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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찰 7곳 세계유산 등재... 천년 불교문화 인정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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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찰 7곳 세계유산 등재... 천년 불교문화 인정 받아

입력
2018.07.0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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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 통도사. 산사세계유산등재추진위원회 제공
양산 통도사. 산사세계유산등재추진위원회 제공

경남 양산 통도사와 경북 영주 부석사 등 국내 고찰 7곳이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이라는 이름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1,000년 넘게 이어온 국내 불교문화의 역사성이 인정 받았다는 분석이다. 세계유산 등재는 국내 13번째다. 2015년 ‘백제역사유적지구’ 이후 3년만이다.

1일 문화재청에 따르면 지난달 24일부터 바레인 마나마에서 열린 제42차 세계유산위원회는 지난 30일 오후(현지시간)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을 세계유산목록에 등재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세계유산이 된 산사는 통도사와 부석사, 경북 안동 봉정사, 충북 보은 법주사, 충남 공주 마곡사, 전남 순천 선암사, 전남 해남 대흥사다. 7~9세기 창건된 산사들이다. 세계유산위원회는 “창건 이후 현재까지의 지속성, 한국 불교의 깊은 역사성이 세계유산 등재 조건인 ‘탁월한 보편적 기준(Outstanding Universal Value)’에 해당한다”고 평가했다. 한국 산사가 1,000년 이상 신앙과 수도, 생활 기능이 어우러진 종합승원임을 인정한 셈이다.

세계유산위원회 당초 “4곳만 가능” 권고

7곳이 한꺼번에 등재되기까지엔 우여곡절도 있었다.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은 2013년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올랐다. 지난해 1월 세계유산 등재신청서를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에 제출했고, 1년 반 동안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의 심사를 받았다. 세계유산위원회는 ICOMOS 심사를 바탕으로 7곳 중 통도사와 부석사, 법주사, 대흥사 4곳만을 등재할 것을 권고했다. 나머지 3개 산사는 연속유산으로서의 선정 논리가 부족하다는 이유였다. 특히 봉정사는 종합승원으로 보기에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다고도 판단했다. 제42차 세계유산위원회 대한민국 대표단은 7곳 모두가 등록돼야 한다고 주장하며 세계유산위원회 위원국을 대상으로 한 설득 작업에 나섰다. 7개 산사 모두 불교 문화의 전통을 계승해왔고, 전형을 지켜와 세계유산으로 함께 등재될 자격이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적극적인 설득 작업은 7개 산사 모두 등재 결실로 이어졌다. 30일 등재 결정 논의에서 위원국인 중국이 7개 산사 등재를 제안했다. 21개 위원국 중 17개국이 공동 서명했고, 20개 위원국이 지지발언을 했다. 결국 전체 위원국 지지로 7개 산사가 등재됐다. 문화재청과 외교부, 주유네스코대한민국대표부 등 관계당국의 추진력이 빛을 발했다.

세계유산이 되면서 7개 산사에서는 무분별한 불사(佛事)가 사라질 전망이다. 세계유산위원회는 문화재로 지정되지 않은 산사 내 건물에 대한 관리 방안을 마련하고, 종합 정비계획을 수립하라고 권고했다. 산사 안에 건물을 지을 때는 세계유산센터와 협의해야 한다. 문화재청은 “세계유산위원회의 요구는 비지정 문화재까지 포함해 산사 내 모든 구성요소들에 대한 보다 강력한 보존과 보호 관리를 주문한 것”이라고 밝혔다.

공주 마곡사. 산사세계유산등재추진위원회 제공
공주 마곡사. 산사세계유산등재추진위원회 제공
순천 선암사 승선교. 산사세계유산등재추진위원회 제공
순천 선암사 승선교. 산사세계유산등재추진위원회 제공

안동 봉정사 만세루. 산사세계유산등재추진위원회 제공
안동 봉정사 만세루. 산사세계유산등재추진위원회 제공
보은 법주사 팔상전. 산사세계유산등재추진위원회 제공
보은 법주사 팔상전. 산사세계유산등재추진위원회 제공
영주 부석사. 산사세계유산등재추진위원회 제공
영주 부석사. 산사세계유산등재추진위원회 제공

창건 1,000년 넘는 고찰 공통점

세계유산이 된 7개 산사는 창건한지 1,000년이 넘는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고찰인 만큼 국보와 보물 등 많은 문화재를 품고 있기도 하다. 전국적 명성을 지닌 산사라는 공통분모도 지녔다.

삼국유사에 따르면 통도사는 신라 자장율사가 643년 당나라에서 가져온 부처 사리와 금실을 넣은 가사, 대장경을 봉안해 창건한 곳이다. 7개 산사 중 가장 오래 된 곳으로 꼽힌다. 부처 진신사리를 모신 불보사찰(佛寶寺刹)로 유명하다. 대웅전에 불상을 두지 않았다. 대웅전 뒤쪽에 금강계단을 설치해 진신사리를 봉안했다.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으로 유명한 부석사는 신라 의상대사가 676년 당나라 유학 후 처음 지은 절로 알려져 있다. 13세기 건립된 것으로 여겨지는 무량수전(국보 제18호)은 한국 건축사의 걸작 중 하나로 손꼽힌다.

봉정사는 국내 가장 오래된 목조 건축물인 극락전(국보 제15호)으로 유명하다. 의상대사의 10대 제자 중 한 명인 능인대사가 7세기 후반 지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가 1999년 안동을 방문했을 때 들려 화제가 됐던 곳이다.

법주사는 의신조사가 553년 창건했다는 기록(‘동국여지승람’)이 있다. 화엄사상과 미륵사상을 영향을 두루 받은 사찰로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오층목탑인 팔상전(국보 제55호)으로 유명하다.

마곡사는 자장율사가 7세기, 보조선사 체칭이 9세기에 세웠다는 설이 각각 있다. 백범 김구 선생이 명성황후 시해에 가담한 일본인 장교를 살해한 후 옥살이를 하다 탈옥한 후 이 곳에서 출가를 했다.

선암사는 아도화상이 529년 또는 도선국사가 875년 지었다는 기록이 있다. 절 입구에 사천왕문을 두지 않은 독특한 건물 배치가 인상적이다. 사찰이 위치한 조계산 정상이 ‘장군본’이어서 사천왕문이 굳이 필요 없었다고 한다. 대흥사도 아도화상 또는 도선국사가 창건했다는 설이 있다. 호국정신이 깃든 도량으로 서산대사의 충정을 기리는 사당 표충사가 있는 곳이다.

최문선 기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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