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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전술 핵무기 재배치의 위험

입력
2017.11.12 15:29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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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트릭 매커천 우드로윌슨센터 연구원

패트릭 매커천
패트릭 매커천

10월 25일 미국 워싱턴에서 진행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연설은 남한에 전술핵무기 재배치를 정교하게 주장하는 가장 최근의 목소리였다. 전례 없는 탄도미사일 발사와 위력이 더욱 커진 핵실험으로 가속화하는 북한의 핵무기 개발은 더 큰 억제력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국가적 열망을 계속해서 부추겨왔다. 홍준표 대표의 연설에서 알 수 있듯이 일부 한국 국민이 한반도 전쟁 발발 시 워싱턴이 남한을 도울 것이란 보증과 함께 방어력 강화 차원에서 미국의 전술핵무기를 자신들의 땅에 두고 싶어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북한에 대한 경제적 압박과 한미 동맹의 군사적 억지력 향상은 분별력 있게 논의되는 반면 전술핵 재배치 논의는 그렇지 않았다. 한반도에 전술핵을 다시 가져다 놓는 것은 한미동맹에 자해적 상처를 내며 한반도 비핵화 선언을 어기는 북한의 주장만 강화시킬 뿐이고, 북한을 압박하기 위한 유엔 주도의 대북제재 강화의 정신을 해칠 수 있다.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는 또한 남한이 미국의 하드웨어와는 다른 형태의 고유한 미사일 방어 시스템 생산을 포함해 군사적 하드웨어를 강화하는 투자를 대체할 수도 있다. 미국은 전술핵무기를 배치한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사용 통제권은 남한에 제공하지 않을 것이며 평양은 동맹간의 사이를 틀어지게 하려고 더욱 몰아붙일 것이다. 전술핵무기 재배치는 또한 북한이 자신들의 핵무기 개발의 길을 바꾸는 동기를 제공하는 데도 아무런 성과를 이끌어 내지 못할 것이다.

북한은 이중 잣대(double standards)를 불평해왔다. 미국은 자신의 안보를 위해 핵 억제력에 의존하면서 다른 나라들이 그렇게 하는 것은 막는다는 점에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북한의 주장은 케케묵은 것이고 어떤 나라의 지지도 얻지 못했다. 하지만 미국의 전술핵무기 사용 범위를 확장해 한반도에 배치하면 많은 나라에서 확고하게 유지된 반핵적 시각을 건드릴 것이고, 한반도의 남북 정권 모두가 비핵 정신을 어기고 있다는 인상을 심어줄 것이다.

올해 7월 122개 국가들이 핵보유 국가들의 완강한 반대에 불구하고 법적으로 핵무기를 금지하는 유엔 조약에 찬성표를 던졌는데, 이는 세계적 핵무기 반대 정서의 깊이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이다. 그 동안 북한 제재를 연구해온 유엔 전문가 패널은 유엔 회원국들의 느슨한 제재 이행을 제재의 효율성을 막는 최대 장애물로 지적해왔다. 전술핵 재배치를 추진하고 요구한다면 한국 정부는 핵 관련 규범을 노골적으로 위반하는 북한과 함께 진흙탕에 빠지면서 동시에 북한을 압박하는 국제적 지지를 훼손하는 위험을 범하게 된다.

한반도의 전술 핵무기 재배치는 또한 한미동맹을 강화하기보다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다. 재배치 비용을 미국과 한국 정부 중 누가 부담할지, 방어 비용 분담 과정에서 어떤 거래로 귀결될지도 불분명하다. 북한이 재래식 무기로 공격하면, 미국과 한국은 능히 북한을 격퇴할 수 있다. 사용할 수 없는 무기를 도입하는 것은 전쟁 플랜을 향상시키지 못하고 잘못된 예측만 내놓을 수 있다.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그간의 노력이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한국 정치권과 정부에서 새로운 해법을 추구하는 상황은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평양의 지도부가 만일 한국 정부가 전술 핵무기 재배치를 추진할 경우에 자신들의 핵프로그램 경로를 수정할 것이라고 마음을 먹으리라 보기는 힘들다. 미국은 3년간의 파괴적인 한국전쟁 이후 1958년 전술 핵무기를 한국에 처음 도입했는데, 이는 북한 지도자 김일성이 핵무기 프로그램 개발에 나선 주요한 동기가 됐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조지 W.H. 부시 대통령은 1991년 한반도에서 이 무기들을 제거하는 올바른 결정을 내렸고, 그 해 남북은 한반도 비핵화 선언에 합의했다. 한반도를 포함해 냉전의 시대는 이제 저물었다. 다시 그 시대로 돌아가려고 하기 보다 한반도 비핵화에 집중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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