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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MB의 무모한 시도

입력
2017.11.20 15:04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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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MB) 정권 때 벌어진 국가정보원의 민간인 댓글 팀 운영, 군 사이버 사령부의 댓글 공작, 특정 정치인과 정파에 대한 사찰 등이 대통령 지시에 따른 것이라면 탄핵ㆍ파면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범죄보다 결코 가볍지 않다. 국가기구의 존립목적과 헌법질서에 정면으로 반하기 때문이다. 공영방송을 정권의 하수인으로 전락시켜 여론을 조작하고 진실을 덮으려 한 혐의 또한 정의를 외면한 중차대한 범죄다. 국정원과 청와대 등이 친정부 단체 지원, 정권에 비판적인 문화예술인 지원 배제에 관여했다면 정치중립 의무를 저버린 국정농단 그 자체다. 지난 보수정권에 의해 저질러진 범죄 혐의에 관대할 수 없는 이유이다. 박근혜 정권 국정원 특수활동비가 최고권력자 한 마디에 정보기관에서 청와대로 흘러 들어간 사실이 밝혀졌는데도 이에 대한 반성과 성찰은 생략한 채 관행이라서 문제 될 게 없다는 인식에서 공공성은 설 땅을 잃는다.

적폐청산과 정치보복이 대척에 서는 구도는 뒤틀린 프레임이다. 본질을 희석하고 역사적 당위를 부정하려는 음습함이 배어난다. 이러한 맥락에서 두 전직 대통령의 구속은 역풍에 직면할 것이라는 ‘정치’가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극단적 선택이 결과적으로 이명박 정부의 정치보복에 따른 무리한 수사 때문이었다는 인식의 바탕에서, 이에 대한 정치보복 차원의 적폐청산이 진행되고 있다는 설정이다.

이명박 정부 때의 국정원 관련 의혹은 이미 박근혜 정권 때 수사했던 사안이다. 그러나 이는 부실했고 진실규명 의지는 애초에 실종됐다. 상부의 지시 없는 개인적 일탈로 결론이 났고 수사는 유야무야 끝났다. 정치보복은 수사가 진행되지 않았던 사안을 들춰내서 표적을 정해놓고 권력자가 의도적으로 국가기관을 동원해 진상을 부풀리고 이를 토대로 무리하게 법을 적용하는 행위이다. MB정권 각종 의혹들에 대한 진상규명을 정치보복으로 볼 수 없는 이유다.

MB는 국론분열과 안보위기를 언급했다. 역사의 데자뷔를 본다. 이승만 전 대통령은 반민족특별위원회 해체의 당위성을 ‘위중한 안보’에서 찾았고, 친일 기득권 세력은 ‘국론분열’을 막기 위해 반민특위를 해산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군사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경제성장과 국민총화, 안보 이데올로기를 전가의 보도로 활용했다. MB가 적폐청산을 보는 관점과 놀랍게 일치한다.

MB와 자유한국당은 ‘지난 정권의 과오에 대한 수사는 과거 청산을 빙자한 정치보복’이라며 보수와 진보의 진영 대결로 치환해서 보수세력 결집 명분으로 삼으려 한다. MB는 자신을 방어할 정치세력의 존재가 필요해졌고 친이계와 자유한국당의 통합노력은 두 정치집단의 이해가 일치한 결과다. 천박하고 저급한 정치공학이다. 마치 해방 이후 이승만과 친일의 숙주였던 한민당(한국민주당)의 순망치한(脣亡齒寒) 관계 같다.

적폐청산을 정치보복과 대치시키고 수구반동의 결집을 보수통합으로 위장해 정치적 입지를 확보하려는 수구야당의 정치공학을 국민은 모르지 않는다. 자유한국당은 적폐청산 대 정치보복 프레임으로 보수 유권자의 진보정권에 대한 반감을 최대한 끌어내려는 구태의연한 정치행태를 보이고 있다. 보수심리 자극을 통한 생존의 모색이다. 무위에 그칠 수밖에 없다. MB가 정치투쟁으로 비칠 수 있는 수구세력의 결집의 선봉에 나서는 듯한 모습은 한때 군 통수권자이자 국가 최고지도자였던 전직 대통령이 할 일이 아니다.

MB측은 ‘정치’를 동원하여 국면을 전환하려 해서는 안 된다. 정치 프레임을 통한 편향성 동원으로 진영대결을 부추겨 방어진지를 구축하고자 한다면 이야말로 국론을 분열시키고 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소이가 될 것이다. 20세기적 냉전 논리와 국론분열의 논리에 매몰될 국민은 아무도 없다. 퇴행적 프레임 정치는 이쯤에서 멈춰야 한다.

최창렬 용인대 교육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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