭제 요청할 엄두가 나지 않아 업체에 맡겼는데, 두 달간 시간만 끌더니 유출이 더 확산돼 다른 업체에 다시 의뢰해야 했다”고 털어놨다. 지난달 불법 영상물이 유포된 중학생 C군은 “신생업체를 찾아갔더니 유출된 영상이 무엇인지 묻지도 않고 다짜고짜 30만원을 요구해 황당했다”고 말했다.

심지어 일부 디지털장의사가 웹하드업체와 유착 관계라는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다. 김삼화 국민의당 의원은 "디지털장의사에게 영상 삭제를 요청했다가 오히려 웹하드에 영상이 늘어난 피해자들이 있다는 제보가 접수됐다”며 “웹하드업체들이 불법 영상물을 유통하면 장의사들은 삭제 건수가 늘어 돈을 버는 상부상조 구조”라고 주장했다. 2011년 동영상필터링업체와 유착해 불법 저작물을 유통시킨 웹하드업체 운영자들이 검찰에 적발된 것처럼 디지털장의사, 웹하드, 동영상필터링업체들이 긴밀하게 연결됐을 수 있다는 얘기다. 김 의원은 “정부가 동영상 필터링 기술을 직접 개발해 피해 확산을 막는 것이 근본적인 해답”이라고 말했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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