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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민주당, 승리의 지도 ‘마이크로 타기팅’으로 압승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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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민주당, 승리의 지도 ‘마이크로 타기팅’으로 압승 노린다

입력
2018.06.05 04:4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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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강세 속초시장 선거의 경우

실투표인구 150~200명 소지역 나눠

지역별 5등급 분류 맞춤형 캠페인

열세 지역 부동층 공략에 효과적

민주 김철수 후보 예상 깨고 우세

중랑구청장, 제천ㆍ단양 재선 활용도

그래픽=김문중 기자
그래픽=김문중 기자

6ㆍ13 지방선거에서 ‘마이크로 타기팅’(Micro targeting) 선거전략으로 무장한 후보들이 각지에서 선전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리정보시스템(GIS)에 기반한 유권자 빅데이터 분석 기법인 마이크로 타기팅은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탄생의 ‘1등 공신’으로 여겨진다. 이번 선거가 한반도 평화라는 초대형 이슈에 전통적인 선거 변수인 정책ㆍ인물ㆍ구도가 가려 ‘3무(無) 선거’로 흐르면서, 상대적으로 마이크로 타기팅이 더 큰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로 타기팅은 오바마 전 대통령이 2012년 대선에서 본격적으로 활용하면서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았다. 과거 투표 결과와 성ㆍ연령ㆍ직업 등을 고려해 유권자를 세분화한 뒤 맞춤형 선거전략을 적용하는 방식이다. 부동층 공약에 효과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GIS를 기반으로 해 ‘승리의 지도’라고 불리기도 한다. 최근 불거진 ‘페이스북 개인정보 유출 파문’도 마이크로 타기팅의 연장선에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측은 페이스북을 통해 유출된 5,000만명의 개인정보를 활용해 2016년 대선에서 마이크로 타기팅 선거전략을 적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 전체 유권자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다.

민주당은 특히 열세로 분류되는 지역을 중심으로 마이크로 타기팅을 적극 활용하며 지방선거 압승을 노리고 있다. 일례로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는 강원 속초시장 선거의 경우 속초 지역을 예상 실투표인구수 150~200명 내외인 163개 소지역으로 세분화하고 각 지역을 다시 A~E 5등급으로 분류해 유권자 맞춤형 선거캠페인이 진행되고 있다. ‘소극적 지지자’가 많은 지역을 A등급으로 분류하고 유세를 집중하고 있다. 이들에게 선거운동을 집중해 추가 득표로 이끌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이크로 타기팅의 위력은 2016년 치러진 20대 국회의원 총선거 대구 수성갑에서 지역주의 벽을 넘고 승리한 김부겸 민주당 의원의 경우에서 전례를 확인할 수 있다. 당시 김 의원은 아파트 단지를 돌며 지역 유권자의 호응이 없어도 아파트 벽을 보며 후보자 혼자서 10분간 게릴라 유세를 이어가면서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른바 ‘벽치기 유세’다. 눈앞에 보이는 청중은 한두 명에 불과하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 수십ㆍ수백명의 유권자가 있다는 점을 파고드는 전략이다.

2016년 4월 치러진 20대 국회의원 총선거 대구 수성갑 선거에 출마한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대구 수성구 시지 이마트 앞에서 마트를 찾은 가족의 요청으로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2016년 4월 치러진 20대 국회의원 총선거 대구 수성갑 선거에 출마한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대구 수성구 시지 이마트 앞에서 마트를 찾은 가족의 요청으로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유권자 표심을 읽어 내는 ‘승리의 지도’는 공간정보 데이터를 바탕으로 각종 여론조사 데이터에 통계청 인구ㆍ사회ㆍ경제적 데이터와 역대 선거결과 등 공공 데이터를 결합한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만들어진다. 민주당 강원도당의 요청으로 전략을 짠 지방자치데이터연구소의 최정묵 부소장은 “소극적 지지자가 직접 보거나 들을 수 있는 방식의 접촉캠페인이 가능하도록 후보 일정이나 유세차 동선, 유세 내용 등을 조정하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최 부소장은 “2017년 한국갤럽의 조사에 따르면 접촉캠페인으로 후보를 결정한다는 응답이 21%였다”며 “이 정도면 당락을 좌우할 수 있는 유권자 규모”라고 덧붙였다.

실제 선거전도 반전이 예고되고 있다. 속초는 1995년 치러진 제1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민주당 후보가 승리한 것을 제외하면 이후 20여년간 치러진 크고 작은 선거에서 보수 후보가 강세를 보여왔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김철수 민주당 속초시장 후보가 초박빙 승부가 될 것이라던 당초 전망을 깨고 우세를 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KBS춘천 등 강원지역 7개 언론사가 공동으로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26~28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김 후보는 지지율 41.9%로 현직 시장 프리미엄을 얻고 재선에 도전한 이병선 자유한국당 후보(28.3%)를 13.6%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은 속초 외에 서울 중랑구청장 선거뿐만 아니라, 충북 제천ㆍ단양 국회의원 재선거 등에도 마이크로 타기팅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민주당이 마이크로 타기팅 활용에 적극적인 데는 2016년 20대 총선에서 그 위력이 어느 정도 검증된 것도 한 이유다. 김부겸 의원 외에도 정치 1번지라 불리는 서울 종로 선거에서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맞붙었던 정세균 전 국회의장, 강원 원주을에서 이강후 전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의원에 신승을 거둔 송기헌 의원 등도 마이크로 타기팅의 덕을 봤다. 지방자치데이터연구소 자체 분석에 따르면 지난 대선 전 마이크로 타기팅 기법을 적용한 유권자 성향 예측과 실제 투표 결과를 비교 분석한 결과 소극적 지지자 예측 적중률이 84.6%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 부소장은 마이크로 타기팅 선거운동의 효과와 관련해 “2016년 치러진 20대 총선 당시 마이크로 타기팅 선거전략을 활용한 후보자 90%가 당선됐다”며 “경험적으로 4~12%가량의 추가득표가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원회 홈페이지(www.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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