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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사퇴한 경기위원장 재선임...KLPGA는 '쇼' 하신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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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사퇴한 경기위원장 재선임...KLPGA는 '쇼' 하신건가요?"

입력
2017.12.25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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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하 KLPGA 경기위원장./사진=KLPGA 제공.

[한국스포츠경제 박종민] 지난 달 14일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홈페이지에는 KLPGA 경기위원 모집 공고가 게재됐다. 협회는 경기분과위원회 위원장 1명과 경기위원(보) 00명을 모집했다. 경기위원장의 자격으로 협회는 나이, 경력 등 4가지 조건 외에 “이사회에서 KLPGA 경기위원장으로서 덕망이 높고 업무수행능력을 갖췄다고 판단하는 자”라는 정성평가 항목을 내세웠다.

협회는 지난 19일 서울 강남구 협회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열고 2년 임기의 경기위원장에 최진하(59) 전 경기위원장을 선임했다. 최 위원장은 앞서 10월 KLPGA 메이저대회인 KB금융 스타챔피언십 1라운드 파행 운영에 따른 취소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인물이다. 과연 ‘덕망이 높고 업무수행능력을 갖췄다고 판단하는 자’라는 자격 요건에 부합하는지 의문이다.

당시 대회 1라운드는 일부 선수들이 그린 주위 프린지 지역을 그린으로 착각, 공을 집어 들어 벌타 부과 대상이었지만 KLPGA 경기위원회는 '그린 구역 경계가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에 해당 선수들에게 벌타를 부과하지 않기로 했다'고 판정했다. 이 결정을 놓고 일부 선수들이 불공정 처사라며 반발, 다음 날 2라운드 시작을 거부하면서 사태가 커졌고, 결국 투어는 1라운드 결과를 취소하고 대회를 3라운드 54홀 경기로 축소해야 했다.

경기위원회의 오판으로 투어의 격은 크게 떨어졌다. 최근 미국 골프전문매체 골프위크는 올 해 골프계 논란거리 5위에 KLPGA 메이저대회의 1라운드 취소 사건을 올려놨다. 골프닷컴은 지난 달 20일(한국시간) 올 해의 좋지 못한 소식을 전하는 코너에서 KLPGA 사태에 대해 ‘경기장 관리태만상(Award for negligent yard work)'을 수여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협회가 최 위원장의 사표를 수리하지 않고 올 해 말까지인 잔여 임기도 다 채우도록 한 것을 놓고 재선임을 염두에 둔 ‘꼼수’라고 지적했다. 협회는 적임자를 찾을 수 없었다는 입장이었지만, 경기위원장의 선임 과정과 결과 모두 실망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최 위원장은 앞서도 지난 해 11월 팬텀 클래식 때 조명을 켜고 '야간 연장전'을 치러 우승자를 가리자는 결정을 내려 의문을 낳았다. 조명을 켰다지만 육안으로 공이 잘 보이지 않았고, 그린 경사 조차 읽기 어려웠다는 현장 관계자들의 얘기가 나온 바 있다. 지난 해 7월 카이도 MBC 플러스 여자오픈에선 손가락을 다친 선수를 자신의 카트에 태워 3개 홀을 이동시키는 이해할 수 없는 처사를 보였다.

입수한 자료에 의하면 협회는 2017년 사업계획서에서 5대 핵심 과제로 ‘중장기 성장 토대 마련’과 ‘마케팅사업 및 홍보채널 확장’ 등을 꼽았다. 중장기 성장 토대 마련과 관련해선 ‘합리적이고 체계적인 인사 및 근로 규정 확립’을 통해 KLPGA 업무 전문성 향상과 대외 위상 강화 효과를 노린다는 내용이 있었다. 이번 인사는 이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었다. KLPGA의 국제적 망신을 초래한 장본인을 재선임한 것이어서 논란이 뜨겁다.

협회 한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글로벌 투어, 넘버원 투어를 지향하는 KLPGA는 최근 시장 공략 다변화의 필요성을 느꼈다”면서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베트남, 태국 등 국가들을 공략하려고 노력 중이다”고 했지만, 경기 공정성과 신뢰가 추락한 상태에선 그러한 행보들이 한낱 마케팅 사업이자 돈벌이 과정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최근 만난 골프계 한 관계자는 “골프는 신사 스포츠다. 렉시 톰슨(22ㆍ미국)의 오소 플레이(공을 마크한 후 다른 지점에 내려놓는 것)에 의한 4벌 타 사례에서도 봤듯이 골프는 자신의 양심과 상대에 대한 예의를 통해 공정성이 견고하게 지켜져야 하는 종목이다”고 강조했다. 자신을 대의원이라고 밝힌 한 인사는 24일 협회 게시판에 “협회의 경기위원장 재선임 결정이 걱정스럽다”며 협회는 책임지시는 분이 한 분도 없네요. 그 동안 급한 불만 끄려고 임시방편으로 쇼 하신건가요. 정신 똑바로 차리고 일하세요”라는 비판 글을 적었다.

동남아 시장 진출 등 ‘골프 한류’를 위한 외형적 성장도 좋지만, 스포츠의 기본 덕목인 공정성과 신뢰를 지키는 것이 우선이다. KLPGA는 이 점을 명심해야 한다.

박종민 기자 mini@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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