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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성 기자

등록 : 2016.11.22 20:00

[강원 인사이트] 최순실 이어 보신탕 논란… 평창올림픽 붐 조성 내우외환

등록 : 2016.11.22 20:00

지난 7월 25일 오후 영국에서 온 동물보호단체 회원이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개고기 식문화에 반대하는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원도가 평창올림픽 붐 조성에 사활을 걸고 있는 가운데 또 하나의 변수가 등장했다. 바로 보신탕이다.

올림픽 개막에 임박해서는 물론 올 겨울 시즌부터 열릴 테스트 이벤트를 통해 한국의 개고기 문화가 구설수에 오를 조짐이기 때문이다.

개고기 논쟁은 브라질 리우 올림픽을 앞둔 지난 7월 유럽 언론과 해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중심으로 개를 먹는 식생활과 사육 실태를 고발하며 “평창동계올림픽을 보이콧 하자”는 주장이 실리면서 촉발됐다. 영국의 한 사이트에는 글로벌 기업에게 평창올림픽 스폰서십(sponsorship)을 철회해 달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탈리아에서는 정치인까지 가세했다. 안사통신과 코리에레 델라 세라 등 이탈리아 현지 언론은 우파 정당 전진이탈리아(FI) 소속 미켈레 비토리아 브람빌라(49) 의원이 지난 7월 22일(현지시각) 밀라노 시내에서 비디오를 상영하며 “한국인들의 개고기 식용 문화를 반대하는 운동에 참여해달라 호소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대정부질문에서 한국이 복날에 보신탕을 먹는 것을 멈추지 않으면 이탈리아는 물론 유럽연합(EU) 차원에서 2018년 평창올림픽에 참가하지 않는 방안을 요구할 것”이라고도 했다.

강원도와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는 해외홍보를 위해 이달 초 알펜시아 컨벤션홀에서 전세계 언론인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관계자를 초청해 ‘평창2018 월드프레스 브리핑’ 행사를 진행했다. 강원도의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 최순실 게이트와 보신탕 논란이 등이 얽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평창올림픽 붐 조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강원도 제공

일종의 엄포성 발언으로 들리지만 강원도와 올림픽 조직위 입장에선 뒷맛이 그다지 개운치 않다. 강원도의 한 관계자는 “아무래도 동계스포츠의 주도권이 유럽과 북미에 있다 보니 ‘보이콧’이란 단어로 인해 올림픽 붐 조성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은 아닐까 신경이 쓰이는 것도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국내에서는 ‘최순실 게이트’로, 해외에선 보신탕 논란으로 올림픽 붐 조성에 애를 먹고 있는 셈이다.

보신탕 논란은 서울올림픽 준비가 한창이던 1980년 대 초중반과 유사하다. 당시에도 해외 동물보호단체들이 개 식용 문화를 없애지 않을 경우 올림픽을 보이콧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결국 초복을 엿새 앞둔 1983년 7월 11일 서울시내 보신탕 집들은 4대문 안 도심에서 쫓겨났다. 서울시는 보신탕은 물론 개소주와 뱀탕 등 이른바 보신음식 신규 신고 역시 받아 주지 않았다. 시 외곽지역에 보신탕(補身湯)이란 이름을 대신해 ‘영양탕’을 파는 식당이 등장한 것도 이때부터다. 당시 푸아그라 등 해외음식을 예로 들며 ‘개를 먹으면 안되고, 거위 간은 먹어도 되냐’‘전통 보양식 문화를 왜 외국이 간섭하냐’ 등 반론이 나왔지만 올림픽이라는 거대 명제 앞에 묻혀 버렸다. 2008년 베이징(北京) 하계올림픽을 치른 중국 역시 동물보호단체의 비난을 의식해 개막을 앞두고 올림픽 지정 호텔들에 개고기 판매 금지령을 내렸다. 이처럼 개고기는 대한민국은 물론 아시아권에서 큰 국제대회가 있을 때 마다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했다.

강원도는 최근 해외 언론의 보신탕 문제제기와 관련해 평창과 강릉 등 올림픽 개최지 내 음식점을 대상으로 ‘외국인 반정서 음식 전환 지원’을 추진 중이다. 강원도청 본관 앞에 전시된 평창동계올림픽 마스코트인 반다비(왼쪽)와 수호랑. 강원도 제공

국제 스포츠계의 눈치를 어느 정도 볼 수 밖에 없는 강원도 역시 최근 보신탕을 비롯한 보양음식점에 대한 대책에 착수했다. 이른바 ‘외국인 반(反)정서 음식 전환 지원’사업이다. 강원도는 사업명칭에 ‘보신’이나 ‘혐오음식’이란 표현을 넣지 않았다. 개고기를 문제 삼는 해외여론과 보신탕이 생업인 지역 내 업주, 동물보호단체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강원도의 고민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강원도는 올림픽 개막 이전까지 평창과 강릉, 정선 등 개최지 내 30개 업소를 대상으로 메뉴 변경, 간판교체 등을 유도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강릉시내와 평창 대관령면 내 보양음식점 7곳을 방문해 의견을 수렴했다. 물론 권유사항일 뿐 강제적인 조치가 아님을 분명히 했다. 강원도 관계자는 “조만간 개막식과 봅슬레이, 루지를 비롯한 썰매 종목 등이 열리게 될 평창 횡계와 진부, 올림픽 스키 활강경기가 예정된 정선 중봉 사이에 위치한 7개 업소를 직접 방문, 업주들의 요구사항을 듣고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뜻대로 사업이 추진될지는 미지수. 벌써부터 올림픽을 들먹이며 서민들의 생업에 대해 자치단체가 왈가왈부해서는 안 된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기 때문이다. 업주 신모(63)씨는 “올림픽을 치른다는 이유로 10년 넘게 확보한 단골손님을 뒤로 하고 문을 닫으라는 것이 말이 되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우강호(56) 평창군 번영회장은 “한국 고유 음식문화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과도하게 지적하는 것을 옳지 못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개고기를 허용할 것인가 말 것인가’에 대한 공론화 과정을 거쳐 대안을 모색해보자는 의견도 나온다. 보신탕 문화를 부정할 것까지야 없지만 동물 학대를 적극 단속하고 식육견과 애완견을 구분하자는 것이 이 같은 주장의 핵심이다.

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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