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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 3년간 200척 발주… 혈세 3조 들여 ‘좌초한 해운’ 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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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 3년간 200척 발주… 혈세 3조 들여 ‘좌초한 해운’ 살린다

입력
2018.04.05 14:09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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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ㆍ조선ㆍ수출입 상생 구조

7월 출범 해양진흥公 정책ㆍ금융 지원

선박건조 1조원 규모 상생펀드도

#전략화물 국적선 우선 이용

국적선 적취율 45%까지 확대

“2022년 해운 매출 51조원 목표”

#“마지막 기회” 기대 반 우려 반

원양 컨테이너 선사엔 큰 도움 안돼

“민간 화주 유도할 방법도 없어”

김영춘(가운데) 해양수산부 장관이 지난 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해양빌딩에서 열린 '한국해운연합(KSP) 2단계 구조혁신 합의서 서명식'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이윤재(왼쪽) 흥아해운 대표와 정태순 장금상선 회장은 양사 컨테이너부문을 통합한다는 내용을 담은 합의서에 서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영춘(가운데) 해양수산부 장관이 지난 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해양빌딩에서 열린 '한국해운연합(KSP) 2단계 구조혁신 합의서 서명식'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이윤재(왼쪽) 흥아해운 대표와 정태순 장금상선 회장은 양사 컨테이너부문을 통합한다는 내용을 담은 합의서에 서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오는 7월 출범하는 한국해양진흥공사를 통해 앞으로 3년간 총 200척의 신규 선박이 발주될 수 있도록 직접 투자와 보증 등의 방식으로 지원한다. 한진해운 파산 이후 급감한 현대상선 등 우리나라 해운사의 선복량(화물 적재 능력)과 세계 시장 점유율을 다시 끌어 올리기 위해서다. 원유, 무연탄 등 국가 경제ㆍ안보와 직결된 전략 물자는 국적 선사를 이용하도록 하는 ‘한국형 화물우선적취제도’도 도입된다. 우리 국민들이 쓸 상품과 자원은 우리나라 선사가 운송할 수 있도록 해 해운업도 살리고 에너지 안보도 확보하겠다는 복안이다.

정부는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산업경쟁력강화관계장관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해운재건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그 동안 해운과 조선을 분리해 접근한 임시 처방에서 탈피, 해운ㆍ조선ㆍ수출입ㆍ금융 등 관련 산업 생태계 전반을 ‘공생’ 관계로 탈바꿈시켜 글로벌 해운 경쟁력을 갖추도록 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이를 위해 ‘저비용ㆍ고효율 선박 확충(조선)→안정적인 화물 확보(수출입)→선사 경영 안정 및 선박 발주 확대(해운)’를 통해 3대 산업 간 선순환 고리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우선 국적 선사의 경영 안정을 위해 전략화물은 국적 배에 싣는 ‘자국선주의’를 입법화하기로 했다. 해수부에 따르면 국내 화주가 보유한 전체 화물 중 국적 선사로 화물을 옮기는 비율을 뜻하는 국적선사 적취율은 35% 수준이다. 정부는 원유, 무연탄 등 국민 경제와 안보에 직결된 전략화물부터 국적선이 의무 수송하도록 해, 적취율을 45%까지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에너지 관련 공기업들에게 국적선 우선 이용 의무를 부과하는 ‘한국형 화물우선적취제도’를 하반기 도입하기로 했다. 군용 화물이나 정부 재정이 투입된 물자를 국적선으로 운송하는 미국의 제도를 차용한 것이다.

한진해운 파산 이후 축소된 선대(보유 선박 규모)는 한국해양진흥공사의 신규 선박 발주 투자와 보증 지원 등을 통해 늘릴 예정이다. 정부는 벌크선 140척, 컨테이너선 60척 등 3년간 200척을 발주하는 데 총 8조원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중 3조원을 정책 자금으로 투입하고 나머지는 민간에서 조달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컨테이너선 60척 중 12척은 2만TEU(1TEU는 6m 길이의 컨테이너 1개)급, 8척은 1.4만TEU급 대형 선박으로 꾸려 글로벌 시장 경쟁력을 갖추기로 했다. 법정 자본금 5조원 규모로 출범하는 한국해양진흥공사는 해운 산업 관련 정책 지원뿐 아니라 금융 지원까지 맡게 된다. 해운선사들의 선박ㆍ터미널 확보를 위한 투자 보증, 유동성 지원을 위한 선박매입 후 재용선(S&LB)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선주, 화주(貨主), 조선사가 공동으로 선박 투자에 참여해 신규 선박 건조의 수익을 공유하는 상생펀드도 1조원 규모로 조성된다. 정부는 선ㆍ화주가 상생펀드에 가입했거나 장기운송계약을 체결하는 등 상생을 도모한 경우 통관 절차를 밟을 때나 부두를 이용할 때 혜택을 주는 방안을 추진한다.

아울러 선사가 선령 20년 이상의 노후 선박을 신규 친환경 선박으로 교체하는 경우에는 정부가 선박 가격의 10% 가량을 보조금으로 지급한다. 2022년까지 친환경 선박 50척 건조를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 임기 말인 2022년까지 해운 매출액 51조원, 원양 컨테이너 선복량 113만TEU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한진해운 파산 이전으로 글로벌 해운 경쟁력을 회복, 세계 5위 수준으로 도약하겠다는 이정표도 세웠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5개년 중장기계획을 세운 것에는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 최배근 건국대 교수는 “해운사별 각개전투로는 살 길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업계 전체가 첫술에 배부를 수 없는 만큼 중장기적으로 한국 해운의 국제적 위상을 끌어올리는데 정부 지원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전략화물에 대한 자국선주의를 입법화해도 민간 화주들을 유도할 방법이 없다는 것은 맹점이다. 김영춘 해수부 장관은 “수출입 화물을 보유한 대기업을 직접 찾아 가 독려하고 산업통상자원부를 통해서도 자발적 협조를 요청하겠다”고 밝혔지만 실효성이 있을 지는 미지수다. 사실 국적선 적취율이 낮은 부분은 원유, 철광석 등을 옮기는 벌크선(탱커 28.1%, 드라이벌크 72.8%)이 아니라 원양 컨테이너 부문(19.1%)이다. 정영석 한국해양대 교수는 “이미 국적선사 적취율이 높은 벌크선을 대상으로 전략화물의 적취율을 높이는 정책은 현대상선, SM상선 같은 원양 컨테이너 선사에는 큰 도움이 안 된다”고 꼬집었다.

해운산업 재건을 부처나 정권의 치적 쌓기로 끝내면 결국 실패로 돌아갈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동현 평택대 교수는 “해양수산부가 해운 재건을 위한 종합 대책을 내놓긴 했지만 결국 산업통상자원부, 정책금융기관 등이 합심해 대책을 끌고 가지 않으면 정책이 실제 집행으로 이어지지 못할 것”이라며 “앞으로 5년을 한국해운산업 회복의 마지막 기회로 보고 범정부 차원에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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