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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효문화원 채용비리 정황 다수 확보하고 수사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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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효문화원 채용비리 정황 다수 확보하고 수사 확대

입력
2018.02.2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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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장시성 원장 지시 하에 점수 올리기 등 혐의 무게

장 원장과 인사담당자 등은 불법 없다며 부인

대전시 공무원과 권선택 전 대전시장 최측근으로 수사 확대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경찰이 대전효문화진흥원(효문화원) 채용 비리와 관련, 장시성 원장의 지시로 담당자가 점수를 조작한 것으로 보고 수사에 내고 있다. 경찰은 2016년 대전은 물론,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대전도시철도공사와 효문화원의 채용 비리가 유사한 것으로 보고 구체적 혐의 입증에 주력하고 있다.

20일 이 사건을 수사 중인 대전둔산경찰서는 지난해 7월~8월 4급 직원 채용 과정에서 인사담당자 A씨가 장 원장의 지시로 대전지역 유력사업가 B씨의 자녀 C씨를 합격시키기 위해 논술 채점위원으로 참여해 점수를 올린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경찰은 A씨에 대해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기각됐지만, 이런 의혹을 입증할 만한 구체적 정황을 다수 확보하고, 구속영장을 재신청할 방침이다.

경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장 원장이 지시한 내용이 적힌 업무일지를 확보했다. 업무 일지에는 장 원장이 특정인 채용을 위해 논술 시험에서 가장 좋은 점수를 받은 지원자에 대해 부정적으로 언급한 내용 등이 고스란히 적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경찰은 또 논술시험 채점 자격도 없는 A씨가 장 원장의 지시를 받아 면접시험 대상이 될 수 없을 정도로 낮은 C씨의 점수를 높인 것으로 보고 있다. 효 문화원의 규정에는 ‘서류지원 합격자 가운데 논술과 면접 고득점자 순으로 선발한다’는 돼 있는데 이를 무시한 채 특정인을 합격시키기 위해 점수를 높게 줬다는 것이다.

효문화원은 애초 지난해 7월 논술채점위원을 2명만 위촉했다. 하지만 그 해 8월 초 내부 규정을 들며 내부 직원 1명을 추가로 논술채점위원으로 집어넣었다. 이 과정에서 장 원장은 효문화원 채점위원으로 참여시키려던 내부 직원이 건강 상의 이유를 들며 참여 불가 의사를 밝히자 A씨에게 대신 참여하라고 지시했다. 경찰은 이후 A씨가 논술시험에서 다른 채점위원에게 낮은 점수를 받은 C씨의 점수를 후하게 줘 면접 대상에 포함시킨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장 원장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직원의 연령 문제를 거론한 것은 맞지만, 특정인을 위한 것은 아니었고, 직원들이 인권 문제 등을 들며 부정적 의견을 내놔 이를 거둬들였다”고 말했다. 장 원장은 또 “A씨에게 논술채점 위원으로 참여하라고 한 것은 맞지만, 규정 상 내부 직원이 논술채점에 참여할 수 있고, 부정한 청탁이나 점수조작 등은 없기 때문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A씨도 억울한 것은 마찬가지라고 입장이다. A씨의 남편은 “아내가 경찰에서 원장으로부터 지시 받았다고 한 것은 내부 직원이 논술채점위원으로 참여해야 하는데 해당 간부가 몸이 아파 못한다고 하자 원장이 대신 참여하라고 한 것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름이 가려져 있어 누구의 시험지인지도 알 수 없는데 (고의로) 특정인을 위해 점수를 줬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아내가 억울해하고 있다”고 했다.

경찰은 하지만 애초 연구인력을 채용하려 했다 공고 내용을 수 차례 바꿔 ‘기획ㆍ홍보’ 분야까지 확대한 것도 C씨를 채용키 위한 과정으로 보고 있다. 학부에서 ‘기획ㆍ홍보’와 무관한 분야를 전공했던 C씨는 서울 모 대학원에서 엔터테인먼트 관련 석사 학위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지난해 채용 과정에서 면접위원으로 참여한 대전시 담당부서 공무원 D씨와 권선택 전 대전시장의 최측근이자 B씨와 자별한 것으로 알려진 E씨도 채용 비리에 깊숙하게 연루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D씨가 논술 1등과 2등을 받은 지원자에겐 최하위 점수를 준 반면, C씨에게는 만점을 준 사실을 확인했다. 통신자료 수사를 통해 면접 전날 D씨와 E씨가 통화한 사실도 확인했다. D씨는 경찰에서 “E씨가 남편에게 전화를 했는데 받질 않아 나에게 했다”고 했지만, 통신내역 조사결과 E씨가 D씨의 남편에게 전화한 내역이 없는 것으로 확인돼 허위 진술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E씨는 경찰에서 D씨와의 통화사실은 인정하면서도 “B씨의 딸에게 채용과 관련해 잘 안내해 달라”는 정도만 얘기했을 뿐 청탁을 하진 않았다고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경찰은 하지만 구체적인 채용비리 정황이 포착되고, 채용 절차가 마무리된 된 뒤 장 원장과 B씨, E씨가 함께 식사한 점 등으로 미뤄 청탁에 의해 C씨 채용이 이뤄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장 원장과 대전시 공무원 D씨까지 구속 영장 대상이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사건은 2016년 대전도시철도공사 채용비리에 이어 터진 대전시 출연기관 채용비리 의혹이다 보니 지역사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도시철도공사 차준일 전 사장과 인사팀장, 면접위원 등은 2016년 3월 치러진 신규 직원 채용 과정에서 점수 평정표를 조작해 응시자 1명을 부정 합격 시킨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면접 시험 전 인사팀장 등에게 응시자 3명의 이름을 알려주며 합격시키라고 지시한 혐의로 기소된 차 전 사장은 1심에서 무혐의가 나왔지만, 항소심에서 법정 구속됐다. 청탁자는 전직 지역언론사 대표와 권선택 전 대전시장의 최측근 인사로 조사됐다. 대가성이 확인되진 않았지만, 검찰 수사과정에서 이들 인사가 무혐의 처분돼 ‘봐주기 수사’ 아니냐는 목소리가 지금도 나오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효문화원 채용 비리는 도시철도공사와 과정과 수법이 여러 모로 유사한 측면이 있지만, 현재 수사 중인 만큼 구체적인 내용은 밝힐 수 없다”면서도 “여러 증거와 정황을 확보한 만큼 혐의를 입증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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