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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혼다 파일럿 – 굳건한 8인승 SUV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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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혼다 파일럿 – 굳건한 8인승 SUV의 가치

입력
2018.03.09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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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 파일럿을 시승했다.

북미에서는 많은 사랑을 받는 8인승 SUV, V6 i-VTEC 엔진의 매력을 가진 SUV 그리고 어쩌면 ‘최고의 패밀리 SUV’라는 수식어도 아깝지 않을 이 존재는 육중한 체격과 넉넉한 공간, 그리고 뛰어난 실용성을 갖춘 차량이다.

기본적인 상품의 경쟁력은 물론이고 최근 혼다 전반에 걸친 이슈로 한 동안 만나지 못한 점까지 더해지며 이번 시승은 내심 새삼스럽게 기대되는 순간이었다.

북미 중형 SUV 시장의 강자

혼다 파일럿은 지난 2002년부터 생산되어 현재 3세대에 이르는 북미에서 가장 사랑 받는 중형 SUV 중 하나다. 북미에서 의미하는 중형은 우리에게는 ‘대형’ 정도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어쨌든, 파일럿은 초기부터 V6 엔진을 주력으로 하고 넉넉한 견인 능력, 그리고 넓은 공간을 앞세워 많은 사랑을 받았다.

우리에게 익숙한 파일럿은 역시 지난 2세대 모델이라 할 수 있다. 네모 반듯한 그 디자인은 국내에서는 확실히 인기를 끌기 어려운 모습이었지만 파일럿 고유의 뛰어난 패키징과 파워트레인의 매력은 여전했다. 그리고 지금 우리가 만나고 있는 이 3세대 파일럿은 세련된 디자인과 개선된 파워트레인 그리고 뛰어난 안전 및 편의성을 자랑하는 진정한 ‘올라운더’의 면모를 가지고 있다.

당당함이 돋보이는 SUV

3세대 파일럿은 체격을 키워 혼다의 플래그십 SUV의 격을 갖췄다. 우선 전장을 80mm를 늘려 4,955mm에 이르는 길이를 자랑한다. 전폭과 전고 역시 1,995mm과 1,775mm으로 플래그십 SUV에 걸맞은 우람하고 압도적인 체격을 그려냈다. 휠 베이스 역시 기존 대비 45mm가 늘어난 2,820mm에 이른다.

여기에 혼다 고유의 디자인이 반영되었다. 단단하면서도 세련된 라인처리가 돋보이는 디자인은 전체적인 균형감이나 차체의 크기를 더욱 강조하는 것 같다. 여기에 강인한 감성의 전면 범퍼 역시 시각적인 만족감을 높였다. 디자인만 본다면 혼다의 주력 SUV인 CR-V와 무척 닮은 것을 볼 수 있다.

높은 키 때문에 전장이 조금 더 길었으면 하는 비례적인 아쉬움이 생기는 것이 측면의 첫 이미지지만 세련된 감성을 품은 전면 디자인과 마찬가지로 기존 2세대와 확실한 선을 긋는다. 네모 반듯했던 기존 2세대대비 한층 세련되고 스포티한 라인처리와 뒤쪽으로 갈수록 조금씩 각도를 끌어 올려 긴장감이 느껴진다.

후면을 보면 혼다 CR-V나 혼다 HR-V 등 다른 크로스오버 라인업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ㄱ’ 형태의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가 중심을 잡는다. 전체적인 구성은 세련된 느낌이지만 전폭에 비해 전고가 높아 조금 껑충한 느낌이다. 하지만 이러한 큼직한 느낌은 플래그십 SUV로서는 충분히 필요한 디자인 요소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여유로 가득한 혼다 파일럿

모노톤으로 다듬어진 실내와 좌우대칭의 센터페시아는 넉넉하면서도 편안한 공간의 느낌을 제공하여 실내 공간에서도 여유로움과 기능적인 개선을 모두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이는 2세대 파일럿 대비 체감적인 만족감이 대대적으로 개선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 덕분에 혼다 파일럿은 말 그대로 8명을 위한 최고의 실내 공간을 제시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깔끔한 대시보드 아래 자리한 계기판은 화려한 멋을 추구하기 보다는 심플하게 구성하여 기능성에 초점을 맞췄고 4-스포크 스티어링 휠 역시 기능적인 요소를 강조했다. 한편 센터페시아의 디스플레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안드로이드 OS를 적용해 다양한 기능을 갖췄고, OSX를 사용하는 유저들의 위한 애플 카플레이가 적용됐다.

