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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며] 불법체류 단속과 반한 감정

입력
2016.11.11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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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경제가 요즘 아주 어려운 시기를 맞고 있다. 루블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국민 소득이 크게 줄어들자 러시아인들은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고 외국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러시아 동부 지역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한국도 관심의 대상이다. 여태까지 이웃 중국, 일본에 비해 덜 알려졌던 한국은 최근 들려오는 소식들로 인해 하루아침에 러시아 동부 지역 언론에서 가장 뜨거운 주제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한국이 갑자기 이런 관심을 받게 된 게 희소식처럼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좋지 않은 면도 나타나고 있다. 바로 불법체류자 문제다.

2014년 1월 1일부터 한국과 러시아 간 무비자 제도가 도입되었다. 이로 인해 일반 관광객들이 180일 중 90일을 무비자로 한국에 체류할 수 있게 됐다. 반면 공부나 일자리를 위해 한국을 찾는 경우는 여전히 관련 비자를 받아야 한다. 이런 제도는 루블화가 급락하기 직전인 2015년 11월까지 잘 지켜졌다.

러시아 국민 소득이 떨어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러시아인들이 한국 시장을 다르게 보기 시작한 것이다. 무비자 제도를 악용해 불법체류하는 사람이 급속도로 늘어났다. 출입국관리사무소가 발표한 외국인 입국자 통계를 보면 올 상반기부터 우즈베키스탄ㆍ러시아 출신 불법체류자가 유독 급격히 늘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무비자 제도를 통해 일단 입국하고 난 뒤 체류기간을 초과하거나 서류를 위조하면서 체류등급을 바꾸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아직은 아니지만 장차 심각한 문제로 발전할 수 있는 사안이다.

한국 출입국관리사무소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이 때문에 인천공항으로 입국하는 러시아인에 대한 입국절차가 이전보다 까다로워졌다. 입국을 거절당해 다시 러시아로 돌아간 뒤 현지 언론에 항의하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그런 항의 글이 급증하자 러시아 외교부가 공식 입장을 발표하는 일까지 있었다. 관광객 신분으로 한국에 입국하는 것은 문제 없지만 학업이나 취업 등의 목적으로 입국하려면 무조건 비자가 필요하다고 러시아 외교부는 다시 한 번 강조했다. 하지만 일부 러시아인들은 오히려 정부가 자신들을 배신한 것처럼 SNS에 왜곡된 내용의 글을 올렸다. 이로 인해 러시아에서 한국에 대한 이미지는 점점 나빠지고 있다.

입국을 거절당한 사람들의 글을 읽어보면 한숨이 나온다. ‘한국에 얼마나 있을 것이며 언제 러시아로 다시 출국하는가’ 묻는 한국 출입국 직원의 간단한 질문에 제대로 답도 못하는데 귀국 항공권과 호텔 예약 확인서도 없고 심지어 현금ㆍ신용카드조차 없으면 누가 일반 관광객으로 보겠나. 그런데도 피해자라면서 한국 출입국 당국이 불공평하게 차별을 했다고 우긴다. “미국이나 캐나다 여권 소지자는 다 입국시키는데 왜 러시아 국적자는 돌려보내나” 또는 “입국을 거절했으면 최소한 돌아가는 항공권은 구매해줘야 할 것 아닌가”라면서 말도 안 되는 불평을 늘어놓는다. 이들은 통계상 캐나다 국적자 중 한국 내 불법체류자가 거의 없다는 지적은 무시한 채 한국이 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많은 러시아인들이 무비자 제도의 규칙을 잘못 이해하고 있기에 일어나는 일이다. 문제를 더 크게 부풀리는 것은 러시아 내 중개업자들이다. 블라디보스톡에선 ‘돈 많이 버는 한국 일자리’ ‘비자 없이 한국 취업’ ‘한국에서 돈 벌기’ 같은 제목의 광고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어려운 경제 상황에 있는 사람을 거짓 정보로 유혹하는 것이다. 해외 취업을 바라는 사람들이 많아지자 이런 현지 중개업체들도 최근 우후죽순처럼 늘어나고 있다.

유령회사들은 수수료를 받고 입국을 보장한다는 거짓 약속을 하고선 이들을 비행기에 태운 뒤 사라진다. 이런 범죄가 한국 내 불법체류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든다. 한국에서 불법체류자는 큰 문제가 될 수 있기에 조금 더 신중한 출입국 정책이 필요해 보인다.

일리야 벨랴코프 방송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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