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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차 전용 주차장에서의 '불편한 동거’… 얼굴 붉히는 운전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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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차 전용 주차장에서의 '불편한 동거’… 얼굴 붉히는 운전자들

입력
2018.01.03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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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스텔 내에 있는 경차 전용 주차장에 준중형 승합차가 버젓이 주차돼 있다.
오피스텔 내에 있는 경차 전용 주차장에 준중형 승합차가 버젓이 주차돼 있다.

주거 단지 내에 설치된 경차 전용 주차장에서 입주민 간에 마찰이 잦아지고 있다. 경차 전용 주차 공간에 중대형 승용차들이 주차하면서 운전자들 간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경차 운전자들은 중대형 승용차 때문에 주차 시설 이용에 제한을 받고 있다며 불만을 쏟아내는 반면 중대형차 운전자들은 주차 공간이 부족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2년째 경차를 이용 중인 공무원 김모(28)씨는 “전에 살던 곳은 주차난이 심해 경차 전용 주차장이 있는 곳으로 이사했는데, 정작 제대로 시설을 이용해 본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한 대형 자동차가 경차 전용 주차장에 주차를 하길래 차주에게 경차 전용 주차장을 피해 다른 곳에 주차하는 것이 어떠냐고 했더니 신경 쓰지 말라고 퉁명스럽게 말해 결국 싸움만 일어났다”고 말했다.

중, 대형차 운전자들은 주차 공간이 많지 않은데 각종 전용 주차장으로 주차난이 더 가중됐다며 불만을 쏟아냈다. 한 중형 자동차 운전자는 “가뜩이나 주차 공간이 부족해 늦은 밤 퇴근하면 주차하기 힘든데 일부 경차를 위해 경차 전용 주차장이 꼭 필요한 것이냐”며 “주차 공간이 근본적으로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전용 주차장만 늘어날 경우 불법 주차를 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경차와 중, 대형차가 경차 전용 주차장에 나란히 주차돼 있는 경우가 많고, 관련 사고도 발생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좁은 경차 주차장에 큰 차량이 주차되면서 문을 열고 닫는 과정에서 옆 차에 흠집을 내는 ‘문콕’ 사고가 대표적이다. 3년째 경차를 이용하고 있는 회사원 최모(31)씨는 “경차 전용 주차장에 주차해 놨는데 옆에 있던 중형차가 문을 열다 내 차를 찌그러뜨렸다”며 울상을 지었다. 최씨는 “심증은 있는데 차주가 발뺌하는데다 블랙박스에도 찍히지 않아 결국 내 돈으로 차를 수리했다”고 말했다.

주차장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평행주차 공간의 경우 경형은 너비 1.7m 이상, 길이 4.5m 이상, 일반형은 너비 2m 이상, 길이 6m 이상 확보해야 해 차이가 크다.

경차 전용 주차장에 중대형차를 주차해도 제재할 방법이 없는 점도 분쟁의 원인이다. 주차장법 시행령은 경차를 위한 전용 주차구획과 친환경차 전용 주차구획을 합한 주차구획이 노외주차장 총 주차 대수의 10% 이상이 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주차위반 과태료(10만원)를 물리는 장애인 전용 주차장과 달리 경차 전용 주차장은 이를 위반해도 처벌 규정이 없다. 때문에 운전자들은 경차 전용 주차장에 대한 인식과 경각심이 크지 않아 규정 자체가 유명무실해지는 실정이다.

2007년부터 경차의 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자료=국토교통부
2007년부터 경차의 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자료=국토교통부

이런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제도 보완과 함께 운전자들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지난 10년 간 경차가 꾸준하게 늘어나고 있지만 경차 전용 주차장에 관한 규정은 미비한 편”이라며 “실효성 있는 후속 조치가 있어야 경차 전용주차장의 설치 취지도 살리고 갈등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주차계획과 관계자는 “법 정비를 통해 과태료를 물리는 것이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지만 운전자들이 자발적으로 관련 법 규정의 권고사항을 따르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말했다.

글ㆍ사진=홍인석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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