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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한일관계 정상화 가능한가

입력
2015.08.05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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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열흘이면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이 된다. 그러나 현재의 한일 관계는 50년 이래 가장 심각한 상황을 맞고 있다. 과거가 미래를 막고 있는 형국이다. 그 근본 원인은 일본 정치 지도자의 퇴행적 역사인식에 있다. 아베 총리의 일본 정부는 위안부, 독도, 야스쿠니 참배, 교과서 문제 등등 어느 것 하나 한일 관계 정상화를 고민하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한일 관계의 정상화를 고민해야 한다. 우리가 처한 외교 안보적 상황 때문이다.

이번 주 초 일본 민주당 대표 접견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아베 총리의 담화가 역대 담화의 역사인식을 확실하게 재확인함으로써 양국 관계가 미래로 향하는 데 큰 기반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하였다. 그러면서 현안을 하나씩 풀어가는 것이 정상회담 개최 분위기 조성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하여 아베 총리의 전향적 태도가 정상회담 성사에 영향을 미칠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다음 주로 예정된 아베 총리의 담화가 경색된 한일 관계의 돌파구가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아베 총리의 담화에 ‘사죄’와 ‘식민 지배’라는 표현이 포함되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지배적이다. 최근 아베 총리의 언행으로 보아 담화가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식민 지배에 대한 반성과 사죄, 위안부 강제 동원을 인정한 무라야마 담화와 고노 담화 같은 역사인식은 기대하기 어렵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상회담은 너무도 큰 무리가 따른다. 한일 정상회담이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기대도 있지만, 현 상황에서는 오히려 문제를 악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서로의 시각차만 확인할 것이다. 더군다나 위안부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상회담은 단순히 의미 없는 정상회담 정도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우리가 처한 외교안보 상황이 녹록하지 않다는 데에 있다. 우선 안보 상황을 보면,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에 따른 위협 증가로 한국과 미국, 일본 사이의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되고 있다. 2012년 한일 양자간 군사정보포괄보호협정(GSOMIA)이 무산된 뒤, 지난해 12월 ‘북핵과 미사일 위협에 관한 한미일 정보공유 약정’에 서명하였으나 제대로 이행되지 못한다는 의견이 많다. 우리의 안보에 필수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과거 문제와 분리하여 냉정하게 접근해야 한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은 미국의 지역 개입을 억지하려는 의도가 다분하다. 미국, 일본과의 미사일 방어 등에 관한 정보 공유가 우리 안보와는 무관하다는 일부의 의견에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안보 협력의 범위는 사이버, 우주 공간으로 넓어져가고만 있고, 미국, 일본과의 협력은 우리에게 필수적이다.

외교적으로 보면, 한일 사이의 문제는 양자 관계의 문제로 그치지 않는다. 경색된 한일 관계가 안보 부문에서의 한미일 협력까지 저해하면서 미국에서는 한국의 중국 경사론이 고개를 들었다. 심하게 말하는 미국 인사는 한국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기 위해 반일 감정을 내세우고 있는 것이라고까지 한다. 위안부 문제에 한일이 합의하더라도 한국이 계속해서 독도, 교과서 문제 등을 이유로 일본과의 협력을 진전시키지 않을 것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아베 총리의 담화가 우리의 기준에는 전혀 맞지 않더라도 어느 정도의 후회와 반성을 담는다면 우리가 받을 압력은 더 커진다. 일본은 할 만큼 했으니 한국이 받아줄 차례라는 여론이 워싱턴에서 일기 시작할 것이다. 그런 상황에 대한 선제적 대처가 필요하다. 우선 가능한 것은 정치의 영역과 안보, 경제, 문화 영역의 분리이다. 정상회담을 제외한 고위급 외교관계의 정상화가 필요하다. 우리의 대일 외교에서 정치인 아베를 외교 대상으로서의 일본 국민과 정부로부터 분리해 나가는 전략이 필요하다.

우정엽 아산정책연구원 워싱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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