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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명분ㆍ격식 깨고 실리 챙기는 외교… 적대 국가엔 큰 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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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명분ㆍ격식 깨고 실리 챙기는 외교… 적대 국가엔 큰 타격”

입력
2017.01.2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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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로위츠 美위스콘신대 정치학과 교수

“트럼프, 강한 소신 지닌 참모진과

주요 정책마다 치열한 토론 예상

거칠고 힘겨운 대중 협상 예고

동ㆍ남중국해 교착상태 지속될 듯”

셰일 호로위츠 미국 위스콘신대 교수
셰일 호로위츠 미국 위스콘신대 교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취임 연설에서 공언한 대로, 트럼프 정권은 명분ㆍ체면을 차리지 않고 이해타산만 따지는 이기적이고 불확실한 외교를 펼쳐 지구촌을 혼란에 빠뜨릴 전망이다. 이 불확실성은 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경제분야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폭 양보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으로 예상됐다.

셰일 호로위츠(55) 미국 위스콘신대 정치학과 교수는 21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정권의 ‘미국 우선주의 외교’로 가장 큰 불이익을 입을 국가는 중국 등 적대 세력으로 간주된 나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 미ㆍ중 대치 구도는 계속되지만 유럽의 기존 안보체제는 변화가 없을 것으로 내다 봤다.

_트럼프가 집권하면 세계 질서는 어떻게 변할까. 트럼프 외교정책을 간결하게 한 단어로 정의한다면 뭔가.

“트럼프는 이념 대신 국익에 초점을 맞출 것이다. 부시ㆍ클린턴 정부처럼 민주주의 이념을 강조하지도 않고, 오바마처럼 미국의 냉전시대 행보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것이다. 경제 실익과 안보 분야에서도 철저히 계산기를 두드릴 인물이다. 굳이 한 단어로 요약한다면 외교적 격식이나 허울을 내팽개치고 실리만 챙기는 ‘나체ㆍ맞짱’(Get Naked)이 적절해 보인다.”

_트럼프는 외교ㆍ안보 정책에서 자신의 본능과 참모들의 조언 중 어떤 걸 중시할까.

“트럼프 참모진은 강한 소신을 지닌 다양한 인물로 구성됐다. 다행이다. 주요 정책마다 구체적이고 치열한 토론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국 트럼프 목소리가 가장 셀 것이다. 가장 큰 변화는 대 중국 정책일 것이다. 새로운 정부 내부에서 트럼프가 ‘대중 유화 정책 재검토’를 주장하는 부류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_유럽과 러시아에서는 어떤 변화가 예상되나.

“트럼프 주장대로 나토 회원국이 안보 측면에서 무임승차하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러시아가 동유럽을 다시 차지하도록 방치하는 게 미국 이익에는 더 중대한 위협이다. 트럼프도 나토에 대해서는 협조적인 정책을 펼 것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관계도 예상과 다를 것이다. 부시, 오바마 때도 트럼프처럼 푸틴과 화해를 모색했다. 크림반도와 우크라이나 동부를 침공할 때 푸틴은 오바마가 강력하게 저지하지 않으리라 확신했다. 그러나 내가 푸틴이라면, 트럼프 정권 아래서는 더 이상 그런 생각을 하지 않겠다.”

_트럼프가 중국과의 충돌도 피하지 않을 것으로 보나.

“후진타오(胡錦濤), 시진핑 정권에서 중국은 미국에 맞서는 정책을 펴왔다. 후 전 주석과 시 주석은 동중국해ㆍ남중국해에서 2000년 중반부터 미국에 맞섰고, 경제를 중상주의 방식으로 움직였다. 외국기업과의 경쟁에서 이기도록 중국 기업에게 보조금을 줬고, 해외에서 기술을 훔쳤다. 트럼프는 오바마는 물론이고 지난 대선 그의 경쟁자보다 이 사실을 더 잘 인식하고 있다. 동맹국인 일본은 지금 중국보다는 훨씬 강도가 낮았지만, 1980년대 불공정 무역을 이유로 미국이 일본에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 생각할 볼 필요가 있다.”

_미ㆍ중 갈등은 어떻게 전개될까.

“트럼프는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대중 압박에 몰두할 것이다. 트럼프 참모진도 모두 중국에 비판적이다. 아주 힘들고 거친 협상이 전개될 것이다. 경제적으로는 중국이 잃을 게 훨씬 많기 때문에 시 주석이 눈에 띄지 않는 방법으로 많은 양보를 할 것이다. 동중국해ㆍ남중국해에서는 때때로 파열음이 예상되는 가운데 교착상태가 이어질 것이다.”

_향후 4년간 전략적 이득을 얻게 될 국가와 손해를 볼 나라는 어디일까.

“트럼프 정부의 구체 정책과 주요국이 어떻게 대응할지 예상하기 어렵다. 다만 트럼프가 믿을 만한 동맹으로 여기는 국가는 이득을 얻고, 중국처럼 위협세력으로 간주되면 손해를 입게 될 것이다.”

_한국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기존 중도세력은 장기 관점에서 경제력ㆍ국방력을 강화하고 한국 주도 통일을 추구했다. ‘빅 코리아’접근이다. 트럼프와 협력하고 한미동맹을 유지하고 미국 시장에 최대한 접근하는 방식이다. 중국, 일본과도 가능한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 할 것이다. 반면 진보세력의 집권은 통일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본다. 이들은 한국 주도가 아닌 남북 대등하게 결합하는 통일도 배제하지 않고, 미국과 거리를 두고 중국ㆍ북한과 가까워지는 외교 노선을 추구한다. ‘스몰 코리아’접근인데, 중국이 원치 않아 통일이 이뤄질 수 없다. 우려되는 점은 비판을 참지 못하는 트럼프 성격상‘스몰 코리아’논리가 과거보다 미국에서 더 주목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부시 1기 때보다 한미관계가 더욱 빠르게 악화될 수 있다. 다수 한국인이 ‘빅 코리아’접근을 선호하므로 한국 내부적으로도 심각한 정치적 비용을 유발할 것이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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