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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음파 공격

입력
2017.09.20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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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가 해안가에서 떼죽음을 당하는 이유를 바닷속 음파로 인해 방향을 상실한 때문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잠수함이 수색할 때 내는 강력한 수중음파가 고래의 청각에 이상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음파탐지기, 선박엔진, 석유탐사 장비 등에서 나오는 각종 바닷속 소음으로 매년 25만마리 이상의 고래가 청력을 상실한다는 분석도 있다. 돌고래와 함께 초음파를 내는 대표적 동물인 박쥐 중에 미국 텍사스에 대거 서식하는 멕시코꼬리박쥐는 방해 전파를 쏴서 동료를 혼란시키는 방법으로 먹이를 가로챈다고 한다.

▦ 인간이 들을 수 있는 가청음역은 16~2만㎐지만, 쉽게 들을 수 있는 음역은 250~2,000㎐ 정도다. 손톱으로 칠판을 긁거나 유리병 표면을 칼로 긁을 때 나는 소리에 진저리를 치는 것은 인간이 낼 수 없는 가장 높은 음역대의 소리이기 때문이다. 여성 소프라노가 낼 수 있는 최고음이 1,200㎐인데 비해 이런 소리는 2,000~4,000㎐에 달한다. 우리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여성의 비명소리나 아이 울음소리, 구급차 경보음도 이 음역대에 속해 있다. 반대로 층간 소음은 250㎐ 이하의 저주파에 의한 경우다.

▦ 음파는 비살상 무기로 이미 상용화돼 있다. 이라크 주둔 미군은 군중을 해산하고, 적의 접근을 막기 위한 용도로 초강력 소음을 내는 장거리음향장치(LRAD)를 배치하고 있다. 2000년 미 해군 구축함 콜이 예멘 아덴항에서 소형보트의 자살공격을 받은 사건을 계기로 보트 등의 접근을 막기 위해 개발된 것이라고 한다. 평화유지활동에 참여하는 일본 자위대가 출동경호 임무 등을 위해 LRAD를 동원해 훈련하는 장면이 공개된 적도 있다. 군대뿐 아니라 호화유람선 등도 해적들의 습격을 막기 위해 LRAD를 장착하는 추세다.

▦쿠바 아바나의 미국 외교관들이 연쇄적으로 원인 모를 청각이상 증세를 보여 미국이 아바나의 미 대사관 폐쇄까지 고려하는 등 외교분쟁이 일고 있다. 지난해 10월 이후 지금까지 21명이 뇌 손상, 두통 등에 시달리고 있고, 청력과 언어능력에 심각한 타격을 입은 외교관도 있다고 한다. 쿠바는 강력 부인하지만 2만㎐ 이상의 초음파 공격에 의한 것이라는 게 학계의 시각이다. 50여년 만인 2015년 복원된 양국관계가 2년 만에 무너질 위기다. 정치적으로는 정상화돼도 구원(舊怨) 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 모양이다.

황유석 논설위원 aquariu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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