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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수 “우병우 영장 재청구 했으면 100% 구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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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수 “우병우 영장 재청구 했으면 100% 구속”

입력
2017.03.0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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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한 날 없었다”90일 소회

禹 세월호 수사 압력 인정돼

검찰이 나서지 않을 수 없어

삼성 수사 엄청나게 했다

세기의 재판 보게 될 것

언제 이런 수사를 해 보겠나

대한민국 검사로서 대단한 명예

박영수 특별검사와 특검보들이 3일 낮 기자들과 오찬 간담회를 하기 위해 서울 대치동 특검사무실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박영수 특별검사와 특검보들이 3일 낮 기자들과 오찬 간담회를 하기 위해 서울 대치동 특검사무실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박영수 특별검사는 한 차례 구속영장이 기각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수사와 관련해 “영장을 재청구 했으면 100% 발부됐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박 특검과 특검보 4명은 90일간의 수사를 마치고 3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이첩할 자료가 많아 검찰이 우 전 수석 수사를 안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최순실 게이트’의 두 고리를 언급하면서 “하나는 최순실이 대통령을 팔아 국정을 농단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정경유착”이라고 촌평했다.

▦박 대통령 차명폰 “발신지가 다 청와대 관저”

박 특검은 우 전 수석을 겨냥한 수사강도가 약했다는 일각의 비판을 의식한 듯 수사과정을 비교적 소상히 밝혔다. 박 특검은 우 전 수석의 가족회사 정강을 두고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며 의구심을 드러냈고, 세월호 수사 무마 압력 의혹에 대해서도 “솔직한 얘기로 압력이 인정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검에선 수사내용을 보완할 시간이 없어 못했지만, 검찰은 수사대상 제한이 없어 잘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특검은 박근혜 대통령 대면조사 불발에 진한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경내 조사 등 청와대에 모든 조건을 양보해 9일로 잡았는데 조사일정 공개를 이유로 미루니 기가 막혔다”고 밝혔다. 박 특검은 “CJ를 왜 미워했는지도 물어보고 싶었다”고 했다. 답란을 비운 질문지를 50페이지나 준비했다. 그러나 청와대가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대면조사를 무산시키자 박 특검은 녹음ㆍ녹화를 해야 뒤탈이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조사장면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에 가장 부담을 느껴 거부했다고 한다. 이규철 특검보는 박 대통령 차명폰에 대해 “근거가 확실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발신지를 찍어보면 위치가 다 청와대 관저로 나왔다는 것이다.

▦ “삼성 이재용 영장 기각이 오히려 전화위복”

박 특검은 삼성 뇌물 사건과 관련해 “나중에 재판 보면 엄청나게 수사했다는 걸 알게 될 것”이라며 “세계적으로 관심을 갖게 될 세기의 재판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양재식 특검보는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의 1차 구속영장 기각이 전화위복이 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특검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너무 주목했었는데, 영장 기각 이후 경영권 승계 시나리오 전반으로 보강수사를 했던 게 주효했다”고 밝혔다. 이규철 특검보도 “안종범 수첩 등 뜻하지 않았던 곳에서 결정적 증거들이 많이 나왔다”며 운도 따랐음을 시사했다. 특검은 그러나 삼성 수사에 ‘올인’하면서 SK, 롯데, CJ 등 다른 대기업 수사는 시작하지도 못했다. 박 특검은 “우리가 시간을 못 맞춘 것도 있고, 국민들에게 참 죄송하다”고 말했다. 박 특검은 미르ㆍ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대기업들의 행위를 (강제기부로) 축소해서 봐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 “최씨, 참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

문화계 블랙리스트 수사 뒷이야기도 공개됐다. 박 특검은 “국민적 지지가 없었다면 하기 어려운 수사”라며 “문화체육관광부 담당 부서가 수사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밝혔다. 국ㆍ과장급 뿐만 아니라 더 높은 그룹에서도 관련 자료를 준비해 수사에 협조했다는 것이다. 박 특검은 “좌천된 사람들을 생각해서라도 직원들이 블랙리스트는 잘못됐다고 하더라”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는 최순실씨를 수사하면서 느낀 점도 밝혔다. 박 특검은 “최씨는 참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이다. 죄가 어떻든 '제 불찰로 잘못했다'고 사죄하는 게 좋았을 텐데 그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박 특검은 “욕심이 없었다면 그런 일을 저질렀겠느냐. 박근혜 대통령과 너무 가까웠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동네 분들께 미안해 집 앞 시위 가처분신청”

박 특검은 특검 수사 90일을 돌아보면서 “사무실 엘리베이터까지 속을 썩이고, 불 걱정, 물 걱정, 별 걱정을 다 하느라 편한 날이 하루도 없었다”고 했다.

탄핵반대 세력의 집 앞 야구방망이 시위와 관련해선 “와이프가 그런 걸 처음 보니까 (놀라서) 병원 신세를 좀 졌다”고 했다. 시위 금지 가처분신청을 낸 데 대해서는 “동네 분들이 ‘당신 때문에 시끄러우니 나가라’고 하면 어떡하느냐”며 “동네 분들에게 미안해서 신청했다”고 말했다. 특검 사무실 주변에서도 매일 “박영수 나와라”는 시위대의 외침이 그칠 사이가 없었다. 그럼에도 박 특검은 “언제 이런 수사를 해 보겠느냐”며 “대단한 명예로 대한민국에서 제일 복된 검사라고 생각한다”고 자부심을 보였다.

김청환 기자 ch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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