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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신드롬... 포털 여성 인기검색어 송중기 제치고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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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신드롬... 포털 여성 인기검색어 송중기 제치고 1위

입력
2016.03.1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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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9단이 13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5번기 제4국에서 180수 만에 알파고에 불계승한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미소짓고 있다. 캐논 1DX 2장 다중촬영. 연합뉴스
이세돌 9단이 13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5번기 제4국에서 180수 만에 알파고에 불계승한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미소짓고 있다. 캐논 1DX 2장 다중촬영. 연합뉴스

포기하지 않는 미생(未生)은 완생(完生)보다 아름다웠다. ‘그래도 인간은 포기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입증이라도 하듯 이세돌 9단이 3연패 당했던 인공지능(AI) 알파고에 귀중한 1승을 따내면서 전국에 이세돌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이번 신드롬은 단순히 한국인이 인류 대표로서 자존심을 지켰다는 환호를 넘어 계층의 사다리가 사라져가는 답답한 한국 사회에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젊은 층에 친근감 주는 솔직함과 기개

솔직함은 젊은 층이 꼽는 이 9단의 인기 비결이다. 12일 3연패 이후 정보 비대칭 때문에 알파고에 유리했다는 지적이 일었지만 이 9단은 “이세돌이 패배한 것뿐 인간이 패배한 것은 아니다. 제 능력이 부족했다”며 책임을 다른 이에게 돌리지 않았다. 하루 뒤 첫 승리를 확정 지은 후에는 “1승을 하니 이렇게 기쁠 수 없다. 수많은 승리를 했지만 오늘의 1승은 어떤 승리보다 바꿀 수 없고 바꾸고 싶지 않을 정도로 귀하다”며 밝은 웃음을 보이기도 했다.

흑을 잡을 때 더 힘들어하는 알파고의 허점을 파악한 뒤인 13일 승리 후에도 “이번엔 제가 백으로 이겼으니 (마지막 대국은) 흑으로 이겨보고 싶다”고 말하는 승부사의 기개는 이세돌 신드롬에 부채질을 했다. 온라인 상에서는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기개를 보여준다’거나 ‘넘어져도 계속 불가능한 꿈을 향해 도전하는 게 인간이라는 점을 보여줬다’며 그의 선전포고에 박수를 보냈다. 한국기원 관계자는 14일 “이세돌 9단의 승부에 대한 집념은 따라갈 사람이 없다”며 “스무 살 때 이창호 9단에게 3연패를 한 뒤 절치부심하며 노력, 2년 뒤 설욕한 적도 있다”고 회고했다.

인간미 넘치는 모습, 여성 인기검색어 1위도

세계에서 손꼽히는 고수의 인간미 넘치는 모습은 젊은이들에게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 9단이 첫 승을 올린 13일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여성 인기검색어 1위에는 송중기 등 인기 연예인을 제치고 이 9단이 이름을 올리는 등 바둑에 관심이 없던 20~30대 젊은 여성층도 이세돌 열풍에 동참했다.

“자신이 없어요. 질 자신이요”, “(차세대 중국바둑 유망주를 묻는 질문에) 이름도 모르는데 바둑 실력을 어찌 압니까”, “바둑의 낭만을 지킬 수 있는 대국을 펼치겠습니다” 등 이 9단의 어록도 온라인 상에서 화제가 됐다. 대학생 김주희(24)씨는 “보통 어떤 분야 1위라고 하면 근엄하고 자신을 절제하는 모습을 보이기 마련인데 이세돌 9단의 가식 없는 솔직함은 매우 ‘쿨’해 보여서 친근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 9단의 친 누나인 이세나(40) 월간바둑 편집장은 “이세돌이 원래 자신의 소신이나 생각, 느낌을 거침없이 표현하는 편”이라며 “그런 부분이 대중들에게 통쾌하게 비춰지고 공감을 불러일으켰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9단의 아버지, 큰누나, 작은누나, 작은형 모두 아마 5, 6단 수준 일반인 고수고, 큰형은 이상훈 프로 9단이다.

승패 갈려도 포기하지 않은 도전정신

3전 4기 끝에 오뚝이처럼 일어나 따낸 첫 승은 높은 현실의 벽에 부딪혀 좌절하는 청년들의 마음도 사로잡았다. 노량진에서 중등교사 임용시험을 준비 중인 강서영(28)씨는 “바둑은 하나도 모르지만 이 9단이 3번 패한 게 마치 3년 연속 시험에서 고배를 마신 내 모습 같아 눈물이 났다”며 “4번째 도전에서 이긴 것을 보고 포기하지 않으면 나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세돌 열풍에 대해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취업이 막막한 청년층, 경제적으로 어려운 중ㆍ장년층 등 현실의 벽에 막혀 희망을 찾을 수 없던 사람들이 이세돌 9단이 끈기로 역경을 이겨내는 모습에서 카타르시스를 느꼈다”며 “‘나도 언젠가는 저렇게 이길 것이다’라는 대리만족이 이세돌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다”고 분석했다.

허경주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양진하기자 realha@hankookilbo.com

신지후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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