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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령의 길 위의 이야기] 프리메이슨과 최씨들

입력
2016.12.06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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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메이슨이 등장하는 영화나 소설에 넋을 뺀 적이 있다. 중세 영국의 길드에서 유래했다는 프리메이슨은 현존하는 최고의 비밀결사단체로 모차르트와 괴테가 일원이었는가 하면 언젠가 새로 알려진 명단에는 정치가 윈스턴 처칠도 있었고 소설가 오스카 와일드도 끼어 있었다. ‘다빈치 코드’나 ‘스컬스’ 등 음모론 소설과 영화마다 등장했던 프리메이슨이 몹시 흥미로운 소재로 다가왔던 건, 세계를 움직이는 그림자 세력 개개인의 매력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대단한 지적 능력을 가진 비밀결사는 곧잘 비선권력으로 타락했고 나중에야 밝혀진 그 거대한 음모 앞에서 나는 입을 쩍 벌렸다. “왜 저렇게 복잡하고 어려운 일을 벌이는 거지, 머리 아프게?” 같이 영화를 보던 친구에게 중얼거리거나 “난 그냥 아무 짓도 안 하고 살래. 그게 제일 마음 편하겠어” 그러면서 혼자 킥킥댔다.

최씨 일가의 국정농단이 불거지면서 아마 나처럼 프리메이슨을 떠올린 사람들이 제법 될 것이다. 물론 그들 중 대부분이 나처럼 곧 코웃음을 쳤겠지만 말이다. 한 나라의 대통령을 쥐고 흔든 어마어마한 비선실세를 파헤쳐보니 웬걸, 그들의 면면이 기가 막혔다. 여덟 살 꼬마가 세신사의 뺨을 때리는 장면은 막장 드라마에도 안 나온다. 아무리 화가 나도 이모에게 미친X이라는 욕설은 안 하는데. 수준 이하의 싸구려 잡범들 잔뜩 모아놓고 TV 채널에서 매일매일 보여주니 온 가족 모여 앉아 미간을 있는 대로 찌푸린 채 모멸감과 짜증을 번갈아 느끼는 것이 어찌 당연하지 않을까.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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