개인적으로 이전의 혼다 차량에 비해 디자인적인 기교가 늘어나 시각적인 만족감이 높아진 점이 무척 인상적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여전히 수입차에 기대하는 수준을 완벽히 달성하지는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약간의 아쉬움이 남았다. 그러나 최근 혼다의 신 모델들이 보여주는 것을 고려한다면 향후 파일럿의 변화도 기대할 수 있어 보인다.

실내 공간은 확실히 플래그십 SUV의 여유가 느껴진다.

1열 공간은 물론 2열 공간까지 레그룸과 헤드룸이 모두 만족스럽고 되려 넓게 느껴진다. 특히 레그룸, 헤드룸 그 무엇 하나 부족한 것이 없다. 시트의 쿠션감도 우수한 편이라 장거리 주행에도 부족함이 없을 뿐만 아니라 1열 시트 사이에 위치한 센터 콘솔은 평평한 구조로 짐을 두기도 좋고 적재 용량도 크기 때문에 무척 편리하다.

2열과 3열 역시 만족스러운 공간을 연이어 선보인다. 높은 전고를 바탕으로 여유로운 헤드룸과 레그룸을 과시한다. 시트 크기도 넉넉해 성인 남성이 앉기에도 부담이 없다. 여기에 2열 시트를 워크-인 스위치 하나로 손쉽게 접고, 펼 수 있어 공간 사용성도 무척 우수하다.

3열 구조의 차량들이 2열과 3열의 공간 확보에 미숙한 경우가 있는데 파일럿은 그 단 1%의 아쉬움도 느껴지지 않는다. 우선 2열 시트를 기본 위치에 두었을 때에도 3열 시트에 성인 남성이 만족스럽게 앉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고 시트의 형태 역시 체격을 가리지 않고 제법 만족스러운 ‘자세’를 만들 수 있도록 했다.

한편 혼다 파일럿은 넉넉한 크기에 걸맞게 여유로운 적재 공간을 자랑한다. 3열까지 8개의 시트를 모두 사용할 때에는 적재 공간의 여유를 쉽게 눈치 채지 못한다. 하지만 3열 시트와 2열 시트를 하나씩 접기 시작하면 점점 넓어지는 적재 공간을 확인할 수 있다. 실제 혼다 파일럿은 2열과 3열 시트를 모두 접었을 때 최대 2,376L에 이르는 넉넉한 공간을 자랑한다.

V6 엔진으로 완성되는 파워트레인

혼다 파일럿은 혼다를 대표하는 V6 3.5L 직분사 i-VTEC 엔진을 중심으로 파워트레인의 구성을 완성했다. 기존 파일럿 대비 출력을 개선하여 최고 284마력과 36.2kg.m에 이르는 토크를 자랑한다. 다만 아쉬움은 있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사양은 북미 사양에 적용된 ZF 9단 변속기가 아닌 전자제어식 6단 자동 변속기를 채택한 점이다. 여기에 AWD 시스템을 탑재하여 네 바퀴로 출력을 전하고 복합연비는 8.9km/L(도심 7.8km/L, 고속도로 10.7km/L)이다.

풍부하고 또 여유로운 파일럿

혼다 파일럿의 주행 감성은 말 그대로 풍부하고 여유롭다. V6 엔진에서 발산되는 풍부한 출력과 8인승 SUV의 여유가 제대로 살아나 차량의 특성을 명확히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가솔린 SUV라는 특성 덕분에 아이들링 상황이나 저속 주행에서도 정숙하고 매끄러운 움직임을 느낄 수 있다는 점도 큰 강점이라 할 수 있다.

