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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NA 분석, 억울함 풀어주고 인권보호까지 ‘일석이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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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NA 분석, 억울함 풀어주고 인권보호까지 ‘일석이조’

입력
2017.08.29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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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 남겨진 범인 흔적들

DNA 감정 통해 속속 찾아내

유전자 감식기법 도입 25년 성과

해외서도 억울한 수형자 결백 증명

국제법유전학회 28일부터 서울서 열려

수사기법이 첨단화하고 있다. 목격자도, 증거도 없는 범행은 유전자 앞에서 낱낱이 드러난다. 진술 위주로 이뤄지던 수사기법이 점차 유전자 정보(DNA) 등 과학적 방법으로 옮겨가는 건 세계적인 추세다. 개개인 고유 정보인 DNA는 범죄수사뿐 아니라 잘못된 판단을 바로잡아 인권을 보호하는 데에도 활용된다.

29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한국 검찰과 경찰은 유전자 정보 데이터베이스(DB)를 통해 2010년 이후 모두 5,000건이 넘는 미제 사건을 해결했다. 국내 수사기관이 유전자 감식 기법을 활용한 지는 불과 25년 밖에 되지 않는다.

1992년 3월 대전의 한 다방에서 발생한 여종업원 피살사건이 DNA 감정을 활용한 최초 사례다. 대전 동부경찰서는 수사 도중 용의자를 7명으로 압축했지만 범인을 단정할 결정적 증거가 없었다. 경찰은 피해자에게서 발견된 남성의 DNA를 분석해달라고 대검에 요청했다. 그러나 범인의 유전자 정보는 용의자들의 것과 일치하지 않았다. 국내 수사기관에서 최초로 시도된 DNA 감정은 실패로 끝났다.

‘시신 없는 살인 사건’에서도 유전자 정보는 보강증거로 활용됐다. 경찰은 2004년 20명을 연쇄살인한 유영철에게서 자백을 받았지만 시신이 발견되지 않아 수사에 난항을 겪었다. 그의 집에서 범행도구인 망치가 발견됐지만 이미 물로 여러 차례 씻어낸 터라 감정을 의뢰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도 단서를 찾지 못했다. 검찰은 망치를 분해해 미처 씻기지 않은 피해자의 DNA를 찾아냈다. 유씨는 이듬해 6월 사형이 확정됐다.

2015년 사회를 경악하게 만든 ‘육절기(肉絶機) 살인사건’ 범인에게 무기징역이 선고된 것도 범행도구에 엉겨 붙은 DNA 덕분이다. 살인범은 정육점에서 고기를 썰 때 사용하는 기계로 시신을 훼손하는 끔찍한 범행을 저질렀다. 검찰은 방치된 육절기의 110개 부분에서 피해자의 유전자 정보를 검출하고 생체조직을 확인해 결국 살인 혐의를 입증했다.

검찰은 이 밖에도 차량 동승자가 “내가 운전했다”고 허위 자백한 사건에서 운전석 에어백에 묻은 DNA를 통해 실제 운전자를 찾아내 무면허 교통사고를 밝혀내기도 했다. 생후 2개월 된 영아의 사인(死因)이 밝혀지지 않던 지난해 3월에는 영아 부모의 주거지를 정밀 감정해 배냇저고리와 부친의 옷가지에서 다량의 영아 혈흔을 확인, 죽은 아이의 부모가 가해자라는 사실도 밝혀냈다.

DNA는 잘못된 수사결과를 바로잡아 인권을 보호하는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1992년 미국에 설립된 ‘이노센스 프로젝트(Innocence Project)’는 유죄판결을 받은 수형자 중 결백을 주장하는 사람들에 대해 DNA 감식 등 재조사를 벌여 수백 명의 억울함을 풀어줬다. 수사기관 과오로 사형선고를 받은 20명의 수형자는 무죄가 밝혀져 석방됐고, 유죄판결을 받은 351명의 결백도 입증됐다.

대검은 이 같은 국내ㆍ외 DNA 감식 연구 성과를 공유하고 국제 수사기법을 발전시키기 위해 28일부터 내달 2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제27회 국제 법유전학회 서울 총회를 연다. 이 행사에는 66개국에서 700여명의 국내ㆍ외 전문가들이 참석한다. 국제법유전학회가 아시아에서는 개최되기는 처음이라, 국내 첨단수사기법을 널리 알리는 기회가 될 전망이다.

박지연 기자 jyp@hana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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