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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럽 믿고 사서 쓰다 응급실행… SNS 판매 화장품 피해 잇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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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럽 믿고 사서 쓰다 응급실행… SNS 판매 화장품 피해 잇따라

입력
2018.06.28 04:40
수정
2018.06.28 11:53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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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토피에 좋다… 피부재생 효과”

체험 후기 가장해 허위,과장 광고

위법 적발돼도 가벼운 처분 그쳐

영업정지 끝나면 똑같이 영업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직장인 왕모(34)씨는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아토피에 효과가 있다’는 화장품을 발랐다가 호흡이 가빠지는 등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나 응급실 신세를 졌다. 문제의 제품은 인스타그램에서 15만명 팔로워를 거느린 유명인 A씨의 글을 읽고, 연관 쇼핑몰에서 샀다. 왕씨는 27일 “셀럽(유명인 Celebrity의 줄임말)인 A씨가 깐깐하게 엄선해 본인도 효과를 본 것처럼 생생하게 홍보해 믿고 구매했는데 앰뷸런스에 실려가는 섬뜩한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김모(38)씨는 B씨로부터 지난해 말 ‘피부재생 효과가 있다’는 피부관리제품을 구입했다. SNS에 화려한 외모 사진을 주로 올리는 B씨는 팔로워가 70만명에 달하는 SNS 셀럽이다. 하지만 제품 사용 후 외출이 힘들 정도로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결국 김씨는 환불을 받았지만 “셀럽 B씨는 여전히 같은 문구로 SNS에서 영업하고 있더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아토피에 좋다’ ‘피부재생 효과’ 등의 표현은 현행 화장품법상 모두 위법이다. 화장품법을 풀어 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화장품 광고ㆍ관리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질병을 진단, 치료, 예방하는 의학적 효과와 관련된 표현은 모든 종류의 화장품에 쓸 수 없다. 치료 효과가 있는 의약품과 미용 및 청결 목적의 화장품은 각각 약사법과 화장품법에 의해 기능이 구분되고, 광고 문구도 엄격하게 제한된다. 화장품 광고를 위해 특정 질병을 치료했다거나 체중을 감량했다는 등의 홍보 문구를 쓸 수 없는 이유다.

그런데도 이른바 SNS 셀럽 일부는 수십만 팔로워를 볼모로 체험 후기를 가장해 화장품 효과를 부풀려 판매하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단순 제품 유통을 넘어 화장품 허위ㆍ과장 광고의 온상으로 떠오른 SNS는 적발 후에도 판매 사이트 차단 등 비교적 가벼운 처분에 그친다. 예컨대 화장품과 건강기능식품을 주로 취급하는 A씨 업체는 피해자들의 잇따른 민원에 관할 구청으로부터 두 번의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지만, 버젓이 같은 방식으로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소비자들은 SNS 상에서 고발 모임을 결성해 피해 사례를 접수하는 식으로 대처하고 있다. 고발 모임을 주도하는 성모(31)씨는 “SNS에서 셀럽의 영향력은 매우 큰 반면 소비자 보호책은 부족하다”라며 “이런 점을 청와대 국민청원으로 올려 3,000여명이 서명한 상태”라 말했다.

무엇보다 ‘화장품은 화장품일 뿐 의약품이 될 수 없다’는 소비자들의 냉정한 태도가 요구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최희정 차의과학대 통합의학대학원 교수는 “화장품의 경우 의약 효과에 대한 광고가 일절 허용되지 않기 때문에, 특정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광고 문구가 있다면 먼저 의심해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윤명 소비자시민모임 사무총장은 “SNS에 올라오는 상품에 대한 과장 광고는 ‘개인의 체험담’으로 위장해 교묘하게 단속을 피하는 경우 많아 적발이 쉽지 않다”며 “사용했다고 글이 올라와도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혜미 기자 herst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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