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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여성 방송 진행자 모욕한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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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여성 방송 진행자 모욕한 트럼프

입력
2017.06.30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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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8일 방문한 트럼프인터내셔널호텔 앞에서 건강보험법 개정을 비판하는 시위대가 그의 모형 인형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8일 방문한 트럼프인터내셔널호텔 앞에서 건강보험법 개정을 비판하는 시위대가 그의 모형 인형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MSNBC방송의 아침 뉴스 프로그램 ‘모닝 조’의 진행자 조 스카버러와 미카 브레진스키를 모욕하면서 정치권의 격렬한 비난을 받고 있다. 특히 여성 앵커인 브레진스키를 겨냥해서 한 발언은 과거 대선후보 시절 잦았던 여성 비하 발언을 연상케 해 더 큰 논란을 불렀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 오전(현지시간) 자신의 정치를 비판하는 ‘모닝 조’와 두 진행자를 겨냥한 인신공격성 비판 트윗을 올렸다. “낮은 시청률로 고전하는 ‘모닝 조’가 나에 대해 험담한다는 소식을 들었다(더 이상 보지 않는다). 그러면 정신병자 조(스카버러)와 저능하고 미친 미카(브레진스키)가 새해 첫날을 전후해 사흘씩이나 마라라고 리조트로 와서 나와 함께 지내려고 했던 이유는 뭘까“라며 비웃은 후 “미카는 얼굴 성형수술을 해서 피를 흘리고 있었다. 당연히 나는 거절했다”며 외모 비하성 발언까지 덧붙였다. MSNBC 관계자는 “미국에는 슬픈 날이다. 대통령이 자기 일을 준비하는 대신 (방송 진행자를) 괴롭히고 거짓말을 하고 사소한 트집을 잡아 인신 공격을 내뱉었다”고 반응했다.

2016년 11월 29일 트럼프타워를 방문한 MSNBC 앵커 미카 브레진스키. 뉴욕=AP 연합뉴스 자료사진
2016년 11월 29일 트럼프타워를 방문한 MSNBC 앵커 미카 브레진스키. 뉴욕=AP 연합뉴스 자료사진

트럼프는 대선후보가 되기 전까지 ‘모닝 조’에 종종 출연하고 두 진행자와도 사적으로 가깝게 지냈다. 그러나 공화당 대선후보로 선출되고 나서는 ‘모닝 조’가 트럼프의 선거운동을 비판적으로 보도하면서 충돌이 잦아졌다. 지난해 8월에도 트럼프는 브레진스키를 향해 트위터로 “제정신이 아닌 신경증 환자” “어리석은 비정상인”과 같은 표현을 써서 비난을 가했다.

그러나 5월 월간지 배너티페어 보도에 따르면 두 진행자는 트럼프가 대통령에 취임한 1월 백악관을 방문했고 여기서 트럼프는 연인 관계인 두 앵커에게 “미국 대통령이 결혼식 주례를 서 줄 수도 있다” “결혼식을 백악관이나 마라라고에서 치를 수도 있을 것”이라며 우호적인 제안을 하기도 했다.

29일 미국 민주당 하원의원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위터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여는 동안 MSNBC방송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이 나오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29일 미국 민주당 하원의원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위터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여는 동안 MSNBC방송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이 나오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트럼프의 트윗에 정치권은 당을 막론하고 일제히 비판의 날을 세웠다. 크리스 머피 민주당 상원의원(코네티컷)은 “트위터로는 정신병에 빗대 사람을 모욕하고 건강보험 개정으로는 실제 정신병을 앓고 있는 이들의 보험 혜택을 빼앗으려 하느냐”고 지적했다. 공화당 내 트럼프의 비판자로 유명한 벤 새스 공화당 상원의원(네브래스카)은 “제발 그만하라. 이건 정상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당내 중진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사우스캐롤라이나)도 “이건 미국의 위대함이 아니라 미국 정치의 오점을 대표하는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폴 라이언 하원의장 역시 “적절한 발언이라고 볼 수 없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공화당 내에서는 의회가 건강보험법 개정안 ‘트럼프케어’와 이민자 통제 관련 법안을 둘러싸고 진통을 겪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의 발언으로 정치권이 “무익한” 논란에 휩싸였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트럼프의 잦은 여성비하 발언을 향한 비판도 다시 고개를 들었다. 트럼프는 2015년 8월 첫 공화당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자신의 여성비하 발언 경력에 관해 질문을 던진 당시 폭스뉴스 앵커 메긴 켈리를 향해 비난을 퍼부으면서 “그녀의 눈에서 피가 나오고 있었던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녀의 다른 어디에서도 피가 나오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켈리가 월경을 겪고 있어 신경질적이었다고 암시한 것. 또 경선 경쟁자였던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텍사스)의 부인 하이디 크루즈를 모욕하는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대선에서 맞붙었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역시 “추잡한 여자”라는 비난을 들어야 했다. 트럼프의 여성비하 발언 표적으로 자주 거론된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대통령은 여성을 존중하지 않는다. 슬픈 일이다”고 비판했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부대변인이 29일 백악관에서 기자들의 질의에 응하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부대변인이 29일 백악관에서 기자들의 질의에 응하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서 제 멋대로 발언하는 행태도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29일 공개된 퀴니피악대학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설문 응답자의 61%가 트럼프가 트위터를 그만둬야 한다고 응답했다. 공화당 지지자 가운데서도 49%가 이에 동의했다. 같은 날 폭스뉴스가 공개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 71%가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은 그의 정책을 펼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맹렬한 비판에도 백악관 참모진은 트럼프 대통령을 옹호했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부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은 불로써 불과 싸우고 있을 뿐”이라면서 “미국인들은 수수방관하는 사람이 아니라 전사를 대통령으로 뽑았다”고 주장했다. 댄 스카비노 백악관 소셜미디어국장은 아예 트럼프보다 앞서서 스카버러와 브레진스키를 “트럼프 대통령이 그들의 전화를 받지 않자 길을 잃고 혼란스러워하며 슬픔에 빠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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