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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12월 18일] 대선 1년, 관용과 절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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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12월 18일] 대선 1년, 관용과 절제가 필요하다

입력
2013.12.17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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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12월 19일,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의 대결은 51:48, 108만표 차로 승부가 갈렸다. 단 한 표라도 더 득표하면 당선되는 단순다수제가 아니었어도 결선투표가 필요 없는 승리다. 민주화 이후 과반 획득의 대통령이 탄생했다. 현대 민주주의의 위기는 대표성의 위기와 책임성의 위기, 그리고 참여의 위기로 요약된다. 그 중 가장 심각한 대표성의 위기를 극복한 선거였다. 그래서 과반 득표는 그 자체로 의미가 크다. 그리고 1년이 지났다. 그러나 과반 득표의 의미는 퇴색하고 있다. 역대 대통령들과 같은 기간의 국정운영지지율과 비교해 볼 때 하위권은 아니나, 대선 득표율을 5% 미만에서 상회하는 수준이다. 지지층 확장에 실패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지난 1년을 관통했던 용어는 NLL과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국정원 댓글 의혹을 둘러 싼 여야의 쟁투,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의혹, 대선 불복 프레임 등이다. 정권 출범 초기의 인사 난맥, 집권당의 무력감이 중첩되면서 당청 관계에서의 수직적 관계는 정치의 경직을 초래했고, 이는 정치 실종으로 연결됐다. 기초연금과 관련한 대선 공약 불이행 여부와 증세 없는 복지의 정책적 적절성 여부,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한 자영업자에 대한 세무조사 강화 등도 지난 1년의 키 워드들이다. 대기업의 높은 매출액, 호전되는 수출 실적, 경제지표의 긍정적 신호 등은 왜 국민들에게 낯설게만 느껴지는가.

정치 실종을 질타하고, 여야 지도부의 리더십 부재를 비판하며, 국회의 타협과 실종을 나무라지만 이의 근본 원인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소통의 부재다. 정치와 민주주의를 민생과 별개로 보는 권위주의적 정치문화의 잔재가 소통의 실종을 부추긴다. 그리고 프레임의 정치가 한국정치의 새로운 장르로 화려하게 등극했다. 프레임은 진화를 거듭했다. 안보 프레임과 이에서 분화한 종북 프레임, 국정원 등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의혹을 자양분으로 한 대선 불복 프레임 등은 동전의 양면처럼 얽혀있다. 그리고 종북과 안보 프레임은 경제민주화와 복지, 통합과 대탕평 등 여권 후보 진영이 내걸었던 장밋빛 지향들을 보랏빛 환상으로 치환하는 효율적 기제로 작동했다. 야권 내부의 기득권에 집착하는 민주당의 전략 부재 정치행태는 이러한 프레임을 강화시켰다. 생소한 프레임 정치가 선보였고 이는 안보 이데올로기가 정권을 정당화했던 권위주의 시대의 데자뷰와 묘하게 겹친다. 프레임과 프레임이 격돌하는 공간에서 애당초 소통을 찾는 것은 부질없다.

사회정치적 갈등은 경제활성화 대 경제민주화, 성장 대 복지, 민생 대 민주주의를 대척점에 놓는 사고의 구조 속에서는 관리될 수 없다. 성장과 복지는 더 이상 대립 개념이 아니라는 사회적 합의가 의미를 가지려면 몇 개의 관련 입법들이 경제민주화를 완성했다고 보는 시대착오적이고 몰정치적 관점이 여권 주류의 인식이어서는 안 된다. 경제활성화를 명분으로 다시 시장만능적 사고가 부활하는 조짐을 본다. 대통합과 대탕평은 현재의 정치적 갈등 구조에서 이미 빛을 잃었다. 통합과 탕평의 추동력을 복원하고자 하는 집권 측의 노력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게다가 대선의 절차적 정당성에 대한 합리적 비판은 어느새 대선 불복의 덫으로 치부되고 있다.

집권 측은 뼈아픈 성찰과 모색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왜 한 대학생의 '안녕들 하십니까'란 글이 사회적 파장과 공감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지 고민해 봐야 한다. 집권세력이 개혁의 추동력을 살리지 않으면 내년 지방선거의 성적과는 관계없이 사회경제적, 정치사회적 어려움은 가중될 개연성이 높다.

민주주의는 상대를 인정하는 '관용'으로부터 출발한다. '관용'과 '권력의 절제'는 진정한 권력의 추동력으로 작용한다. 민주화 이후 대선에서의 최초의 과반 득표의 의미가 적지 않으나, 명시적으로 반대한 과반에 가까운 국민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아야 한다. 대선 1년이 주는 이러한 교훈을 새기는 것은 그래서 엄중하다.

최창렬 교수(용인대 교양학부 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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