동을 걸면 곧바로 디젤 SUV와는 전혀 다른 ‘가솔린 SUV’만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플래그십 SUV인 만큼 3세대 파일럿은 시동이 걸린 상황에서도 고요하고 평온한 모습이었다. 참고로 풀사이즈 정도의 SUV라면 어지간한 가솔린 엔진의 잔진동이나 소음은 충분히 차단할 수 있는 것이 ‘기본 소양’이라 할 수 있는데 이는 디젤 SUV에게는 부러운 일일 것이다.

기어 레버를 옮기고 엑셀레이터 페달을 밟으면 ‘역시 V6 엔진!’이라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RPM이 기민하게 치솟기 시작했고 몸은 시트로 밀려났다. 사실 배기량 대비 출력이나 토크가 인상적인 수치는 아니지만 육중한 SUV는 부침 없이, 어려움 없이 가속한다.

게다가 이 차량은 i-VTEC 엔진을 품고 있다. 엑셀레이터 페달을 깊게 밟으면 밟을 수록 그 매력과 가치를 명확히 드러낸다. 특히 RPM이 상승하며 전해지는 매끄럽고 신속한 회전 질감과 풍성한 사운드 그리고 자연흡기 엔진 고유의 생기 강조되는 출력이 전해지며 파일럿을 주저 없이 가속하게 만든다.

V6 엔진과 호흡을 맞추는 6단 자동 변속기는 기본적으로 제 몫을 잘하는 편이다. 실제 변속 시의 반응이나 직결감이 상당히 좋은 편이기 때문에 다양한 주행 상황에서 높은 만족감을 준다. 하지만 북미 사양에 적용된 9단 변속기가 아닌 6단 변속기를 채택한 점이 ‘공인 수치’에 민감한 국내 소비자들에겐 큰 차별처럼 느껴지게 되는 것 같았다.

체격이 큰 만큼 주행 중 움직임에 대해 많은 우려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파일럿에게는 그런 의문은 필요없다. 플래그십 SUV들은 승차감 쪽에 초점을 맞춰 조향은 물론 차량의 움직임에서도 여유를 두는 편이라 파일럿 역시 여유로운 느낌이지만 혼다 특유의 경쾌함 또한 함께 추구해 상황에 따라 민첩한 움직임의 연출도 가능했다.

실제로 스티어링 휠 조향에 따른 차량의 반응도 빠른 편이고 서스펜션의 셋업도 승차감이 허락하는 범위에서 롤링을 최대한 제한하려는 모습을 보여 괜히 미소가 지어진다. 이러한 세팅은 결국 혼다 고유의 감성으로 발전된다. 다양한 주행 환경에서도 높은 일체감을 선사해 플래그십 SUV임에도 혼다 특유의 달리는 맛이 살아 있는 것이다.

한편 혼다 파일럿은 가솔린 SUV에 대한 매력을 확실히 어필할 수 있는 차량이다. 특히 효율성 부분에서 기대 이상의 면모를 드러낸다. 도심 주행에서는 아무래도 연비가 떨어질 수 밖에 없겠지만 60~80km/h의 정속 주행에서는 확실한 매력을 과시하기 때문이다. 실제 과거의 테스트를 떠올려 보면 80km/h 정속 주행에서 리터 당 14km를 웃도는 수치를 선보였다.

좋은점: 세련된 디자인과 넉넉한 공간, 뛰어난 주행 성능

안좋은점: 부족감 고급감과 포드 익스플로러 대비 부족한 시장에서의 인지도

세련된 풀사이즈 SUV, 파일럿

사실 2세대 파일럿은 ‘일본산 SUV’라는 의미가 컸다. 하지만 이번의 3세대 파일럿은 확실히 세련된 감성을 가지고 있다. 특히 기존 2세대와 비교한다면 정말 많은 부분이 변한 차량이다. 더욱 세련된 디자인과 역동성인 주행 성능을 갖췄고 편의 및 안전에서도 탁월한 매력을 보이기 때문이다.

혼다 파일럿은 완벽한 존재는 아니지만 대형 SUV의 매력을 가장 효과적으로 알리는 존재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한국일보 모클팀 - 김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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