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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라디오의 부활

입력
2017.09.17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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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가 라디오 스타를 죽였다’(Video killed the radio star). 1979년 영국의 2인조 그룹 버글스(Buggles)가 히트시킨 노래다. “영상시대가 찾아오면서 넌 상처를 받았지. 난 너의 아들을 만났어. 네 아들에게 뭐라고 얘기한 거니. 넌 최고였어. 하지만 넌 마지막이 됐어. 비디오가 라디오 스타를 죽인 거야. 넌 라디오 스타야.” 여기서 ‘아들’은 TV 비디오 등 영상물이다. 공교롭게도 뮤직비디오 전문채널을 표방하며 등장한 미국 케이블 전문 MTV가 1981년 개국 첫 방송으로 이 노래를 내보냈다. 잔인한 기획이 아닐 수 없다.

▦ 비디오 카세트 리코더를 통해 록 그룹 ‘키스’의 불꽃 튀는 실황공연을 친구 집에서 처음 본 것이 고교시절인 1979년이다. 그보다 10년 전 카세트 형태의 비디오 테이프가 개발되어 미국 가정 등지에 널리 보급됐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주 부잣집에서나 볼 수 있는 진귀한 첨단 제품이었다. 당시 첨단 기술에 적지 않은 문화 충격을 받았다. 이후 국내 일반 가정에 보급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비디오는 연속극이나 축구 중계를 보는 TV와 차원이 좀 달랐다. 반복적으로 영상을 볼 수 있는 것이 큰 특징이었다.

▦ 이 즈음 라디오는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장희빈’ ‘왕비열전’ 같은 전설적 라디오 연속극은 더 이상 나오지 않았고, 성우들이 설 자리도 좁아졌다. 노래만 불러서는 가수로 성공하기가 쉽지 않았다. 목소리에서 율동으로 옮겨간 것이다. 비디오 등장 이후 춤이 주가 되고 노래가 보조가 됐다. 노래 실력이 형편없는 가수들이 외모로 버텼다. 목소리는 죽이고 입 모양으로 버티는 립싱크도 유행했다. 그럼에도 라디오는 여전히 유용하다. 여행길이 심심치 않고, 기상 시간에 맞춰 뉴스를 들으며 잠을 깨는 스마트폰 앱도 인기다.

▦ 내년부터는 삼성전자와 LG전자 스마트폰 신제품에는 FM라디오가 탑재된다. 지난해 9월 경주 지진사태 때 논의가 있었다가 북한 핵실험 이후 정부가 국민의 재난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 재난 방송을 라디오로 들을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막상 재난이 발생하면 이동통신 접속량이 폭주해 전화는 물론 카톡도 되지 않는다. 하지만 전파로 수신하면 이런 일은 발생하지 않는다. 스마트폰 업체는 비용부담 때문에 떨떠름하지만, 사용자는 몹시 반갑다. 방송국들도 라디오 청취율이 높아질 것을 기대하는 모양이다.

조재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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