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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관, 헌신의 DNA] “1년에 부상 300명 순직 6명? 숨겨진 피해 훨씬 많다”

입력
2017.10.21 04:40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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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관 36% “공상 절차 복잡해

다쳤어도 부상 신청 안 해”

통계에 반영 못한 피해 많아

유독물질 인한 순직자도 빠져

김승섭 고려대 보건정책관리학부 교수는 "소방관들의 현실을 숫자로 보는 오류를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재현 기자
김승섭 고려대 보건정책관리학부 교수는 "소방관들의 현실을 숫자로 보는 오류를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재현 기자

“우리는 1년에 부상자 300명, 순직자 6명, 이런 숫자로 소방관들의 위험을 알고 있어요. 하지만 우리가 접한 통계보다 실제로 위험에 노출돼 치료받지 못하는 소방관의 숫자는 훨씬 많습니다.”

2015년 국가인권위원회의 의뢰로 전국 소방공무원 인권상황 실태조사를 맡아 했던 김승섭 고려대 보건정책관리학부 교수는 16일 소방관의 숨은 위험을 지적했다. 전국 소방관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8,525명의 소방관을 대상으로 한 이 실태조사에서 ‘부상을 당했는데 상부에 보고하지 않은 사례가 있느냐’고 물은 질문에 상당수가 보고하지 않았다고 답했다는 것. 김 교수는 “소방관들의 부상과 위험은 실제보다 과소평가되고 있다”고 말했다.

-소방관 부상은 어느 정도인가.

“인권위 연구에서 다쳤는데도 공상신청을 하지 않았다고 한 이들이 응답자의 36.1%(2,436명)나 됐다. 신청 절차가 복잡해서다. 표면상 1년에 300명이라는 소방관 부상 비율은 미국, 영국의 5분의 1 정도로 낮지만 보고를 안 해 생기는 착시가 있는 것이다. 공상 소방관을 전담하는 직원도 없는 실정이다. 전담자를 정하고 최소한의 서류만 내면 바로 공상 심사 절차가 가능토록 제도화해야 한다. 당장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통계에 잡히지 않은 순직도 있나.

“소방관들이 화재 진압 과정에서 들이마시게 되는 유독물질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암이나 만성질환은 최근까지 직업병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2016년에 처음으로 암 투병 소방관이 공상 승인을 받았다. 역으로 그동안 유독물질 흡입으로 인한 순직자가 통계에서 제외됐다는 뜻이다. 그래서 연구센터를 따로 두고 소방관 건강을 추적할 필요가 있다. 현재 소방관의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PTSD)에 대한 연구와 관심은 많지만, 신체 건강에 대한 연구는 오히려 적다. 외부 용역 연구는 주제와 기간이 제한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소방관 건강을 장기 추적할 수 있는 소방조직 내 연구센터가 필요하다.”

-현장 소방관들에게는 어떤 치료 시스템이 필요한가.

“한국이 병원 가기 어려운 나라는 아니다. 3일 이내 치료가 필요한 가벼운 부상의 경우 가까이 있는 민간 병원에서 별도의 절차 없이 치료받을 수 있게 하는 게 중요하다. 현재 가벼운 부상은 공상처리 없이 건강보험으로 처리하는데, 이때 내야 하는 자기부담금도 없도록 해야 한다. 가까운 민간병원과 연계해 비용과 절차의 걱정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면 된다.”

-소방관들에게 필요한 제도가 또 있나.

“현장 소방관의 목소리를 대변할 직장협의회 같은 대표기구가 필요하다. 소방조직은 조직 특성상 일선의 목소리가 상부로 전달되기 어려운 경직된 문화를 갖고 있다. 하지만 현장 소방관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고서는 이들의 건강과 근무환경, 복지제도를 개선할 수 없다. 현장에서도 원한다. 2015년 인권위 실태조사에서 응답자의 97.6%(7,854명)가 대표기구에 찬성했고, 반드시 가입하겠다고 밝힌 소방관도 응답자의 95%(7,662명)나 됐다.”

박재현 기자 remak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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