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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경 "청와대 이 지경일 줄은…” 입 다문 朴에 한계 느꼈나

입력
2016.11.23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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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 호위무사 역할로 靑 입성

검찰, 아무런 수사 정보 안 주고

朴 피의자 입건도 통보 안 해

“참모로서 도의적 책임 진 것”

최재경 민정수석이 4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최순실 국정개입' 의혹 파문에 관한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담화에 참석, 머리를 만지고 있다. 오른쪽부터 김규현 외교안보수석, 최재경 민정수석, 강석훈 경제수석. 연합뉴스
최재경 민정수석이 4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최순실 국정개입' 의혹 파문에 관한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담화에 참석, 머리를 만지고 있다. 오른쪽부터 김규현 외교안보수석, 최재경 민정수석, 강석훈 경제수석. 연합뉴스

최재경(54) 청와대 민정수석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받은 임명장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사의를 표명한 이유를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최 수석은 검찰의 최순실 게이트 중간 수사 결과 발표 이틀 뒤인 22일 사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김현웅 법무부장관이 21일 사의를 밝히자 고민 끝에 동반 사퇴 결심을 했다고 한다. 최 수석은 사표 제출 사실이 알려지기 전인 23일 오전까지 한광옥 청와대 비서실장이 주재하는 수석비서관회의에 참석하는 등 평소처럼 근무하고 있었다.

박 대통령은 지난 달 30일 최순실 게이트 수습 카드로 우병우 전 민정수석을 교체하면서 곧바로 최 수석을 임명했다. 특수통 검사 출신으로, 검찰을 떠난 뒤에도 후배 검사들의 신망을 받은 최 수석은 촛불 정국에서 박 대통령을 지킬 ‘마지막 호위 무사’로 불렸다. 청와대 관계자는 “최 수석은 박 대통령의 검찰 수사 준비를 비롯한 정국 대응 전략을 주도적으로 짰다”며 “청와대 참모들에게도 그는 믿음직스러운 존재였다”고 전했다. 박 대통령도 최 수석에게 전폭적 신뢰를 보냈다. 박 대통령이 4일 발표한 2차 대국민담화에 최 수석의 문체와 즐겨 쓰는 표현이 곳곳에 담길 정도였다. 최 수석의 지인들은 그가 박 대통령을 지키는 ‘악역’을 맡은 것을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최 수석은 취임 초기 “들어와서 보니 청와대 내부 상황이 이 지경일 줄은 몰랐다”며 지인들에게 답답함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 전 수석에게 인수인계를 제대로 받지 못한 것을 섭섭해했다는 얘기도 있다. 그러면서도 최 수석은 꼬인 상황을 풀어 보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고 한다.

때문에 최 수석이 청와대 입성 20여일 만에 사표를 던진 것의 충격파가 더욱 컸다. 최 수석은 박 대통령과 검찰이 정면충돌한 상황에서, 민정수석의 역할에 한계를 느낀 것으로 전해진다. 청와대는 “검찰이 박 대통령을 최순실 게이트의 공범으로 지목한 것에 도의적 책임을 지고 최 수석이 사의를 밝힌 것”이라면서, 박 대통령을 제대로 보좌하지 못한 것을 스스로 책임지려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박 대통령의 통제를 벗어난 검찰은 최 수석에게 수사 정보를 거의 주지 않았고, 20일 중간 수사 발표 때 박 대통령을 피의자로 입건할 것이라는 계획도 알려주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최 수석의 사표 제출이 검찰에 대한 항의 메시지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반대로 최 수석이 박 대통령에 실망해 ‘대통령의 변호인’ 역할을 포기했다는 시각도 있다. 여권 인사는 “박 대통령은 최 수석에게도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진실을 감췄을 가능성이 크다”며 “그런 박 대통령을 최순실 특검과 탄핵 정국에서 엄호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포기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최 수석 사표를 반려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 수석 사퇴가 정권 내부 붕괴의 신호로 해석될 수밖에 없는 데다, 후임자를 찾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최문선기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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