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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종훈의 자동차 현대사] 그랜저ㆍ쏘나타 장점 섞었지만…수입차 밀물에 사라져

입력
2017.05.30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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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3마력에 최고 시속 197㎞

조용하고 흔들림 없는 차 강조

1990년대 급변하는 자동차 시장

못 견디고 출시 3년 만에 단종

1995년 3월 판매를 시작한 현대자동차의 마르샤는 국내에서 처음 등장한 준대형 세단이다. 대형 그랜저와 중형 쏘나타 사이에 위치하는, 당시로선 생소한 차급이었다.

중형 세단 쏘나타2의 플랫폼을 사용해 좀 더 고급스러운 세단을 만들어 그랜저와 함께 두 개의 대형차 라인업을 구성한 것. 쏘나타의 플랫폼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별도의 형식승인은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운 차급에 투입된 전에 없던 새 모델이지만, 쏘나타와 그랜저를 섞어 만든 차라는 인상이 강했다. 4기통 2.0 엔진은 쏘나타와 공유하고 V6 2.5 엔진은 그랜저의 것을 쓰는 식이었다. 외부 디자인은 쏘나타2의 앞 뒤 모습을 다시 만드는 정도로 손을 봤고 인테리어에선 그랜저의 고급 편의장비를 적용했다.

V6 2.5 DOHC 엔진은 173마력, 최고시속 197km의 성능을 자랑했다. 전자식 4단 변속기, ABS, 트랙션컨트롤시스템(TCS) 등이 장착돼 있었다. 최고급인 마르샤 2.5 V6 골드 모델의 판매가격은 2,440만원.

마르샤는 조용하고 흔들림 없는 차를 강조하기 위해 보닛에 카드를 6단으로 쌓아 올린 광고를 선보이기도 했다. 렉서스가 미국 시장에서 LS를 처음 선보이며 시도했던 광고와 매우 흡사한 것이었다. 렉서스가 사용했던 와인잔 대신 마르샤는 카드를 쌓아 올렸다. 그만큼 조용하고 진동이 없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던 것이다.

실제로 마르샤는 소음과 진동면에서는 탁월했다. 흡음재를 많이 사용해 윗급인 그랜저보다 조용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마르샤는 2,000만원대에서 구입할 수 있는 대형세단이라는 인식에 출시 후 보름만에 4,000대를 판매할 정도로 초기에는 큰 인기를 끌었지만 오래가지는 않았다. 97년 4월 뉴 마르샤가 출시하며 반전을 시도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현대차가 기존 그랜저가 있음에도 마르샤를 투입하며 준대형 세그먼트를 만들어낸 것은 수입차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이기도 했다. 마르샤가 투입됐던 1995년은 수입차 역사의 분수령이 되던 시기였다. 91년 100만대를 넘긴 내수시장은 불과 4년만인 94년 다시 150만대를 돌파한다. 국내 시장이 폭발적으로 늘어나자 시장 개방을 요구하는 통상압력이 거세진다. 95년 1월 자동차 수입관세가 8%로 내리고, 7,000만원을 초과하는 승용차의 취득세가 7%에서 2%로 크게 내리는 등 수입차에 유리한 상황이 전개됐다. 같은 해 9월에는 한미자동차협상이 타결돼 특소세와 자동차세까지 인하된다.

이 같은 상황에 힘입어 93년 2,000대 미만이었던 수입차 판매는 94년 3,865대, 95년 6,921대로 늘어난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가 설립된 것도 1995년 1월이었다. 같은 해 BMW가 한국법인을 세웠다. 뒤이어 크라이슬러, 포드 등의 해외 업체들이 한국 법인을 설립하며 수입차 직판 시대를 열어간다.

급변하는 시대를 감당하기에 마르샤는 역부족이었는지 모른다. 기존 플랫폼을 이용해 가지치기 수준의 변화로 대응하기에 수입차의 공세는 너무 강했다. 불과 3년 남짓한 짧은 생애를 마치고 마르샤는 98년 7월 단종돼 후속 모델도 없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오토다이어리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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