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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희대의 기업사냥꾼 홍석종, 안 잡나 못 잡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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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희대의 기업사냥꾼 홍석종, 안 잡나 못 잡나

입력
2017.09.18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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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인수 뒤 돈 빼돌리고 잠적

개미투자자 등 수천억대 피해

10개 이상 혐의 수년간 도피생활

중국 국적 위조여권 이용해

최근 국내 입국 정황 드러나

또다른 범행 모의 의혹까지

검찰 “아직 소재 파악 못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자기자본 없이 회사를 인수한 뒤 거액의 회삿돈을 빼돌려 도주한 희대의 ‘기업사냥꾼’ 홍석종(47)씨가 위조여권 등을 이용해 국내외를 활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미투자자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히고도 수년 간 법망을 피하고 있는 홍씨가 최근 또다시 범행을 꾸미고 있는 정황까지 드러나 검찰이 안이하게 대응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7일 업계와 사정당국에 따르면 검찰 수사망을 피해 해외로 도주한 것으로 알려진 홍씨는 중국 국적의 ‘황○○’라는 이름의 위조여권을 이용해 국내에 입국한 정황이 드러났다. 그는 중국과 홍콩을 근거지로 이탈리아 밀라노와 싱가포르, 필리핀 등을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있으며 국내로 입국했다가 빠져나가는 과감한 행보까지 보이고 있다. 그는 2010년부터 시세조종, 횡령ㆍ배임, 유가증권 위조 등 10건 이상의 혐의로 수배돼 있지만 검찰 수사는 한 발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2014년 체포돼 검찰 조사를 받고 풀려났지만 다시 잠적했다.

홍씨는 해외에서 근거지를 옮겨 다니면서도 국내에 하수인들을 심어 놓고 코스닥 상장사 자산을 빼돌리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그는 휴대폰을 이용해 하루에도 몇 번씩 하수인들과 통화하며 보고를 받고 업무 지시를 내리는가 하면, 중요한 사항을 논의할 때는 하수인들을 홍콩으로 불러 들여 직접 경영에 관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장기 해외도피가 가능한 이유는 국내 자금관리인들이 환치기를 통해 지속적으로 자금을 제공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하수인들은 홍씨가 노출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그를 ‘황 회장’으로 부르고 있다”며 “홍씨 행보가 점점 과감해지고 있어 검찰이 그를 일부러 안 잡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홍씨는 업계에서 가장 악질적인 ‘기업사냥꾼’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대주주 등에게 접촉해 주식을 넘겨 받은 뒤 이를 담보로 사채업자 등에게 돈을 빌려 회사를 인수한다. 회사 접수 후에는 회사 대표나 재무담당 임원을 대리인으로 앉힌 뒤 배후에서 주가를 인위적으로 올려 회사 자산을 담보로 대출 받거나 허위 매출장부를 꾸며 회삿돈을 빼돌렸다. 한때 유명 여성 탤런트와 결혼한 뒤에는 연예인을 배우자로 둔 점을 이용, 돈을 끌어 모으기도 했다.

그는 건실한 코스닥 상장사들을 ‘깡통 회사’로 만들었다. 삼성전자의 터치스크린 1차 납품업체로 ‘저항막 터치스크린 패널(TSP)’ 국내 1위 업체였던 디지텍시스템스는 홍씨 마수에 걸려 2015년 상장폐지 됐다. 회사에 투자한 소액주주 2만여명은 900억원대 피해를 입었다. 2014년 홍씨 일당인 최모(55)씨는 징역 12년, 남모(43)씨는 징역 9년을 선고 받았지만, 홍씨는 검찰 수사망을 피해 도주했다. 계측기기 제조업체 위지트, 휴대폰 배터리 제조업체 엔티텍, 르네코 등 홍씨 때문에 망가진 회사들이 한두 곳이 아니며, 피해액만 수천억 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업계와 개미투자자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힌 홍씨가 최근 유사한 범행을 꾸미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화장품과 디스플레이 제조업체인 코스닥 상장사에 현직 변호사 A씨와 대기업 간부 출신 B씨를 대리인으로 내세워 회사경영을 좌지우지 하고 있다는 것이다. B씨는 과거 대기업 오너 자금을 사적으로 관리하다가 검찰 수사를 받았던 적이 있다. B씨는 그러나 홍씨와 자신은 관계가 없다는 입장이다.

홍씨의 장기도피에 따른 수사의지 부족 지적과 관련해 검찰 관계자는 “수년 간 홍씨를 추적 중이지만 아직 소재를 파악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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