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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점에 손님 발길 뚝… GM 영업인력 대량 실직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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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점에 손님 발길 뚝… GM 영업인력 대량 실직 위기

입력
2018.04.03 04:4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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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철수설 불거지며

차 한 대 못 팔아 급여 없는 직원도

영업점 직원 3분의 1 그만둬

2일 서울 용산구 한국GM의 한 영업점이 고객도 없이 텅 비어 있다. 배우한 기자
2일 서울 용산구 한국GM의 한 영업점이 고객도 없이 텅 비어 있다. 배우한 기자

“대대적인 할인에 들어갔지만, 영업점 문을 열고 들어오는 손님이 며칠째 한 명도 없습니다.”

2일 오후 서울 용산구에 있는 한국GM 쉐보레 영업점. 스파크, 말리부 등 승용차 6대가 전시돼 있고, 판매 사원 김모(37)가 안내 책상에 앉아 있다, 기자를 맞이하며 이렇게 털어놓는다. 자동차 판매 10년 차인 김 씨는 “차가 워낙 안 팔리다 보니 가장인 30ㆍ40대 직원들은 대부분 퇴사했고, 미혼이거나 갈 곳 없는 50대 이상 직원만 남아 있다”고 전했다. 이 영업점은 지난달 영업사원 절반가량이 퇴사해 현재 10명만 근무하고 있다. 영업점주 A씨는 “영업직은 기본급이 없어 판매 수당으로 버티는데, 한국GM 철수가 전국적 관심사로 떠오르면서 차 판매가 급감하다 보니 급여를 한 푼도 못 받는 직원까지 나오고 있다”며 “판매실적이 없어서 솔직히 대리점 운영을 올 상반기까지라도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국GM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본사 공장, 협력업체뿐만 아니라 판매를 담당하던 영업망까지 붕괴 위기에 몰리고 있다. 지난해 말 한국GM 철수설이 불거진 이후, 군산공장 폐쇄에, 구조조정 등이 이어지면서 소비자들이 한국GM 자동차를 외면하고 있어서다. 수입을 판매수당에 의지하는 영업사원 상당수가 한 달에 단 한 대도 팔지 못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퇴직자가 속출하고 있다. 현재 한국GM의 노사 대립이나 산업은행과의 협상이 해결되더라도, 경영 정상화에 시동을 걸기도 전에 한국GM이 가라앉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GM 전국대리점발전협의회에 따르면 지난해 304개에 달했던 한국GM 영업점은 현재 286개로 줄었다. 영업점에서 근무하던 직원 수도 3,500여명에서 3분의 1가량 감소한 2,200여명에 불과하다. 서울 영등포구의 영업점 박모부장은 “한 달에 20대 팔던 우수 직원도 지난달 4대만 판매하고 경쟁업체로 옮겨갔을 정도”라고 전했다. 경기 지역 영업점에서 근무하는 이모씨는 “계약한 고객들도 군산공장 폐쇄 선언 이후 계약해지를 요구하는 실정이어서 신규 고객 확보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영업점은 한국GM사태 전인 지난해 9월에는 70여대를 판매했으나, 지난달 13대 판매에 그쳤다.

3월 한국GM의 내수시장 판매량은 6,272대로 전년 동월(1만4,778대) 대비 57.6%나 급감해, 2002년 한국GM 설립 이후 처음으로 5개 완성차 업체 중 꼴찌로 추락했다. 2월에도 판매가 반 토막(48.3% 감소) 난 상황이어서 한국GM의 경영 정상화 논의가 마무리되기도 전에 영업망이 먼저 붕괴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구매심리에도 본격 영향을 끼치기 시작한 결과이며 앞으로가 더 문제”라고 말했다.

한국GM은 수익성 개선을 목적으로 도매상 역할을 했던 아주모터스, 스피드모터스 등 5개 지역총판을 2016년 모두 없애고, 전국 300여개 대리점과 직접 계약을 맺었다. 영업점은 수억원에 달하는 초기 투자금을 한국GM 측에 낸 후 판매 대수에 대한 수수료를 챙기는 자영업자여서, 자동차 판매가 급감하면 오래 버티기 힘들다. 17년 동안 영업점을 운영했다는 B씨는 “실무를 담당하는 직원 급여에, 임대료 등 운영경비로 매달 1,000만원을 부담해야 하는 처지인데, 5개월 연속 적자”라며 “대우그룹에서 영업직으로 있다가 그룹이 붕괴했고, 외환위기에 대우차 매각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도 영업점을 지켜냈는데, 지금은 그 위기 때보다 힘들고 희망도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영업사원이 없으면 영업점뿐 아니라 자동차 회사에도 미래가 없는 것”이라며 “한국GM이 본궤도에 오른다고 해도 당장 판매할 신차가 늘어나는 것도 아니어서 이젠 문을 닫을 때가 온 것 같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수개월 내 한국GM이 정상화되더라도 상당 기간 내수시장에서 판매 감소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영업점이 앞으로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본사 직원뿐만 아니라 영업사원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지만 한국GM에선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고영진 전국 한국GM 대리점 비상대책위원장은 “판매 없는 자동차 생산은 있을 수가 없다”며 “정부는 조속한 현장 실태 파악 함께 영업직을 보호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주고, 한국GM은 영업망 개선ㆍ지원책을 찾아 달라고 요구한다”고 말했다.

한편 판매가 격감하자, 한국GM은 부평 제2공장 근무를 ‘주간 2교대’에서 ‘상시 1교대’로 축소하자고 노조에 제안했다. 현재 부평2공장 가동률이 약 50%에 불과해, 조합원들이 일주일에 2, 3일만 일하고 있는 만큼 근무체계를 축소하려는 것이다. 한국GM 관계자는 “노사 간 공식협상이 아닌 부평2공장에 대한 시스템 운영개선 차원에서 비공식적으로 이뤄진 것”이라며 “공장에 대한 전면 가동 중단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고 설명했다.

박관규 기자 ac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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