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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핵벙커

입력
2018.01.08 14:35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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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핵전쟁에 대비해 베이징 서북쪽에 최고지도부 피난 겸 작전지휘센터를 운용하고 있다고 한다. 국가삼림공원 지하 2㎞에 있는 이 센터는 세계에서 가장 깊은 곳에 위치한 핵 방호시설로 유사시 24시간 중국 전역의 군사 동향을 점검하고 작전 명령을 내리는 곳이다. 중국은 2016년 4월 이 시설 일부를 군복 차림의 시진핑 주석 모습과 함께 TV에 처음 공개했다. 지난해 5월에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여단이 중부 허난성 쑹산 지하 1㎞ 핵기지에서 핵반격 훈련을 하는 장면도 방송했다. 전력 과시용이지만 북핵ㆍ미사일 개발이 촉발한 핵전쟁 위기감과 무관하지 않다.

▦ 핵전쟁 대피 시설은 미국에도 여럿 있다. 대표적인 것이 소련 핵실험 성공 직후인 1950년대에 건설해 지하 펜타곤으로 불리는 펜실베이니아주 레이븐록의 시설이다. 수천 명 수용 공간에 미군을 통합 지휘할 수 있는 통신체계를 갖추었다고 한다. 과거 북미항공우주사령부가 있었던 콜로라도주 샤이엔산에도 700m 터널을 뚫어 만든 핵전쟁 대비 시설이 있다. 미 국방부 근처 지하 수백m에도 유사시 군사령부 역할을 할 지하시설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대통령이 핵전쟁을 논의하는 백악관 지하 비상작전센터(PEOC)는 영화 등에 자주 등장해 유명하다.

▦ 정부의 이런 시설은 대규모여서 ‘벙커’라는 말이 무색하지만, 지난해 북핵 위기가 고조되면서 일반인의 핵벙커 구매ㆍ설치도 크게 늘고 있다. 미국에서는 수천만 원 하는 핵벙커 판매량이 급증하면서 냉전 초기 이후 수십 년 만에 업계가 술렁일 정도다. 북한의 중거리 미사일이 자국 상공을 지나간 일본에서도 관련 수요가 늘었다. 벙커는 지하 설치가 일반적이나 그만한 땅이 없는 경우 방 하나를 대피 장소로 정해 고가의 특수환기장치를 설치하는 사람도 있다. 정부 차원에서 핵벙커 설치를 권장하는 미국처럼 일본 자민당에서도 관련 법제 검토 움직임이 있다고 한다.

▦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38노스는 북한이 서울과 도쿄를 25㏏ 위력의 핵무기로 공격할 경우 사상자가 1,0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유사시 서울은 굳이 핵이 아니라 장사정포 등 재래식 무기로도 엄청난 피해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정작 그런 대비에 무덤덤한 것처럼 보이는 게 사실이다. 북핵 위협에 둔감해서라기보다는 어떤 대비를 한들 재앙을 피하기 어렵다고 보기 때문 아닐까.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한반도 위기를 해결하는 길 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다. 2년여 만의 남북 대화가 그 물꼬를 터 주길 간절히 기다린다.

김범수 논설위원 bs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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