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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살 여아 학대 사건에서 드러난 초등 의무교육의 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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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살 여아 학대 사건에서 드러난 초등 의무교육의 허점

입력
2015.12.21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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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살 딸을 학교에 보내지 않은 채 2년간 감금하고 학대한 아버지와 그 동거녀가 경찰에 구속된 가운데 학교 밖에 방치된 의무교육 대상자에 대한 교육기관, 자치단체의 감시망이 허술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1일 경찰에 따르면 A(11)양은 2012년 8월까지 경기 부천시의 한 초등학교에 다녔지만 부천시의 다른 동네로 이사를 한 뒤에는 학업을 잇지 못했다.

A양이 다녔던 학교 측은 A양이 7일이 넘게 무단 결석하자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라 주소지로 출석을 독촉하는 통지문을 보냈으나 A양은 이미 이사를 간 뒤였다.

이후 학교 측은 A양이 거주하던 동주민센터에 A양이 무단 결석하고 있다는 사실을 통보했다. 이 사실은 부천교육지원청과 경기도교육청에도 차례로 보고됐으나 A양의 소재는 파악되지 않았다. 해당 학교 측은 우편, 전화상으로만 A양에게 연락을 시도했을 뿐 가정 방문은 하지 않은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A양은 2013년 아버지, 그 동거녀(35)와 함께 부천에서 인천 연수구로 다시 이사를 왔다. A양이 부천시 안에서 1차례, 부천시에서 인천시로 1차례 이사를 했으나 전입 신고가 되지 않아 교육기관, 자치단체 모두 소재를 알지 못했다.

인천으로 이사온 뒤에는 A양에 대한 아버지와 동거녀의 본격적인 감금과 폭행 등 학대가 이뤄졌으나 인천의 교육기관, 자치단체도 소재를 파악하지 못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학교 측은 법이나 서류상으로는 모두 조치를 한 것으로 돼 있었다”며 “법과 제도에 허점이 있는 것도 문제지만 교사들이 조금 더 관심을 가졌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인천시교육청은 동주민센터에서 1, 2차 출석 독촉과 가정 방문 후에도 연락이 닿지 않는 경우 학교, 지역교육지원청 등의 신고로 인한 경찰의 신속한 개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학교에 다니는 아동은 교육기관에서, 학업 중단 등 미취학 아동은 자치단체에서 담당하는 구조로 돼 있다.

인천시교육청 관계자는 “인천의 경우 (무단 결석한) 아이, 그 보호자와 끝까지 연락이 닿지 않는 경우 신고를 통해 경찰이 개입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같이 대처했다면 A양 학대 사례를 좀 더 빨리 발견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지난해 인천에서 가정에 방치된 아이를 경찰 신고를 통해 보호기관에 인계한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교육계에선 ‘홈스쿨링’을 가장한 아동 방치 사례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 초등학교 교사는 “홈스쿨링은 미인정 대안교육으로 분류되는데 부모에게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나지 않는 이상 제도권 교육 안으로 아이를 끌어들일 강제적인 방법은 없다”며 “‘홈스쿨링하겠다’ ‘이민 간다’ ‘시골에서 키우겠다’고 하면서 아이를 방치해도 관찰, 개입이 어려울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A양을 학대한 혐의로 구속된 아버지와 그 동거녀는 경찰 조사에서 “아이가 학교에 가기 싫어해 홈스쿨링을 하기로 한 것”이라며 A양을 학교에 보내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다.

A양의 아버지와 동거녀, 그의 친구(36·여)는 2013년부터 최근까지 A양을 집 세탁실 등에 감금하고 굶기는 등 학대한 혐의로 경찰에 구속됐다.

A양은 12일 빌라 2층 세탁실에서 가스배관을 타고 탈출해 인근 가게에서 빵을 훔치다 가게 주인의 신고로 경찰에 인계됐다. 병원에서 늑골 골절 치료와 함께 영양 보충을 받고 있는 A양은 발견 당시 120㎝의 키에 16㎏였으나 현재는 몸무게가 4㎏ 가량 늘었다.

이환직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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